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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4 20:13 수정 : 2018.10.24 20:34

단아한 장식이 돋보이는 메이 킴의 쿠킹스튜디오. 메이 킴이 자신의 소중한 주방 도구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주방용품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한 요리연구가 메이 킴
세련된 식탁 구성으로 20~30대 여성 팬 많아
그립감 좋은 나무 소재 주방 도구 애용
"스테인리스 팬, 가열 전 기름 넣으면 사용 편해"
요즘은 차 도구에 빠져 수집하는 중

단아한 장식이 돋보이는 메이 킴의 쿠킹스튜디오. 메이 킴이 자신의 소중한 주방 도구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요리에 문외한도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 킴’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은 요리 블로그는 고사하고 음식 관련 누리집도 낯설던 때다. 척박했던 그 시절, 메이 킴은 그의 스타일을 담은 소박한 요리와 레시피를 소개한 누리집 ‘출출닷컴’을 선보였다. 레시피뿐 아니라 음식을 가장 맛있게 보이는 스타일링 비법, 잡지 화보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사진을 함께 게재해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2006년 출출닷컴의 요리법을 담은 책 <메이의 초간단 요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요리하면서 사람과 만나고, 요리를 하면서 위안 받은 세월만 해도 15년째다. ‘아름다운 주방 도구와 각종 소품을 제대로 활용해 음식의 맛을 더욱 끌어낸다’고 그의 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유난히 20~30대 여성 팬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 고즈넉한 언덕에 메이 킴의 쿠킹 스튜디오이자 보금자리인 ‘메이스 테이블’이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그곳에서 초록빛이 남아 있는 잔디 정원과 아담한 징검다리, 나무로 둘러싸인 스튜디오를 만났다. 높은 천장과 따뜻한 나무 바닥이 반겨주는 스튜디오의 콘셉트는 ‘고전과 현대와의 조화’. 고풍스러운 외가댁을 연상시키는 나무 계단과 낡은 소반 위엔 덴마크 모던 디자인의 정수라 불리는 루이스 폴센의 조명 ‘피에이치(PH) 5’가 매달려 있었다. “낡은 것에 현대적인 손길을 조금만 더해도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메이 킴의 설명이다.

메이 킴의 주방.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에게 주방 도구는 ‘요리 연구가로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서 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최고의 소통 창구’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요리 연구가는 주방 도구로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주방 도구야말로, 그것을 쓰는 이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거든요.”

요리를 연구하는 직업 덕에 주방 도구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부피 큰 제품보다는 파스타 집게, 차 거름망 등 작고 소박한 도구를 아끼고 애용한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주방 도구는 나무 향 가득한 도구들이었다. “나무로 만든 제품에는 따뜻하고 소박한 정서가 있어요. 빈티지 도구와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기에 나무 소재의 주방 도구는 최대한 많이 모으고 있어요.”

최근 메이 킴이 모으고 있는 차 관련 도구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옷이나 신발 등의 패션은 타인에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것을 쓰는 개인의 취향을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유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주방 도구는 다르다. “늘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지 않는 이상, 주방 도구는 ‘나만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작은 기쁨’이다”라고 말한다. 매일 쓰지 않더라도 주방 벽에 걸려있는 주방 도구는 작은 소유의 기쁨을 안겨준다. 바라보는 기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그가 몰입하는 주방 도구는 차와 관련된 것들이다. “요즘 차 공부에 빠져 있어요. 차에 관해 가르치는 일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차 도구와 잔에 몰입하게 됐어요.” 동물이 그려져 있는 찻잔을 가리키며 그는 말했다. “‘세계 3대 빈티지 잔 브랜드’라 불리는 마이센에서 1700년대에 생산한 잔이에요. 일본 등 동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이지요. 경매로 구입한 제품이라 더욱 애정이 갑니다. 이렇게 하나씩 사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의 차 도구함에는 스승의 날이면 제자들이 선물을 한 차 관련 도구들이 가득하다.

최근 메이 킴이 모으고 있는 차 관련 도구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주방 도구와 주방 소품은 사실 ‘프로 주부’가 아닌 이상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적정가격도 알기 어렵다. 잡지 속 화보에 등장하는 주방 도구를 꿈꾸다가도 ‘너무 비싸지 않을까’ 싶어 아예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알면 자신 있게 도전하라고 그는 조언한다.

