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2 09:43
수정 : 2018.08.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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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사진 전문가 권오철 작가가 지난 28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한 개기월식과 은하수 사진. 은하수 왼편의 붉은 점이 개기월실 중인 달. 그 아래 빛나는 별이 지구에 가까이 접근한 화성이다. 사진 권오철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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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밤하늘 & 우주
화성 대접근·페르세우스 유성우·은하수의 항연
바라보기만 하던 우주로 한 발 더 다가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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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사진 전문가 권오철 작가가 지난 28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한 개기월식과 은하수 사진. 은하수 왼편의 붉은 점이 개기월실 중인 달. 그 아래 빛나는 별이 지구에 가까이 접근한 화성이다. 사진 권오철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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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새벽 3시40분 서울 마포구의 한 공원.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득 찬 보름달이 조금씩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를 지나는 개기월식이 있던 날이었다. 하필 구름이 꼈다. 아쉽게도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진 달은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다. 아쉽지만, 아쉽지 않다. 여름 밤하늘의 파티는 이제 시작이니까.
여름, 뜨겁고 긴 낮이 지나고 짧은 밤이 찾아온다. 고요할 줄만 알았던 밤하늘에 왁자지껄 파티가 열린다. 소리 없는 파티. 우주 공간에 펼쳐지는 별들의 잔치다. 게다가 올해 2018년 8월 밤하늘 파티는 더 성대하다.
달이 뜨면, 그 남동쪽에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보인다. 인간이 직접 가 닿길 소원하는 태양계 행성, 화성이다. 이 주황빛 별이 유독 크게 보이는 건 화성이 지난 27일 ‘충’(지구에서 봤을 때 행성이 태양의 정반대에 위치하는 때)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또 이때는 지구와 화성이 아주 가까워지는 ‘화성대접근’이 일어난다. 화성 충은 2년2개월여만에 한 번씩 돌아오지만, 대접근은 약 15년만에 한 번씩 일어난다. 이때 화성의 밝기는 가장 멀 때와 비교해 16배나 밝아진다. 한국천문연구원 이서구 대국민홍보팀장은 “이번 화성 충은 27일이지만, 실제로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때는 7월31일이다. 지구와 화성이 다른 타원궤도로 공전하고 있어 두 행성의 진행 방향이 기울어져 일어나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충’은 시점을 일컫지만, 화성을 크게 볼 수 있는 때는 충을 기준으로 앞뒤로 2주가량이 되기 때문에 8월 둘째 주까지는 화성 관측의 최적기이다.
8월13일 새벽에는 별똥별 잔치가 열린다.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내리는 날이다. 염범석 전북과학교육원 주무관은 “예보상으로는 이날 시간당 최고 110개의 유성이 떨어진다고 나온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잔해를 남기고 지나가는데, 이 잔해가 지구 대기에 부딪힐 때 관측할 수 있다. 이번에는 초승달이 떴다가 빨리 져서 유성우 관측에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늘에 흐르는 강, 은하수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빛 공해가 심한 도심에서는 관측이 어렵다. 8월 중 대기가 맑고, 달빛이 밝지 않고, 인공 빛이 드문 변두리를 찾아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온갖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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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사진 전문가 권오철 작가가 지난 28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한 밤하늘. 보름달이 떠 있어 은하수와 화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밝게 빛나는 달 바로 아래 작은 점이 화성이다. 사진 권오철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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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 그리고 별이 있는 ‘우주’를 향한 호기심과 거기에 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그칠 줄 모른다. 바라보는 것에 만족할 수 없는 인간은 이제 곧 본격적인 우주여행을 시작할 태세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세운 ‘블루 오리진’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는 내년께 각각 카르만 라인(고도 100㎞ 상공의 선. 지구 대기권과 우주 공간을 구분하는 선)과 달 궤도를 다녀오는 유인 시험비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에서 얼어 있는 물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인간은 이제야 우주를 ‘알아가는’ 중이다. 우주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를 겨우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저~기에 존재할 뿐인 우주에 끌리는 이유다. 별들의 잔치가 열리는 여름 밤하늘을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또 한 명의 우주 마니아는 이렇게 탄생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8월 우주 이벤트
다양한 천체 이벤트가 밤하늘에 펼쳐지는 8월, 전국 곳곳의 천문대가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개방 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도심은 인공 빛의 공해가 심해서 별을 보기 힘들지만, 독특한 콘셉트의 전시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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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반딧불이천문대.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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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빛 샤워하러 갈래요?
경북 영양군의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8월19일까지 운영 시간을 3시간 연장해 운영한다. 평소 저녁 8시면 문을 닫았지만, 휴가철을 맞아 휴관일인 월요일에도 문을 열고, 밤 11시까지 천문대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가 있는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민간단체 ‘국제밤하늘협회’에서 지정한 보호공원 중 한 곳이다. 빛 공해가 심하지 않아 은하수나 유성우를 관측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충남 청양군의 칠갑산천문대는 8월10일부터 12일까지 ‘별똥별 파티’를 연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극대기를 맞아 진행한다. 나만의 별자리 컵 만들기, 별 도자기 목걸이 만들기, 야간 관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양군 자연생태공원관리사업소 반딧불이천문대는 여름휴가 기간을 맞아 28일부터 8월19일까지 3시간 연장 운영 및 월요일도 휴관 없이 정상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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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전시 ‘갤럭시 오디세이 전: 마쓰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사진 ’마츠모토 레이지 프로젝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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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텔·철이와 다시 떠나는 우주여행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이 문구를 읽고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면, 당신은 ‘은하철도 999’ 세대라 불러도 무방할 테다.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 ‘갤럭시 오디세이 전: 마쓰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가 서울 용산구 나진전자상가 12·13동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마쓰모토 레이지 탄생 80돌을 기념해 마련됐다. 10팀의 국내 예술가들이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은하철도 999’를 오마주(예술인의 업적을 기리는 행위)해 창작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은하철도 999’ 주인공인 메텔과 철이를 가상의 우주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는 브이아르(VR·가상현실) 체험 코너 등도 마련됐다. 전시는 10월30일까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우주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 올 여름 밤하늘, 별들의 잔치가 이어진다. 8월 밤하늘에는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고, 크고 밝은 화성도 볼 수 있다. 맑은 날 빛 공해가 적은 교외로 나가면 밤하늘에 흐르는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닿을 수 없어 한없이 낭만적인 우주. 이제 인간은 우주여행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낭만도, 환상도 깨질지 모르지만, 우주를 향한 탐사선에 몸을 실어 화성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깊어만 간다. 한낮의 열풍에 갇힌 인간은 우주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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