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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9 09:43 수정 : 2018.08.09 09:56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커버스토리

청소하는 나, 서비스받는 나 분리
청소의 즐거움 느끼게 해주는 법
최근 가사·청소 서비스 이용 인구 많아져
유품정리·특수 청소 분야도 생겨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내 손을 거쳐 말끔해지는 과정이 싫지 않지만, 알다시피 청소라는 게 끝이 없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속하니 성과나 보람도 옅다. 해서, 한 가지 꾀를 냈다. 일명 ‘조삼모사 청소법’이다. 외출 전에 청소하고, 돌아와서 깨끗한 집에 깜짝 놀라고 기뻐하는 것이다. 어차피 나의 노동력을 쓰는 일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노동을 제공하는 ‘나’와 그 서비스를 받는 ‘나’를 시차를 두고 분리하는 방법이다. 조금 멍청해지면 된다. 덕분에 깨달은 것도 있다. 내가 멍청해지면서까지 만들어내고 싶었던 건, 내 노동에 따르는 보상과 가치였다.

<청소 끝에 철학>을 쓴 임성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체적인 잉여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해 이윤추구가 불가능한 가사노동은 여전히 폄하된다’고 짚었다. 엄마나 아내가 하는 청소에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그렇게 특정 가족 구성원에게 미뤄지는 무보수 노동이었던 청소는 비용이 발생하면서 비로소 가치가 구체화한다.

이에 대해 저자의 동생이 가사도우미를 이용했던 경험을 풀어놓은 대목이 흥미롭다. 자신의 일손을 덜어주던 가사도우미에게 일이 생겨 자신이 직접 청소를 해야 하는 날에는 돈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는 것이다. 가사도우미를 쓰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뿌듯함이라고 했다. 청소가 돈으로 환산되면서 구체적인 가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방송>(KBS)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는 육아로 지친 주부의 집에 방문한 ‘하우스 헬퍼’ 김선생(하석진)이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엄마와 아이는 곤히 낮잠을 잘 수 있는 평화로운 시간을 얻는다. 회사에 다니거나 육아를 하면서 청소까지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 스스로 청소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거나 나를 대신할 노동력이 필요할 때, 더러운 옷은 세탁소에 맡기듯, 전문가에게 청소를 맡길 수 있다. 이젠 큰살림을 꾸려가거나 여유 있는 사람들만 청소를 남에게 맡긴다는 생각도 옛날이야기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1인 가구 박영진(가명)씨는 가사청소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한다. “자그마한 원룸에 뭐하러 사람을 부르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 출근하는 평일에 청소를 맡겼더니 주말에 밀린 청소와 빨래를 하느라 종일 집에서 동동거리지 않아도 됐다”고 말한다. 박씨는 주말엔 서점에 가거나 미술관에 간다. 청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박씨처럼 ‘남의 손’에 청소를 맡기고 생긴 시간을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쓰는 20~30대도 많아졌다.

타인의 도움을 구해야만 하는 특별한 청소도 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앓는 이의 거주지를 회복시키는 청소,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혼자 떠난 이들의 자취를 정리하는 유품정리인이 하는 일이 그렇다. ‘고독사’가 예외적인 불행이거나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최후로 얘기되는 세상이지만, 앞으로는 혼자 살다가 혼자 떠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는 버리기 열풍이 불었다. 통제 가능한 범위의 물품만 가지고 사는 일본의 미니멀리스트는 살아가는 동안의 안전뿐만 아니라, 짐을 남기지 않고 간소하게 떠나는 말년까지 고려한다. 내가 떠나고 없는, 내일의 청소를 생각해 보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이번 주 ESC는 청소와 정리가 주제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청소의 기쁨을 느껴보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그 대신, 요즘 늘어나는 ‘남이 해주는 청소’의 기쁨이나, ‘청소’의 개념을 더 확장한 인간관계 정리, 누군가 영영 떠난 자리를 정돈하는 유품정리인 등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담았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청소 주거의 내외를 청결하게 보존하고 위생적, 능률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정돈하는 일. 최근엔 이사청소, 특수청소, 가사청소 등으로 영역이 세분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한편, 출판물로 접하는 청소는 장기 청소, 마음 청소, 생각 청소 등, 자기계발과 실용, 건강과 심리 분야까지 뻗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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