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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내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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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간이역
중앙선 간이역 여행
자전거도로 된 능내리 철도
구둔역, 양평 10경 중 하나
다양한 고목의 운치, 반곡역
전시관·체험장·카페 등 변신 다채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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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내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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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양평, 원주, 단양, 안동, 영천을 거쳐 경주시 경주역에 이르는 중부내륙 철도 노선이다. 경부선에 이은 우리나라 2번째의 남북 관통 철도로 1936년 착공해 1942년에 개통했다. 일제가 만주지역 등 대륙 침략을 위한 교통선 강화와 내륙 산간의 임산·광산 자원 수탈을 위해 건설한 노선이다. 광복 뒤엔 경북과 충북·강원·경기 지역을 잇는 요긴한 교통로로 활용됐다. 중앙선 철길에 남아 있는, 그림 같은 역사를 품은 간이역들을 찾아갔다. 이들 중 일부는 선로가 옮겨지며 폐역이 되었고, 일부는 뜸하게나마 열차가 정차하는 정식 철도역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에 옛 팔당역사(폐역·등록문화재)가 있다. 1939년 보통역으로 업무를 시작한 역으로, 보기 드물게 승강장 안 철길 사이에 역사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고압선 감전 위험 등으로 현재는 개방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옛 팔당역에서 조안면으로 차를 몰아 팔당터널 지나면 능내리다. 다산 정약용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폐역이 된 능내역의 아담한 역사가 남아 있다. 철로가 새로 놓이면서 폐역이 됐고 옛 철로는 자전거도로가 됐다. 1956년 간이역으로 출발한 능내역은 한때 역장이 배치된 보통역으로 승격(1967년)되기도 했으나 이용객이 줄면서 신호장(열차 교행 및 대피 장소)으로 격하된 뒤 2008년 중앙선의 복선전철화·직선화로 폐역이 됐다. 역사는 현재 역 주변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관으로 꾸미고, 역사 앞쪽에 철길 일부를 남겨 옛 능내역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능내역에 추억을 간직한 중년층 등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지만 관리는 제대로 안 되는 모양새다.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고, 옛 역무실 공간은 잡동사니가 쌓인 채 잠겨 있다. 열차 모양의 카페도 설치돼 있으나 문이 닫혀 있다.
그래도 역 앞의 45년 된 식당 겸 술집 ‘추억의 역전집’(옛 역전집)만은 관광객과 오가는 자전거 여행객 등을 상대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 조선 초기 문신 한확 묘와 신도비, 다산 정약용 생가·사당·기념관 등이 있는 다산유적지, 강변 산책로가 잘 단장된 다산생태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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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둔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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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의 폐역 구둔역으로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장난감 집처럼 예쁘게 생긴 작은 역사를 볼 수 있다. 하루 네 번(상·하행) 무궁화 열차가 서는 석불역이다. 역사는 옛 것이 아닌, 새로 지은 건물이다.
2012년 폐역이 된 구둔역은 양평10경 중 제10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명소가 됐다. 1940년에 지어진, 높은 박공지붕(경사를 급하게 한 지붕) 형식의 아담한 역사(등록문화재)도 아름답고, 코스모스 줄지어 피어난 철길 주변 풍경도 근사해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역사의 대합실은 사진 전시관, 역무실은 카페로 운영된다. 역사 주변에 주민들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체험장·세미나실, 열차 옆 카페, 그리고 쌍쌍이 찾아오는 젊은 연인들을 위한 작은 야외 공간 ‘고백의 정원’, 소원의 나무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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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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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엔 옛 정취를 간직한, 곧 폐역이 될 간이역이 몇 곳 있다. 문막읍의 동화역도 그 중 하나다. 동화 같은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마을 이름이 동화리다. 동화리 만낭포(만랑포) 마을의 간이역이다. 하루 13번(상·하행) 정차하는 동화역은 역사(1956년 건립)가 작고 볼품이 없어 더 정감 있게 다가온다.
이 작은 역에 특별한 볼거리는 없으나 승강장 옆의 80년 가까이 된 소나무(반송)와 반듯한 은행나무, 역 앞의 커다란 느티나무에 눈길이 간다. 가지들이 탐스럽게 뻗어 오른 승강장 옆 소나무는 ‘노무현 소나무’로 불린다. 2007년 열차로 원주 가는 길에 동화역에 잠시 내린 노 대통령이 이 소나무를 보고 “참 멋지게 잘 자랐다”며 유심히 들여다봤다고 한다. 동화역은 내년 말 중앙선 복선전철화 공사로 선로가 옮겨가면 폐역이 될 예정이다. 원주투어버스를 타고 동화역에 찾아올 수도 있다. 원주역·버스터미널·만종역·동화역·간현 관광지·원주레일바이크·원주감영 등 원주시내 명소를 도는 시티투어버스다. 매일(월 제외) 약 1시간 간격으로 10회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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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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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반곡동, 치악산 자락에 자리한 반곡역은 간이역으로 불리지만 역 분류상 역장이 배치된 보통역이다. 청량리역 쪽으로 가는 열차 4회, 안동 쪽으로 가는 열차 4회 등 하루 8회 열차가 정차하는데, 원주혁신도시 공기업 등에 근무하는 서울 거주 직원들이 통근용으로 요긴하게 이용한다.
