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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4 11:17 수정 : 2018.08.24 11:23

볼음도 영뜰해변 앞 갯벌. 경운기를 타고 30분쯤 달려 도착한 곳에서 체험객들이 백합을 채취하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커버스토리/ 농어촌 체험마을
인천시 강화군 볼음도·주문도 갯벌
경운기 타고 30분 나가 해산물 채취 체험
크고 맛있고 비싼 고급 조개 백합 지천
볼음도 800살 은행나무, 주문도 100년 된 교회도 볼만

볼음도 영뜰해변 앞 갯벌. 경운기를 타고 30분쯤 달려 도착한 곳에서 체험객들이 백합을 채취하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8월 막바지. 너무 더워 여름휴가 엄두를 못냈던 분들도 이제 좀 움직여볼 만한 때다. 늦여름이자 가을의 문턱에서 누리는, 고향 같고 외할머니댁 같은 시골 마을에서 1박2일 일정은 어떨까. 농촌·산촌·어촌 마을 주민이 합심해 다채롭고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도시민을 기다린다. 늦여름, 늦휴가를 계획한 가족을 위해 주요 농촌·어촌 마을이 벌이는 체험행사를 모았다. 먼저, 광활하고 깨끗한 갯벌에서 맨발로 조개 캐고 게 잡는 어촌 체험마을로 간다.

“우와 진짜 넓다. 아직 멀었나요? 벌써 30분 가까이 달려왔는데.” 파라솔 달린 경운기를 타고 흔들리며, 체험객들이 운전하는 주민에게 묻는다. “더 나가야 많이 잡혀요. 난간 꽉 잡으세요들.” 끝이 어딘지 눈이 가 닿지 않는 갯벌 지평선. 한없이 줄지어 박힌 말목을 따라 경운기는 달리고 또 달린다. 떠나온 해변은 아득하게 멀어져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의 영뜰 해변 갯벌이다. 서도면에 속한 볼음도·주문도·아차도 일대의 갯벌의 물이 완전히 빠져나가면, 각각 본섬 서너 배 크기의 갯벌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 광활한 갯벌은 온갖 해산물을 품은, 주민들의 보물창고다. 체험객들이 노리는 건, 조개 중에서도 맛있고 크고 비싼 고급 조개, 백합이다. 서도면 일대 갯벌에는 백합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체험객들이 찾아든다.

이윽고 경운기가 멈춰섰다. 안내 주민은 체험객들에게 채취 도구인 ‘그레’와 갈퀴, 그리고 작은 양파 망을 하나씩 나눠주고 사용법을 일러줬다. ‘그레’(끌개)는 칼처럼 날을 세운 납작한 쇠붙이 양쪽을 줄로 묶어, 뻘 밑을 끌어당겨 훑도록 만든 조개 채취 도구다.

백합 채취에 나선 여행객들. 이병학 선임기자
“줄을 허리에 걸고 뒷걸음질치면서 쇳날이 뻘 속 3~4㎝ 깊이를 유지하도록 팽팽하게 끌면 됩니다. 뭔가 툭 걸리는 느낌이 오면 멈추고 갈퀴나 호미로 파보세요.” 경운기 2대에 나눠타고 온 가족 체험객 10명은 신발·양말을 벗고 맨발로 갯벌에 흩어져 ‘그레질’을 시작했다. 신발을 신으면 뻘흙이 달라붙어 무거워지므로 맨발이 좋다고 했다. 보드라운 뻘흙이 맨발에 기분좋게 감겨온다.

“잡았다!”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여기저기서 즐거운 탄성이 들려온다. 큼직한 백합 조개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안내 주민은 “백합이 잡힌 곳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라”고 했다. 백합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허리에 찬 앙파 망은 금세 백합들로 묵직해졌다. 아이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더위를 잊은 채 엄마·아빠가 찾아낸 백합을 갈퀴로 캐내고, 돌게도 잡으며 갯벌 체험의 진수를 누렸다. 잠시 뒤 일행은 다시 경운기를 타고 10분 쯤 더 안쪽으로 들어가 백합잡이를 계속했다.

‘그레’(끌개)라는 채취도구로 백합을 찾아낸다. 이병학 선임기자
직접 그레질을 해봤다. 백합이 쇳날에 툭 걸리는 느낌이 올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 갈퀴로 파보면 어김없이 묵직한 백합이 걸려나왔다. 1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열댓 마리나 잡았으니 쏠쏠한 수확이다. 체험객들은 2시간에 걸쳐 저마다 망을 반쯤 채울 정도의 수확을 누렸다.