그의 취향이 물씬 풍기는, 그가 좋아하는 주방 도구는 나무로 만든 강판과 그립감(잡는 느낌)이 좋은 필러다. “일단 나무로 만든 강판은 쇠로 만들어진 것보다 채소가 닿았을 때 갈변이 되지 않는다”며 “아주 곱게 갈아지지는 않지만 씹히는 맛이 좋아서 무나 마를 갈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요리에 많이 쓰는 식재료 중 으뜸은 감자다. 그러다 보니 그의 주방에도 감자 껍질을 깎는 다양한 모양의 필러가 많다. 그중에서 자식처럼 아끼는 것은 무엇일까? “손에 들어오는 그립감이 좋은 걸 자주 사용해요. 채소 껍질뿐 아니라 모양을 내는 데 좋아요.”

메이 킴은 나무 소재의 도구를 유난히 좋아한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스테인리스 팬이나 무쇠솥도 그가 자주 사용하는 주방 도구다. 관리가 쉽지 않아 구매를 선뜻 못 하는 이들이 많은 도구 중 하나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팬이나 무쇠솥만큼 조리 실력과 세련된 취향을 발산하는 것도 드물다. “관리 기술만 제대로 안다면 사용이 어렵지 않아요.” 그가 알려주는 사용법은 조리사도 귀가 쫑긋할 만큼 요긴하다.

우선 불편한 이유를 따져보자. 스테인리스 팬은 음식이 팬에 달라붙는 데다 세척도 어려워 쉽게 사용하기 힘든 도구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 카페 ‘스사모’(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임)가 있을 정도다. “팬에 음식이 달라붙는 것은 기름과 팬의 온도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일반 프라이팬을 사용하듯 팬을 가열한 뒤 기름을 넣으면, 팬은 뜨겁고 기름은 차가워서 음식이 달라붙어요. 팬을 가열하기 전, 상온 상태에서 기름을 넣은 뒤 가열하면 재료가 절대 붙거나 타지 않습니다.” 메이 킴은 무쇠솥 관리법도 친절하게 알려줬다. “무쇠로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물기가 남아있으면 금방 녹이 슬어버리죠. 솥을 쓰고 나면 반드시 물기를 없애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세척 후 뚜껑을 열고 센 불에 가열해 완전히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동그란 눈을 반짝이면 설명을 끝낸 그는 ‘젊은 장인’ 유남권 작가의 찬합과 찻잔을 보여줬다. 유 작가의 찻잔엔 우아한 옻칠이 돋보였다. 최근 그는 우리 전통문화인 옻칠에 관심이 많다. “과거의 옻칠 장식이 오래되고 촌스럽다는 느낌이었다면, 최근의 옻칠은 화려한 채색과 단순화된 모양 덕에 오히려 모던해 보입니다.”

주방은, 주방 도구는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는 취향 광장이자 열쇠다.

백문영 자유기고가

[ESC] 메이 킴이 제안하는 주방 도구와 친해지는 법

◆ 주방에 관심과 애정을 가질 것. 나에게 있는 도구와 없는 도구를 확실히 파악해 둘 것. 그래야 맘에 드는 제품이 만났을 때 고민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다.

◆ 어떤 제품이든 ‘풀 세트’로 사지 말 것. ‘칼 세트’, ‘그릇 세트’는 눈도 돌리지 말 것. 처음 주방 도구를 사는 이라면 의례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세트 제품이 많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을 모아 둔 세트 제품은 의외로 실용성이 낮다. 필요한 제품만 하나씩 사서 모으는 습관을 들일 것.

◆ 기왕 산 제품이라면 아끼지 말 것. 주방 도구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데 의미가 있다. 비싼 제품이니까 나중에 사용하자고 다짐해봤자 결국 찬장에 처박아 두게 된다. 자주 사용하면 세월의 때가 묻어 더욱 멋스럽다.

백문영 자유기고가

주방용품

음식을 만들거나 차릴 때 쓰는 물품으로 부엌에 둔다. 부엌은 주거 공간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 맺으면서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 부엌에는 사용자의 편의와 아름다움을 고려한 다양한 주방가전과 주방용품이 자리한다. 최근 고온의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재료를 익히는 소형 주방가전인 에어프라이어의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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