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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4 11:24 수정 : 2018.08.24 11:48

이천 부래미마을에서 손수건 천연염색 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 이병학 선임기자

커버스토리/농어촌 체험마을
늦여름 휴가 떠날 만한 체험마을 3곳
이천 부래미마을 다양한 체험 인기
주변 볼거리 풍성한 증평 삼기조아유마을
춘천 누리삼마을은 호젓한 청정 산골

이천 부래미마을에서 손수건 천연염색 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 이병학 선임기자

농촌의 생활을 보고 겪고 만들어 먹고 즐기며 누리는 여행이 농촌체험마을 여행이다. 자연 속에서 배우며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 도시민들의 알찬 주말 여행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농촌체험마을 여행의 매력은 체험거리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을의 체험 시설과 선인들의 발자취, 시냇가, 숙소, 식당 등이 모두 농민과 도시민이 만나 대화하고 교류하는 소통의 장소다. 농촌체험마을 여행은 그래서 도시민에게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배우는 기회로 다가온다. 농민들로서는 마을의 전통문화 등 자랑거리를 알리면서 정성껏 기른 농특산물들을 직거래로 팔고 홍보하는 기회가 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볼 만한 여름 휴가지로 추천한 농촌체험마을 3곳을 다녀왔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마을들이다. 자녀 동반 늦여름 가족 휴가지로 선택해볼 만하다.

꾸준히 인기 끄는 1세대 체험마을 이천 부래미마을

“자, 손수건을 잘 접었으면 고무줄로 꽉 묶은 다음, 염료에 담그세요.”

지난 8월10일 오전, 경기 이천시 율면 부래미마을 다목적체험관. 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손수건 천연 염색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강사가 알려준 대로 손수건을 묶은 뒤 조심스럽게 꼭두서니 뿌리로 만든 염료에 담갔다. 잠시 뒤 묶었던 손수건을 풀어 본 어린이들 입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묶는 방식에 따라 손수건에는 예쁜 별 무늬와 하트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이천 부래미마을 천연염색 체험에 참가한 가족들. 이병학 선임기자
화성 태안농협에서 단체로 체험마을을 찾은 어린이와 부모 30여명이다. 이들은 앞서 찐빵 만들기, 깡통열차 타기를 즐긴 뒤 염색체험에 참여했다. 엄마와 함께 온 강민정(10·동탄 솔빛초등학교 3년) 양은 “염색체험도 좋지만, 찐빵 만들기가 더 재밌었다”고 했다. 친구 박채연 양은 “덜컹거리는 깡통열차 탔을 때가 제일 신났다”고 털어놓았다. 염색체험을 마친 가족들은 진행자의 안내로 인절미 떡메치기 체험장으로 향했다.

부래미마을은 2003년부터 도시민 대상의 체험행사를 시작한 1세대 농촌체험마을이다. 가까운 곳에 강도 계곡도 없고, 이렇다할 볼거리도 없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1만명 안팎의 단체·가족 체험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끄는 바탕에는 다양하고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 있다. 29가구 70여명의 주민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회의를 거쳐 해마다 새로운 체험행사를 선보이는 한편, 기존 인기 프로그램들의 짜임새를 보강한다.

부래미마을 찐빵 만들기 체험에서 어린이들이 만든 찐빵. 이병학 선임기자
“우리 마을엔 멋진 경관도 특별한 볼거리도 없다. 오직 프로그램으로 승부한다. 체험 운영은 그 분야에 달통한 주민이나 외부 인사가 맡는다. 운영진과 부녀회 등 주민들의 손발도 척척 맞는 것도 자랑거리다.” 마을운영위원장 김영국씨의 말이다.

먹거리체험, 수확체험, 문화체험 등 철마다 바뀌는 실내외 상설 프로그램은 기본이다. 주변에 계곡이 없어 이동식 물놀이시설을 설치했고, 볼거리가 없어 사륜오토바이에 드럼통을 연결한 ‘깡통열차’를 만들어 타게 하니 아이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4인실, 6인실 등 12개 객실의 숙박비를 성수기나 주말에도 5만원, 7만원 등으로 고정한 것 역시 체험객들로선 신뢰가 가는 부분이다.

부래미마을의 늦여름~가을 수확체험 행사로는 포도 따기와 고구마 캐기, 쌈채소 수확(이상 8월 말~9월), 배 따기와 벼 베기·탈곡 체험(10월) 등이 있다. 천연염색·도자기·짚풀공예·사물놀이·떡메치기·송편만들기·만두만들기 등은 연중 진행한다.

