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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7 10:15 수정 : 2018.09.07 10:43

카페 홈즈. 이병학 선임기자

커버스토리 : 탐정

차 마시며 추리소설 골라 읽는 북카페·책방
커피숍 카페홈즈·221B, 서점 미스터리유니온
셜록 홈스가 말 걸어올 듯한 분위기
작품 추천해주고 북토크·강연·낭독회도

카페 홈즈. 이병학 선임기자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탐정소설)·드라마·영화를 즐기는 이들은 탐정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명탐정. 실낱같은 단서 하나를 붙잡고, 천재적인 추리력으로 차근차근 사건의 본질을 향해 다가가는 ‘정의의 사도’다. 기상천외한 발상, 박학다식과 통찰력, 끈기와 집중력, 논리적인 추리로 사건 뒷면의 비밀을 파헤치고 범인을 찾아낸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과 재반전을 거듭한 끝에 사건이 해결될 때의 통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추리소설에 매료됐거나, 본격적으로 빠져들고 싶은 이들이 가슴 설레며 찾아갈 만한 곳들이 있다. 방 탈출 카페가 아니다. 추리문학·탐정소설 등을 테마로 내건 북카페들이다. 차를 마시며 추리소설을 골라 읽을 수 있거나, 수시로 추리문학 관련 북 토크, 낭독회 등 행사가 벌어지는 곳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카페 홈즈’

망원시장 부근 도로변 2층에 자리 잡은 북카페다. 2012년 서교동에서 문 연 뒤 지난해 이곳으로 옮겼다. 육중해 보이는, 어두운 회색의 출입문부터가 비밀스럽게 다가온다. 간판엔 ‘세상의 모든 명탐정과 기묘한 이야기들’이라 쓰여 있다.

실내는 작은 도서관 분위기다. 벽면을 따라 1500여권에 이르는 추리소설들이 나라별·작가별로 나뉘어 꽂혀 있다. 곳곳에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입에 문 셜록 홈스 삽화와 포스터 액자들이 걸려 있다. 고양이 형상이나 설록 홈스 피규어, 돋보기, 파이프, 타자기, 사냥 모자 등도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서가 한 구석에는 주인이 읽고 추천한 ‘금주의 미스터리’ 코너도 있고, 특정 작가 책을 진열해 놓고 파는 미니 책방 코너도 있다. 창가 쪽과 주방 옆쪽에는 1~2인용, 4인용 탁자, 중간에는 널찍한 모임용 탁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탁자를 중심으로 추리소설 읽기 모임을 비롯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독서 모임, 합평회 등이 벌어진다.

카페 홈즈 간판. 이병학 선임기자
카페 홈즈. 이병학 선임기자
추리소설이 좋아 직장을 그만두고, 셜록 홈스 이름을 딴 북카페를 시작했다는 주인 이연실(48)씨는 요즘도 하루 일과시간 중 절반 정도는 추리소설을 읽는 데 쓴다고 했다. “요즘 같이 손님이 없을 땐 계속 읽어요.” 카페에 꽂힌 추리소설의 대부분은 이씨가 직접 사들여 읽은 책들이다. 일주일에 2~3권 정도 읽은 뒤 트위터에 간단한 소감을 올린다. 재미있는 책은 ‘금주의 미스터리’로 추천해 책장 한쪽에 전시한다. 다달이 ‘미스터리 영화 감상’, 추리소설가 초청 북 토크 등 행사도 벌었지만 지금은 잠시 중단하고 있다.

카페 홈즈의 서가 장식 소품들. 이병학 선임기자
작품 속 명탐정 4명의 특징을 살려 이름 지은 일명 ‘탐정 헌정 핸드드립’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쌉쌀한 모험의 맛’을 지닌 ‘홈즈와 런던 산책’, ‘때로 시고 때로 달콤한 인생의 수수께끼 같은 맛’의 ‘미스 마플의 정원’, ‘미식 탐정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를 움직이는 진하고 풍부한 맛’을 가진 ‘그레이 멜로 포와로’, 그리고 ‘바위 같은 묵직함과 담백한 쓴맛’의 ‘이웃집 매그레’ 등이다.

차를 마시며 원하는 책을 골라, 원하는 시간 만큼 읽고 갈 수 있다. 월~토 오전 11시~오후 10시 영업. 매주 일요일, 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서울 강남구 논현동 ‘221B’

셜록 홈스 주제의 실내장식을 한 카페다. 카페 이름 ‘221B’는 홈스와 왓슨의 사는 하숙집 주소인 ‘런던 베이커 가 221B 번지’에서 따왔다. 카페(지하 1층) 입구에서부터 의자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셜록 홈스 상이 반긴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 홈스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모습이다. 실내 분위기는 얼핏 보기에 일반 커피숍과 다를 바 없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셜록 홈스 소품과 장식들을 만날 수 있다.

221B 입구 의자에 설치된 셜록 홈스 상. 이병학 선임기자
221B 내부. 이병학 선임기자
221B의 거울 겸 터치스크린. 이병학 선임기자
눈에 띄는 장식은 한쪽 벽면에 설치된 거울 겸 터치 스크린이다. 평소 거울이지만, 손을 대면 드라마 <셜록>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나타난다. 원하는 사진, 영상을 골라 화면에 띄워놓을 수 있다. 벽면과 소파 쿠션, 커피 잔과 휴지 등도 사냥 모자를 쓴 홈스 그림이나, <셜록>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아임 셜록’(I’m sher locked) 문구로 장식돼 있다. 많지는 않지만 추리소설과 잡지도 진열해 놓았다. 추리소설 관련해 벌이는 행사는 없다.

