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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6 09:57 수정 : 2018.09.06 10:06

최근 탐정이 주인공인 드라마와 영화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인기 있는 대중문화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커버스토리 : 탐정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에 탐정업 제도화 언급
부쩍 주목받는 직업 탐정
최근 영화·드라마에도 추리 탐정물 봇물

최근 탐정이 주인공인 드라마와 영화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인기 있는 대중문화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다음은 추리소설 속 명탐정 4인에 관해 묘사한 글이다. 누구일까?

① ‘버섯이 우산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면 넝마를 걸친 듯한 볼품없는 그의 몰골은 영락없는 버섯이었다.’

② “그 사람 콧수염은 정말 우스꽝스럽더군요. 아마 이발사라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③ ‘그는 여윈 무릎을 그의 매부리코에 갖다 올리며 몸을 웅크렸고 검은 도자기 파이프를 이상한 새의 부리처럼 내민 채 앉아 있었다.’

④ ‘흥이 나서 머리를 벅벅 머리를 긁었는데 그 순간 하얀 비듬이 눈처럼 흩날렸다.’

<힌트>
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키에 낡은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가톨릭 신부. ② 자신의 콧수염과 ‘회색 뇌세포’라는 별명을 몹시 자랑스럽게 여긴다. ③ 걸핏하면 더벅머리를 긁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탐정, 바로 그 사람이다. ④ 일본의 국민 탐정이다. 소년 탐정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의 할아버지.

초라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된 이들이 비상한 두뇌로 사건을 해결하고 거짓을 꿰뚫어 보기 시작하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어린 시절, 탐정은 나 아닌 무언가로 변신하고 싶다는 바람과 남들보다 우수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겹치던 대상이었다.

세상 일이 추리소설처럼 아귀가 딱딱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거칠고 비정한 세계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하드보일드 탐정은 여전히 근사한 존재였다. 탐정사무소는 왜 그렇게 멋져 보였는지. 사설 탐정사를 뜻하는 ‘디텍티브 에이전시’(Detective agency)는 흥신소로도 번역된다. 전자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탐정이 타자기를 두들기고 있다면, 후자는 금목걸이를 걸친 험상궂은 사내가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멋져 보이는 쪽과 되고 싶은 직업이 후자는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집에 공인 탐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탐정업 합법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동국대 법무대학원은 2017년 탐정 법무전공을 신설했다. 단국대 경영대학원은 2018년 9월 ‘글로벌탐정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했다. 영화계에서도 탐정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부쩍 늘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에 이어 <탐정:리턴즈>는 전편 <탐정:더 비기닝>에 성공에 힘입어 제작됐다. 경찰이나 검사, 변호사 외에는 접근할 수 없던 범죄 현장에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는 탐정이 기웃거린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탄 <한국방송>(KBS) 드라마 <오늘의 탐정>도 탐정이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공식적으로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사립탐정’의 이야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니면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 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업으로 하거나, 정보원·탐정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40조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해당 조항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에서는 탐정으로 간판을 걸어서도 영업을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그 때문인지 <오늘의 탐정>은 귀신을 잡는 탐정이 되었다.

탐정 이야기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만약 탐정업이 합법화된다면 어떤 탐정이 등장할까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탐정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흥신소와도 다르다고 주장하는 애매한 자리에 민간조사원들이 있다. 한국민간조사협회에서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지만 국가공인자격증은 아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 문제 정답 ① 브라운 신부 ② 에르퀼 푸아로 ③ 셜록 홈스 ④ 긴다이치 코스케

※ 참고 도서: <브라운 신부 전집-3 의심>,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4-백주의 악마>, <셜록 홈스 걸작선> ‘붉은 머리 연맹’ 편, <백일홍 나무 아래>

브라운 신부(왼쪽). <한겨레> 자료 사진
에르퀼 푸아로. <한겨레> 자료 사진
셜록 홈스(가운데). <한겨레> 자료사진
긴다이치 코스케. <한겨레> 자료 사진

탐정 (detective.探偵)

국어사전의 탐정은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직 우리나라 법은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2000년도 초반부터 탐정을 대신하여 민간조사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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