이천 어재연 장군 생가. 이병학 선임기자

부래미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율면 산성리에는 볼거리가 있다. 조선 후기의 명장 어재연(1823~1871) 장군의 생가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에 맞서 싸웠던 그는 미국 함대가 쳐들어오자(신미양요) 강화도 광성진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생가는 19세기 초에 지어진, 꽤 큰 규모의 고색창연한 초가다. 수령 100년이 넘은 커다란 느티나무도 있다.

부래미마을 정보/ 물놀이장은 9월 초까지만 운영한다. 10월에 ‘부래미 메뚜기축제’를 연다. 논에서 메뚜기를 잡아오면 일정량의 이천쌀과 교환해 준다. 최대 숙박 인원 58명. 경기도 이천시 율면 금율로 640번길 150. 누리집(www.buraemi.com). (031)643-0817.

구경거리·배울거리 가득한 증평 삼기조아유마을

충북 증평군은 1읍·1면·27법정리로 이뤄진 작은 지자체다. 2003년 괴산군에서 떨어져나와 독립했다. 이 작은 군 남쪽 끝에 거북이 앉은 모양이라는 좌구산(657m)이 있다. 크지는 않아도 휴양림이 있고 천문대도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이 산 북서쪽 자락에 아담한 삼기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 밑에는 2014년 운영을 시작한 농촌체험마을 삼기조아유 마을이 있다. 증평읍 남차3리다. ‘삼기’는 청주·괴산·증평이 접하는 곳으로 세 지역의 기가 모인다는 뜻이다.

지난 8월10일 이 마을에선 참깨 수확이 한창이었다. 참깨를 베어 다리 난간을 따라 세워놓고, 일부는 참깨를 털고 있었다. 일꾼은 주민이 아닌 충북대 봉사활동 동아리 ‘로타랙트’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농촌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모두 처음 해보는 참깨 수확이지만, 마을 위원장의 도움 아래 참깻단을 나르고 막대기로 털어 참깨를 모았다. 학생들은 농부의 땀이 밴, 그야말로 ‘깨알 같은’ 수확물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었다. 이동식 물놀이시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학생들은 다시 마을 위원장을 따라 고추 따기, 방울토마토 따기에 나섰다.

증평 삼기조아유마을 참깨 털기. 이병학 선임기자
증평 삼기조아유마을 방울토마토 따기. 이병학 선임기자
증평 삼기조아유마을 고추 따기. 이병학 선임기자
신진교 마을운영위원장은 “참깨 수확체험은 체험비 1만원을 내면, 직접 베고 나르고 털어서 한 봉지(600g)씩 가져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오디 따기(봄), 옥수수 따기(여름), 사과 따기(가을) 등 농산물 수확체험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상시 체험행사로 삼색 인절미 만들기, 비누 만들기, 사과잼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등도 진행한다. 특히 팥·계피·콩을 이용해 삼색의 고물을 입힌 인절미 만들기 체험이 인기라고 한다.

체험행사도 흥미롭지만 마을 주변에 볼거리도 많다. 신 위원장은 수시로 체험객들을 안내해 삼기저수지를 한바퀴 돌며 볼거리·자랑거리를 설명해 준다고 했다. 물가로 나무데크를 설치해 조성한 3㎞ 길이의 산책로가 있다. 옛날 과거시험 보러 떠났던 선비를, 한 처녀가 밤마다 등잔불을 켜들고 나와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따와 ‘등잔길’이라 이름 붙인 저수지 둘레길이다. 40분이면 한바퀴 돌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고려시대 불상(율리 석조관음보살입상)도 만나고, 윗마을 율리(밤티) 출신의 조선시대 ‘독서왕’ 백곡 김득신의 이야기도 만난다.

증평 삼기저수지 둘레길(등잔길). 이병학 선임기자
증평 율리 도로변에 설치된 김득신 일대기 벽화. 이병학 선임기자
[%%IMAGE11%%] 마을의 자랑이라는 김득신(1604~1684)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기만성’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았던 그는 글을 수십, 수백번 읽어도 외지 못하는 둔한 아이였다. 하지만 부친의 배려와 격려로, 책들을 무수히 되풀이해 읽은 끝에 조금씩 글을 깨치게 됐다. 수십권의 책을 각각 수만번씩 읽었다고 전해온다. 그리고 마침내 나이 59살에 이르러 과거에 급제하게 된다. 율리 마을에 느림과 대기만성을 테마로 한 공원(별천지공원)이 조성돼 있다. 마을 도로변과 뒷산의 김득신 묘 주변에는 일대기를 적은 벽화, 시비도 세워놓았다.