셜록 홈스 콘셉트의 카페답게 부드러운 맛과 함께 청량감이 느껴지는 ‘셜록 커피’, 시금치·파인애플을 짜내 만든 ‘왓슨의 해독주스’ 이름의 음료도 판다. 월~금요일 오전 8시~오후 9시 영업. 토·일요일 휴무.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미스터리 유니온’

경의선 신촌역 옆 골목에 있다. 카페가 아닌, 추리소설을 전문으로 파는 작은 서점이다. 5평도 안 돼 보이는 작은 책방이지만,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선 국내 첫 추리소설 전문 서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주인 유수영(54)씨가 27년간 다닌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2016년 7월 문 열었다.

“책방을 내면서 내건 콘셉트는 추천과 재발견 두 가지입니다. 입문자들에게는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고, 마니아층에는 그동안 놓쳤거나 책을 구하기 어려워 읽을 기회가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해 줍니다.”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이병학 선임기자
기존 서점 추리소설 코너에서는 주로 스테디셀러나 새 책 위주로 팔지만, 여기선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 신진 작가의 작품들까지 구할 수 있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다양한 고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1700~1800여권의 추리소설들이 나라별·작가별·테마별로 분류돼 서가에 꽂혀 있다.

이 작은 서점이 추리소설 애호가들로부터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추리 작가 초청 북 토크, 추리소설 낭독회 등 일반 독자와 작가 지망생, 번역가 지망생들이 놓치기 아까워하는 행사가 수시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매달 1~2회씩 추리소설 작가나 번역가를 초청해 북 토크 형식의 강연회를 진행하고, 한 달에 한번씩은 ‘달밤 낭독회’를 연다. 북 토크는 해마다 테마를 정해 운영한다. 올해의 테마는 ‘미스터리 월드 투어’다. 언어권별·나라별로 매달 진행하는데 지금까지 고전 편·영미 편·북유럽 편·중국 편 등을 마쳤고, 9월엔 일본 편 추리소설 주제의 북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스터리 유니온의 북토크 모습. 사진 미스터리 유니온 제공
낭독회는 애초 보름달이 뜨는 날 밤을 골라 진행했으나, 날짜 맞추기가 어려워 얼마 전부터는 달 밝은 금요일 밤을 골라 2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고 한다. 행사가 있을 땐 비좁은 서점이 꽉 찬다. “꽉 차면 15명이에요. 더 이상은 입장을 못해요.”

서점 한쪽에는 유씨가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테마’ 코너도 있다. 테마에 따라 관련 추리소설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형식이다. 지난 7월의 테마는 ‘괴담과 미스터리’, 8월의 테마는 ‘수학과 미스터리’였다. 8월의 테마 작품으로는 <위험한 비너스>(히가시노 게이고), <천년의 침묵>(이선영),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모래바람>(도진기) 등 10여권이 모아져 있었다. 유씨는 9월의 테마로는 ‘철도와 미스터리’를 골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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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유니온의 행사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된다. 수~금요일 오후 1시~오후 9시, 토·일요일 낮 12시~오후 8시 영업. 월·화요일은 휴무.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추리소설만 1만7000권…부산추리문학관

부산 추리문학관은 1992년 선보인 국내 첫 추리문학 전문 도서관이자 추리문학 북카페 겸 전시관이다.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씨가 사재를 털어 세우고 운영하는 곳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고개에 있다.

건물 앞의 ‘추리문학관’ 글씨를 새긴 대리석 조형물에는 총탄 자국들이 선명해, 방문객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부는 고풍스런 카페, 편안한 도서관 분위기다. 건물은 5층 규모다. 대략 1층은 북카페, 2층은 강연장·세미나실과 김성종 작가 작품 등 전시관, 3층은 도서관으로 보면 된다. 2층에는 셜록 홈스 관련 책과 소품들을 전시한 ‘셜록 홈스의 방’도 있다. 복도 등 이동로 공간에도 저명한 작가들 사진이나 책들, 소품들로 장식했다. 4층·5층은 김성종씨의 작업실 등 개인 공간이다.

[%%IMAGE12%%] [%%IMAGE13%%]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커피·음료가 제공된다. 3층에서 책을 골라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열람실에서 읽어도 되고, 북카페로 내려와 커피 등을 마시며 편안히 독서삼매에 빠질 수도 있다. 북카페엔 작은 원탁도 있고, 소파식 탁자도 있고, 장방형 대형 탁자도 있다. 추리문학관의 장서는 모두 4만8000권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추리소설류는 1만7000여권이다. 일반문학(1만3000여권), 인문사회과학(7500여권) 서적들 외에 3500여권의 어린이 도서들도 갖추고 있어 온가족이 함께 이용 가능하다.

개관 오전 9시~오후 6시30분.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초등생 3000원. 1월1일과 설날 당일, 추석날 당일 등 3일 빼고는 연중 무휴다.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탐정 (detective.探偵)

국어사전의 탐정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직 우리나라 법은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2000년도 초반부터 탐정을 대신하여 민간조사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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