높은 박공지붕이 돋보이는 아담한 역사(1952년 건립·등록문화재)도 아름답지만, 정문 양쪽에 선 늙은 벚나무 두 그루와 곧게 자라 오른 커다란 은행나무가 조용한 역 분위기를 한층 운치 있게 해준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사진가들이 진을 친다. 대합실의 ‘드르르륵’ 하며 열리는 미닫이문 소리도 정겹다.
반곡역 옆에는 반곡역의 옛 모습과 충앙선 건설 당시의 사진들과 설치미술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소공원이 있다. 수령 70~80년의 오동나무·잣나무·가래나무·플라타너스·리기다소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고목들이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곳이다. 낡은 시멘트 기둥도 하나 보인다. 역 개설 초기에 있었던 옛 야적 창고 출입문 기둥이라고 한다. 이곳에 있던 우물 터는 둘러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로 꾸며놓았다.
반곡역 앞마당에 서면 한국관광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빌딩 무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곡역에 도합 10여년째 근무 중인 역무원 정태진(60·전 반곡역장)씨는 “혁신도시 건물들이 들어서기 전에는 탁 트인 경치가 정말 좋았다”며 “특히 저물녘 노을은 황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내년 말께 반곡역은 중앙선 선로가 옮겨지면서 폐역이 되고, 주변 철로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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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본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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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 산성면의 화본역은 관광지로 활성화된 간이역의 본보기가 될 만한 곳이다.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쌍쌍이 손 잡고 팔짱 끼고 찾아오는 볼거리 많은 간이역이다. 사실 화본역도 역 분류상 간이역은 아니고, 역장이 배치된 보통역이다. 하루 6번 열차가 정차(상행 3회, 하행 3회)하는 화본역에는 역장 포함해 6명의 역무원이 근무한다. 역사는 예쁘지만, 오래된 건물은 아니다. 2011년 옛 모습을 되살려 새로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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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본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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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본역 탐방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과거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급수탑(등록문화재)이다. 1930년대 말에 세워진 높이 25m의 시멘트 구조물로, 내부에도 들어가 살펴볼 수 있다. 안쪽 벽면에는 ‘석탄정돈’ ‘석탄절약’ 등 오래 전에 써놓은 구호들도 남아 있다. 급수탑 옆으로 코스모스가 만발한 꽃길이 이어져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이 많다.
화본역사 옆에는 숲속 쉼터도 있고, 열차 카페도 있다. 역 앞 화본마을은 방앗간·정미소·역전상회 등 옛 모습이 꽤 남아 있는, <삼국유사> 주제의 벽화마을이다. 옛 산성중학교에는 1970년대 옛 교실을 재현한 ‘추억의 시간여행’ 공간도 마련돼 있다. 화본마을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이기도 하다.
[ESC] 철도역 종류
철도역은 그 기능에 따라 보통역과 간이역, 신호장으로 나뉜다. 역에 역장을 두고 여객·화물을 취급하는 일반 역이 보통역, 역장 없는 역이 간이역이다. 간이역은 다시 역무원이 배치돼 있는 ‘배치 간이역’과 역무원 없이 열차 승무원이 열차 안에서 표를 끊어주는 업무를 처리하는 ‘무배치 간이역’으로 나뉜다. 신호장은 열차의 교행이나 대피를 위해 설치하는 철도역의 한 종류지만 여객이나 화물은 취급하지 않는다.
이용객이나 취급 화물 증감에 따라 간이역이 보통역으로 격상되기도 하고, 보통역이 간이역으로 격이 낮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간이역이란 이름은 철도역 분류상의 보통역·간이역 또는 폐역이 된 곳 등을 불문하고 역사 규모가 작은 역, 이용객이나 정차하는 열차가 매우 적어 한적한 시골 역을 가리킬 때 자주 쓰인다.
간이역이 이용객이 없거나 선로 이설 등으로 폐역이 되는 경우, 역사를 그대로 보존해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곳도 간이역이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원주·군위 등/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간이역
행정적으로 분류하는 철도역의 하나. 역장을 배치한 보통역과 달리, 역장을 두지 않고 여객 또는 화물을 취급한다. 철도공사 직원이 배치돼 있으면 ‘배치 간이역’, 없으면 ‘무배치 간이역’으로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폐역을 포함해, 작고 조용하고 정겨운 시골 역을 가리킨다. 대부분 간이역엔 일제강점기 수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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