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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6 09:59 수정 : 2018.09.12 20:05

`탐정 참모습 살리기 운동본부'를 창단한 강지형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 : 탐정

‘탐정 참모습 알리기 운동본부’ 대표 강지형
현재 한국은 탐정업 금지
탐정 대신 민간조사원 활동 활발
“법의 사각지대에서 공권력이 닿지 않는 일 처리”

`탐정 참모습 살리기 운동본부'를 창단한 강지형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현행법상 ‘탐정’을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탐정이라는 명칭을 대신하여 ‘민간조사원’ 혹은 ‘민간조사사’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누구를 만날지 결정하기 위해 간단한 탐정 놀음을 시작했다. 별 건 아니고, 인터넷 검색이다. 여자고등학교에서 직업 특강을 했다는 한 민간조사사의 블로그에는 ‘야한 사진’과 맛집 후기, 흥신소 홍보가 가득했다. 한 민간조사단체 누리집에는 ‘현존하는 흥신소 심부름센터 등의 불법 업체와는 전혀 다른 정신적 자격을 갖춘 기업’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여기도 모여서 뭘 먹는 단체 사진이 걸려 있었다. ‘정신적 자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떤 민간조사원은 동종업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문자로 상스러운 욕설을 퍼부었다가 고스란히 갈무리 되어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의 탐정은 먹는 걸 좋아하고 꽤 부주의하다는 인상이 굳어갈 무렵, ‘탐정 참모습 알리기 운동본부’를 창단했다는 이를 발견했다. 민간조사기업 위드맨 대표 강지형씨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 ‘탐정 참모습 알리기 운동본부’를 창단했다. 탐정의 참모습이 뭔가?

“저와 관련된 뉴스는 아닌데, 미디어에서 ‘한국형 셜록 홈스가 온다’하는 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현을 쓴 것을 본 적 있다. 우리는 소송이나 민사재판부 등 다툼이 있는 곳에서 자료 수집을 한다거나 분석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을 한다. 기존 조사 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지난주에 ‘대한 민간조사업 협회’도 창단했다. 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불량 회사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 ‘탐정 참모습 알리기 운동본부’에서 헌혈을 했다. 탐정과 헌혈은 별 관련이 없지 않나?

“불법 흥신소나 파파라치 같은 이들과 다르다는 캠페인이자 봉사 활동이다. 사회와 공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다 같이 헌혈을 했다.”

- 민간조사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탐정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전문가인 내 입장에서 보면 <탐정: 리턴즈>는 고증 자체가 되지 않은 졸작이다. 아무리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라지만 국민이 직업에 대해 오해할 만한 묘사는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강력 범죄를 다루는데, 이는 수사기관의 영역이다. 공무원인 경찰은 공권력을 갖고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지만, 민간조사원이 강력 범죄를 해결하고 대가를 얻을 수는 없다. 보기에는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수입이 없으면 직업이 될 수 없다.”

- 소설이나 영화 속 탐정은 사무소 운영에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다. 민간조사업계 8년 차인데,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거리낄 게 없다. 최근 3년간 월수입은 1500만~3000만원이다. 각자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을 것이다”

- 민간조사원은 어떤 일을 하나? 잠복이나 미행도 하나?

“법의 사각지대에서 공권력이 닿지 않는 일을 의뢰받아 해결한다. 일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퇴직한 직원이 회사 기밀을 파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회사가 수십억의 손해를 입었거나 이를 예방할 목적으로 일을 의뢰하기도 한다. 회사를 대리해 일을 처리한다. 임종을 앞둔 부모가 9~12년 전 가출한 자녀를 찾아 달라는 의뢰도 있었다.”

강지형씨가 의뢰한 이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황당하거나 이상한 의뢰가 있을 법도 한데?

“밤에 바퀴벌레를 잡아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얼마 전에는 남자친구가 변호사인데 그를 찾아달라고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이름이 옹씨여서 ‘옹씨도 있나’ 했다. 티브이를 보지 않아 무슨 연예인 이름인가 했다. 상담하다 보니 말이 아귀가 맞지 않아 결국 의뢰를 거절했다. 나는 의뢰인과의 상담에서 사건의 절반 이상을 풀어내는 편이다. 그만큼 에너지와 노력이 든다.”

- 민간조사원이 되려면 자격증을 따야 하나?

“민간기관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은 있다. 하지만 민간조사원 자격증을 가지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교육기관 등의) 커리큘럼을 보면 보험조사, 교통사고 조사 등이 있지만 교통 경찰관과 경쟁이 안 된다. 사건 현장에 가면 잡상인 취급을 받는다.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지도 않는다.”

- 그렇다면 굳이 민간조사원 자격증을 딸 필요가 있나? 민간기관의 교육 내용이 조사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건가?

“화재 감식은 소방공무원이나 국가 기술자격증인 화재감식평가기사 등이 한다. 보험조사도 전문가들이 있다. 제대로 된 민간조사원을 교육해야 하는데, 국가 정보요원이나 경찰을 양성하는 교육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공권력이 없는 민간조사원이 배워야 할 영역이 아니다. 민간조사원은 기자처럼 공권력 없이 취재하고, 온라인으로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알아내는 일을 한다.”

- 왜 민간조사업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가르치는 걸까?

“이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끌기 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민간조사원 교육에 사설 사격장에서 하는 권총 사격이 대체 왜 포함되는지 모르겠다. 특전사 직업 군인이었던 내가 저격수일 때도 한 달에 총 열 발을 쏠까 말까였다. 담력을 키우기 위해서 굳이 권총을 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쏴서 얻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격증을 따고 배우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이런 내용 정도는 알아야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강연과 저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강지형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이 분야에 문제점은 없나?

“종종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가 보인다. 모 협회 인사로부터 금전적인 요구를 받은 적 있다. 지역 지부장 자리와 방송 노출과 홍보를 도와줄 테니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거절했다. 자신의 얄팍한 이권을 거래하는 이도 있다. 초보자는 자칫 속을 수도 있다. 이 업계에 발을 디딜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 탐정이나 민간조사원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뭘 해야 하나?

“인터넷으로 민간조사업체들을 하나씩 조사해보고 오랫동안 활동한, 믿을 만한 업체를 찾아가 자문 구하고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살펴보길 바란다. 행정사나 손해사정사 자격증 공부를 해서 합법적으로 사실 조사 업무를 할 수도 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외국에선 어떻게 탐정이 되나요?

미국은 6만여명의 민간조사원과 1만여개의 민간조사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주마다 차이가 있으나 민간조사원 면허시험에 합격하거나 2~5년 정도의 일정한 경력이 있어야 활동할 수 있다.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과 같은 중죄를 범하여 유죄판결이 있는 전과가 없어야 한다. 주 정부나 경찰, 법무부, 일반면허기관이 탐정업을 감독한다.

일본의 경우 약 6만여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으며 탐정업체는 5000여 개로 추정된다. 탐정업 법에 의한 신고를 해야 하며 신고 없이 영업하는 경우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엔(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1만여명의 탐정과 500여개의 민간조사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2001년 민간경비업법이 제정되어 민간경비산업면허국(SIA)이 발급한 면허를 받아야 하며, 사무소를 개설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4개국이 신고제나 허가제로 탐정 또는 민간조사원 제도를 운영한다.

유선주 객원기자, 참고자료 <민간조사원(사설탐정)제도의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2009)

탐정 (detective.探偵)

국어사전의 탐정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직 우리나라 법은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2000년도 초반부터 탐정을 대신하여 민간조사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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