좌구산 휴양림 주변에서는 230m 길이의 구름다리(출렁다리) 건너기, 숲속 줄타기(집라인) 등도 즐길 수 있다. 좌구산 천문대를 찾아 태양, 달, 별, 은하수, 성단, 성운 등도 관찰해볼 만하다.

[%%IMAGE12%%] △삼기조아유마을 정보/ 미리 예약하면 체험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직접 만든 두부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율리손두부식당과 체험마을식당은 매일 두부를 직접 만드는 집이다. 순두부·모두부·두부전골이 두루 맛있고 반찬들도 먹을 만하다. 8월25일(토) 저녁 7시 삼기저수지 야외무대에서는 색소폰동호회가 벌이는 제2회 어울림 색소폰 앙상블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 휴양로 100. 누리집(www.samgijoayu.co.kr), (043)836-5771.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 머물기, 춘천 누리삼마을

춘천시 북산면 조교1리. 소양호 물가의 오지 마을이다. 행정구역은 춘천시이지만 소양호가 생기면서 육로가 끊겨, 홍천군 쪽 길을 이용하며 사는 동네다. 소양댐 선착장을 오가는 정기 배편이 있었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어 주민들이 중단시켰다. 요즘엔 필요한 때만 연락해 배를 부른다.

[%%IMAGE13%%] 거대한 호수와 높은 산에 막혀, 일부 낚시꾼 외엔 찾는 이가 거의 없던 이 마을이 2년 전부터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40가구 69명의 주민이 합심해 운영한다. 산양삼을 키우며 살던 주민들이 체험 프로그램과 숙소, 건강 식단을 마련하자 한적한 산골 마을을 선호하는 도시민의 발길이 늘고 있다. 마을 별칭(누리삼)엔 ‘자연을 누리시라’는 뜻과 ‘삼 키우는 마을’이란 뜻이 담겨 있다.

이 마을의 자랑거리는 오염원 하나 없는 깨끗한 자연이다. 도토리묵 만들어먹기, 수제비 만들어먹기, 찰옥수수 따서 쪄먹기, 목공예 등 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방문객들은 깨끗하고 그늘진 계곡 물길에서 놀고 쉬는 걸 선호한다. 골이 좁고 수량도 비교적 적지만, 가재도 살고 버들치도 사는 청정 물길이다.

[%%IMAGE14%%] [%%IMAGE15%%] 마을 사무장 황희숙씨가 말했다. “체험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오는 분들이 모두 체험보다는 계곡에서 지내는 걸 좋아해요. 하루종일 거기서 쉬다 밥 먹을 때만 나옵니다.” 그만큼 물이 깨끗하고 한적한 마을 계곡이 마냥 쉬고 싶어지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IMAGE16%%] 마을 부녀회에서 직접 채취한 질경이·곰취·더덕·표고버섯 등을 이용해 차려내는 행복밥상(시골밥상)·누리삼밥상(산채비빔밥)·건강밥상(산채정식) 등 상차림도 훌륭하다. 숙소는 체험관에 큰 방이 2개, 작은 방이 4개 있고, 별도 펜션이 3동 있다. 황씨는 “손님 중엔 떠나면서 다음에 올 날짜를 예약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면서 “여기가 더이상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IMAGE17%%] △누리삼마을 정보/ 올 가을에 진행할 프로그램으로는 알밤 줍기, 더덕 캐기, 표고버섯 따기, 목공예 체험 등이 있다. 단풍 드는 시기엔 주민 안내로 단풍이 아름다운 중밭골-선녀탕-임도길을 따라 단풍 트레킹도 진행한다.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원동조교로 601-45. 누리집(www.nurisam.co.kr). (033)243-7877.

※ 이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기획했습니다.

증평 이천 춘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농어촌체험마을

도시민들이 농·어촌의 일상적 삶과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며 쉴 수 있도록 조성한 마을. 주로 정부 각 부처의 지원을 받아 체험시설·숙소 등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마을의 장점을 살린 체험·먹을거리를 발굴해 운영한다. 도시민들은 농어촌의 일상을 체험하며 쉬고, 마을 주민들은 프로그램 운영과 생산물 판매로 수익을 얻는다. 2000년대 들어 선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국내 여행의 인기 테마로 자리잡았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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