중국 광저우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 왔다는 교포 최문봉씨는 “아내와 딸아이가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며 흐뭇해했다. 딸 유진(10) 양은 “큰 조개를 많이 잡아 정말 신난다”면서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볼음도 갯벌에선, 체험비 1만원과 입장료 3000원을 내면 주민의 안내로 영뜰해변 갯벌로 나가 잡는 법을 배운 뒤 직접 채취해 1인당 3㎏까지 가져갈 수 있게 한다. 10여곳의 민박집들에 요청하면 백합 채취체험을 할 수 있다. 민박집 예약 때 물때를 확인해 둬야 한다.

직접 잡은 백합 조개를 보여주는 어린이. 이병학 선임기자

일부 민박집에서는 개막이(건강망) 체험도 할 수 있다. 갯벌의 일정 구간을 그물로 막은 뒤 한가운데에 그물망을 설치해 두고 물이 빠져나갈 때 걸려든 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 방식이다. 볼음1리 섬마을민박집 정기현씨는 “백합 채취 체험객들이 요청하면, 물때가 맞을 경우 그물 거두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대개는 예약을 받아, 설치해 둔 그물을 통째로 판매할 때가 많다고 한다. 개막이 체험에는 병어·숭어·농어·밴댕이 등 어종이 풍성한 5~6월이 좋지만, 9~10월에도 꼴뚜기·황석어·조기·꽃게 등이 많이 잡힌다.

개막이 그물(건강망)로 잡은 꼴뚜기 등을 손질하고 있는 볼음도 주민. 이병학 선임기자
볼음도와 아차도·주문도 세 섬은 가까이 모여 있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을 떠난 차도선은 1시간20분이면 먼저 볼음도에 닿고, 차례로 아차도와 주문도에 들른다. 볼음도에서 아차도는 약 15분 거리, 아차도에서 주문도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주문도는 서도면의 면소재지 섬이다. 볼음도(120가구 250명)보다 크기는 작지만, 인구는 170가구 370여명으로 더 많다. 주문도에서도 백합 채취 체험을 할 수 있다. 경운기는 쓰지 않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체험객들이 알아서 갯벌로 걸어나가 채취하도록 한다. 단, 주민들의 어장 표시(말목) 밖으로 나가면 안되고, 1인 채취량 3㎏ 이내 규정을 지켜야 한다. 민박집에서 호미·갈퀴를 빌려주고 백합 망도 준다. 주문도에는 뒷장술·앞장술·대빈창 세 곳의 해변이 있는데, 백합 채취는 뒷장술 해변에서만 가능하다. 20가구, 40여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 아차도에서도 일부 민박집을 통해 백합 채취 체험을 할 수 있다.

볼음도 민박집의 병어회덮밥. 이병학 선임기자
볼거리로는 볼음도의 800년 수령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와 주문도에 있는 1923년 지은 교회 서도중앙교회(옛 진촌교회)가 있다. 볼음도 은행나무(수나무)는 본디 황해도 연안군 호남리 바닷가에 암나무와 함께 심어져 있었는데, 홍수로 뽑혀 떠밀려와 주민들이 건져 심었다는 나무다. 지난 8월17일 볼음도 은행나무 앞에서, 남북으로 헤어진 ‘부부 은행나무 기리기’(생일상 차려주기) 행사가 열렸다(<한겨레> 8월16일치 기사 ‘800살 은행나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이요~’ 참조).

볼음도의 800년 된 은행나무. 이병학 선임기자
주문도의 1923년 건립된 서도중앙교회 내부. 이병학 선임기자
주문도 서도중앙교회는 당시 주민들의 헌금을 모아 건립한 교회로, 한식·서양식이 섞인 건물이 볼 만하다. 내부에는 교회에 종을 기증한 이를 기리는 기념서 현판(1927년), 교사 건립 등 교육에 헌신한 두 사람을 기리는 영세기념사 현판(1926년) 등이 걸려 있다.

[%%IMAGE11%%] 볼음도·주문도·아차도에는 상시적으로 문을 여는 식당은 없다. 일부 민박집에서 식당을 겸하는데, 예약을 하면 백반·해물찌개·회 등의 식사를 할 수 있다.

농어촌체험마을

도시민들이 농·어촌의 일상적 삶과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며 쉴 수 있도록 조성한 마을. 주로 정부 각 부처의 지원을 받아 체험시설·숙소 등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마을의 장점을 살린 체험·먹을거리를 발굴해 운영한다. 도시민들은 농어촌의 일상을 체험하며 쉬고, 마을 주민들은 프로그램 운영과 생산물 판매로 수익을 얻는다. 2000년대 들어 선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국내 여행의 인기 테마로 자리잡았다.

볼음도·주문도(인천)/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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