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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2 09:27 수정 : 2018.08.02 09:40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노원우주학교를 찾은 윤지후(4) 어린이가 조명이 별처럼 빛나는 3층 복도에 멈춰섰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 우주
빅히스토리관·천체투영관 있는 노원우주학교
맥주와 함께 우주 이야기 듣는 과학책방 갈다
재미있게 천문우주 지식 전파하는 우주라이크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노원우주학교를 찾은 윤지후(4) 어린이가 조명이 별처럼 빛나는 3층 복도에 멈춰섰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은 원래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이뤄진 존재들 입니다.”(<칼 세이건의 말> 가운데) 우주와 인간의 연결은 이렇게 이뤄진다. 우주에 대한 질문과 호기심이 쓸모 있는 이유다. 알려지지 않은 우주의 면모만큼 우주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은 크고, 팽창하는 우주만큼 그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궁금증들, 어디서 풀 수 있을까?

“과학관에 아이와 함께 오시는 부모들이 더 흥미로워할 때도 있다. 과학관이 꼭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닌데, 한국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7월21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노원우주학교를 찾았다. 이곳은 서울시민천문대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6월 노원우주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날 만난 이정규 관장도 취임한 지 갓 1년이 넘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천문학자다.

이정규 관장이 소개한 노원우주학교의 곳곳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어린이·청소년·성인이 눈여겨 읽고 볼 만한 천문학 지식이 가득했다. 3층의 빅히스토리관에 들어서자 이 관장의 본격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빅 히스토리는 말 그대로 크게 보는 것이다. 138억년 우주의 역사 연장선에서 지구의 역사, 생명과 인간의 역사를 빅 히스토리는 포괄적으로 살펴본다.” 인간이 우주에서 비롯됐다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이 이 관장의 설명과 함께 떠올랐다. ‘빅 히스토리’는 오래 이어져 온 학문적 역사가 있으리라 여겼는데, 생각보다 그 역사는 짧았다. “1980년대 말부터 데이비드 크리스천(오스트레일리아 매쿼리대학교가 세운 빅 히스토리 연구소의 소장)이 정립해 온 학문이다.”

우주학교에는 빅히스토리관뿐만 아니라 별자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돔형의 천체투영실과 실제로 하늘 밖 별을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관측실도 있다. 천체투영실에서는 특수 촬영·편집한 돔 영상을 상영하기도 한다. 이정규 관장은 “성인들을 대상으로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 모임’이 있다. 이 강의에 참석하기 위해 구로구에서 2시간 걸려 노원구까지 오는 열성 참가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책방 갈다에서는 맥주와 우주 이야기가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진 과학책방 갈다 갈무리
어른을 위한 본격 우주학교를 여는 곳도 있다. 우주 이야기에 맥주를 곁들인다. 지난 6월 초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문을 연 과학책방 ‘갈다’에서 ‘별.밤.책.술’ 프로그램이 열린다. 8월4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이 강의에 곁들이는 맥주들의 이름이 하나같이 반짝거린다. ‘은하고원’, ‘블루문’, ‘에스트레야’(스페인어로 ‘별’이라는 뜻). 천문학자인 이명현 갈다 대표는 “한여름 밤에 시원하게 강연장에 모여서 술도 마시고 별 이야기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별.밤.책.술의 첫번째 프로그램 ‘은하고원’편의 강연자로 나서기도 한다. ‘은하고원’은 일본 우주문학의 대표작가인 미야자와 겐지 탄생 100돌을 기념해 만들어진 맥주의 이름이기도 하다.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은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에게 영감을 줘 그 뒤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프로그램 중에 <은하철도 999>를 보고, <은하철도의 밤>을 함께 읽는다.

말랑말랑하고 재미있게 우주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들도 있다. 온갖 콘텐츠 플랫폼을 다 이용한다. 대한민국 우주 외교관으로 천문우주 과학과 대중을 잇는 역할을 자처하는 이들이 모인 ‘우주라이크’(WouldYouLike) 이야기다. 이들은 2011년 창간호를 펴낸 천문우주 전문잡지 <우주라이크>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유튜브까지 손을 뻗지 않은 플랫폼이 거의 없다. 유튜브에는 자체 제작 우주 덕후(마니아) 시트콤 ‘오늘 점심은 일식’까지 만들기도 했다. 우주 덕후가 소개팅에 나갔을 때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했다. 우주라이크 팟캐스트에서 ‘적색거성’이라는 별명을 쓰고 있는 장예슬씨는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를 다루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천문학이 현실에서 직접 쓰이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우주를 좋아하고 연구하는 것이 어째서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다양한 콘텐츠로 천문학을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우리가 태어난 이 우주를 알고 연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를 전달하고 싶다.”

우주라이크가 제작한 우주 덕후(마니아) 시트콤 ‘오늘 점심은 일식’ 사진 우주라이크 유튜브 채널 갈무리

도대체 어떤 매력이 우주 덕후의 길로 인도하는 걸까? 팟캐스트 속 별명이 ‘나선은하’인 김재현씨는 “꼭 특별한 천문 이벤트가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행성과 달, 별들을 보면 지구라는 배에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라이크 구성원 중 한 명인 이효정씨는 의외지만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우주 덕후의 즐거움을 한가지 꼽는다. “아는 것 몇 가지만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아주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호의적으로 대해준다.”

우주라이크는 우주 덕후 양성과 천문학의 즐거움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머리를 쉼 없이 굴리고 있다. 진선호씨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우주라이크의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더 다양한 경로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뜨고 있는 유튜브 라이브(생방송) 등 원래 천문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라도 지나가다 ‘어!’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우주 콘텐츠 바다로 퐁당~

영화 천문우주 과학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 우주라이크 구성원인 장예슬씨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을 추천했다. 인종차별이 심하던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뛰어난 흑인 여성들의 역사를 담은 실화 기반의 영화 <히든 피겨스>도 빼놓아서는 안 될 영화 중 하나다.

유튜브 우주의 기원부터 인간의 역사까지 이어지는 ‘빅 히스토리’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면 먼저 테드(TED) 채널에서 빅 히스토리를 대중화한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강연을 찾아보자. 단 18분의 분량이다. 한국어 자막을 켜고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생동감 있는 지구 밖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 다양한 지구와 우주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우주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 올 여름 밤하늘, 별들의 잔치가 이어진다. 8월 밤하늘에는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고, 크고 밝은 화성도 볼 수 있다. 맑은 날 빛 공해가 적은 교외로 나가면 밤하늘에 흐르는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닿을 수 없어 한없이 낭만적인 우주. 이제 인간은 우주여행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낭만도, 환상도 깨질지 모르지만, 우주를 향한 탐사선에 몸을 실어 화성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깊어만 간다. 한낮의 열풍에 갇힌 인간은 우주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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