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9.13 10:12 수정 : 2018.09.13 10:19

지난 6일 직장인 안다슬(사진 왼쪽)씨가 퇴근 후 한강에서 전문 강사 박지선씨와 함께 카약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커버스토리 : 퇴근 후 놀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달라진 직장인 저녁
카약·펜싱 등 배움터 찾는 이 많아
일일 체험 플랫폼도 다양···‘워라밸’ 문화 확산에 일조

지난 6일 직장인 안다슬(사진 왼쪽)씨가 퇴근 후 한강에서 전문 강사 박지선씨와 함께 카약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직장인 김이현(34)씨는 요즘 평일 저녁마다 할 일이 많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저녁 7시부터다. 월요일 저녁에는 외국인 요리사에게 영어를 배우며 근사한 음식을 먹고 화요일 저녁에는 노을을 바라보며 야외 요가를 한다. 금요일에는 귀걸이 만드는 수업을 듣거나, 심야 책방에 들러 맥주 한잔을 마시며 조용히 책을 읽는다. 취미 겸 다양한 놀이를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낯선 이들과 친목을 쌓는 건 덤이다.

조만간 한강에 카약을 타러 갈 계획이라는 김씨는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뒤부터 저녁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야간 근무가 줄고 정시 퇴근이 늘면서 저녁은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이 됐다. “어떻게 하면 저녁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김씨에게는 새로운 경험은 곧 ‘놀이’였다.

그러나 저녁마다 이색적인 놀이를 찾아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다행히 김씨는 노는 방법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고 한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일일체험 플랫폼 ‘세븐피엠’, ‘프립’ 등 앱에 열면 야외놀이, 문화·예술 배우기, 만남·친목, 외국어 공부 등 다양한 분야의 취미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하루 클래스를 손쉽게 신청할 수 있었다. 그는 “다음 주 평일 저녁에 즐길 하루 클래스들을 미리 신청해 놨다”며 신청한 목록을 보여줬다. ‘스마트폰 사진 찍는 법’, ‘일일 펜싱 배우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다양했다. 모두 평일 저녁 7∼8시에 시작해 밤 9∼10시에 끝나는 심야 수업이다.

지난 6일 직장인 안다슬(사진 왼쪽)씨가 퇴근 후 한강에서 전문 강사 박지선씨와 함께 카약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매일 저녁 7시에 ‘귀걸이 만들기’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액세서리 공방 ‘킴킴’의 김세희(35) 대표는 지난 7월부터 한 강좌를 더 개설했다고 한다. 저녁 9시에 시작하는 심야 수업이지만 거의 매일 정원 10명이 꽉 들어찼다고 한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수강생이 귀걸이 제작을 배워 자신의 가게에서 판매하려는 패션업계 자영업자분들이었다”면서 “지난달부터 20~30대 직장인 여성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븐피엠’ 태나라 대표는 “지난해부터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내는 단어로 떠올랐다. 이런 추세가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퇴근 후 ‘놀이’ 시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저녁 시간을 활용해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려는 것이 요즘 세대의 놀이 문화다.”

바야흐로 ‘심야족’의 시대다. 나만의 저녁을 특별히 보내는 방법은 많다. 아직 ‘저녁 준비’를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퇴근 후 심야 놀이의 모든 것!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놀이 인간으로서의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의지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막연한 휴식은 놀이가 아니다. 일정한 육체적·정신적인 활동을 통해 정서적 공감과 정신적 만족감이 전제돼야 한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저녁의 삶이 보장되면서 요즘은 ’심야 놀이’가 대세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