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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궁전음식점의 뜸북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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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전남 해안 따라 맛 여행
각종 해산물 자랑···목포 9미 인기
표고·한우·키조개의 조화 장흥삼합
한정식 발달한 강진·순천 여행자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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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궁전음식점의 뜸북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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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에게 전남 해안과 섬 지역은 맛의 보물 창고와 같은 곳이다. 언제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대체로 입맛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보이는 식당 대충 골라 들어가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전남 해안 지역 식당은 다 맛집’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음식의 맛이 개인 취향 따라 다르고 식당에도 수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전남 해안 지역 음식이 여행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평가의 바탕엔 풍부한 해산물이 깔려 있다. 각종 생선과 해조류·젓갈류 등을 활용한 맛깔스런 반찬들이 상차림의 기본이다. 목포에서 순천까지 전남 남해안 일대의 맛집들을 찾아갔다. 각 지역민과 지인들이, 약간씩 주저(입맛은 제각각이므로)하면서도 추천한 평범한 식당들이다.
목포는 자타가 공인하는 맛의 고장이다. 다채로운 해산물이 그 바탕인데, 목포시가 내건 목포를 대표하는 아홉 가지의 음식(목포 9미)이 모두 해산물이다. 세발낙지·홍어삼합·민어회·꽃게무침·갈치조림·병어회(찜)·준치무침·아귀찜(탕)·우럭지리 등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지는 음식들이다. 이 음식 중 일부를 주종목으로 정한 식당들도 있지만, 대체로 회·탕·조림 등 여러 가지 해산물을 다루는 횟집들이 많다. 호평을 받는 음식점들은 주로 여객선터미널 부근, 신개발지인 하당 주변, 그리고 신중앙시장과 자유시장 주변에 몰려 있다.
목포의 미식가이자 섬 전문 여행가 강제윤씨는 목포의 맛집으로 만선식당(금화동)과 선경준치회집(온금동)을 추천했다. 목포 선경준치회집은 준치회덮밥을 상호에 내세웠지만, 여러 가지 생선회와 회 무침, 탕과 찜을 함께 내는, 잘 알려진 식당이다. 준치회무침·병어회무침 그리고 지역에서 송어라 부르는 밴댕이회무침(이상 8000원)이 인기다. 제철에 대량 매입해 급랭시켰다가 사철 차려낸다. 각종 채소와 매콤하게 버무린 회 무침을 밥과 비벼먹을 수 있다. 조기구이·갈치구이·병어찜 등 구이·찜류와 마른우럭맑은탕 등(이상 1만2000원)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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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선경준치회집의 준치회무침.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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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선경준치회집의 밴댕이(지역말로 송어) 손질.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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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만선식당의 말린 붕장어탕(장어간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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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만선식당은 송어(밴댕이) 회무침(초무침)으로 알려진 허름한 횟집인데, 이틀 가량 말린 붕장어를 뜯어 푹 고아 내는 장어맑은탕(장어간국, 1인분 1만5000원)도 잘한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로 보약을 먹는 느낌이다. 돌게장·깡다리(황석어)조림·파래무침·풀치(갈치새끼)무침 등 곁들여지는 반찬도 입맛을 돋워준다. 우럭맑은탕(4인분 3만5000~5000원) 등 각종 생선 탕·찜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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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모정명가의 매생이떡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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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모정명가의 민어회와 병어회.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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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는 목포시가 ‘음식명인의 집’으로 선정한 식당 11곳이 있다. 한정식집·횟집이 대부분인데, 자유시장 앞의 한정식집 모정명가도 그 중 하나다. 가오리찜과 매생이 요리가 이 집의 주종목이다. 정식 기본상(4인분 10만원, 예약 필수)에 각종 회·구이·튀김 등 생선 요리와 매생이전·초무침·떡국 등 매생이 요리, 파래 냉채, 삼치회 등과 다양한 해산물 밑반찬들이 차려진다. 4인분 15만원짜리 상차림엔 홍어 꼬리·코·애 등 홍어 부위별 요리, 민어 부레·꼬리·등살 등 민어 부위별 요리 등이 추가로 나온다.
진도 여행길에는 읍내 진도수협 본점 옆 궁전음식점을 찾아가볼 만하다. 강제윤씨가 추천한 곳이다. 뜸북(듬북·뜸부기:모자반과에 속하는 해조류)과 소갈비를 함께 끓인 뜸북국(1만2000원)이 별미다. 뜸북국은 진도 주민들이 경조사 때 대량으로 만들어 먹어온 전통음식이다. 여름철엔 보양식으로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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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궁전음식점의 뜸북국 재료인 말린 뜸북.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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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비와 뼈를 여러 차례 고아 식히면서 기름을 걷어낸 다음, 말린 뜸북을 넣어 끓여 낸다. 직접 담근 집간장으로 간을 할 뿐 더 들어가는 건 없다. 국물 맛이 깊고 진하고 구수하다. 칼슘·칼륨이 풍부해 임산부 등 여성들에게 좋다고 한다. 직접 채취한 죽순 나물과 꼬시래기 무침 등 반찬도 맛깔스럽다. 뜸북은 오염에 민감하고 양식도 안 돼 생산량이 매우 적은 귀한 해조류다. 옛날엔 진도와 완도 일대 바위틈에서 많이 채취됐으나, 요즘은 진도의 조도 일대에서만 나온다고 한다. 장어(붕장어)탕(1만2000원)도 한다. 수협 건물 반지하에서 식당을 20년째 운영하다, 최근 옆 건물 반지하로 옮겼다.
장흥은 표고버섯·한우·키조개의 고장이다. 이 셋을 한데 모아 구워 먹는 ‘장흥삼합구이’가 장흥의 대표 음식으로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를 끈다. 장흥삼합은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의 관자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그리고 한우 쇠고기가 어우러진 보양식이다. 쌈장과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세 가지 재료의 풍미가 제각각 살아 있으면서도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토요시장 일대에 장흥삼합을 내는 식당이 많은데, 대개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산 뒤 식당에서 삼합 세팅비를 내고 구워 먹는 경우가 많다. 낙지에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 돼지고기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이는 낙지삼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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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정남진만나숯불갈비의 장흥삼합.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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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별미로 된장물회도 있다. 농어 새끼 등 부드러운 횟감에 고추장 물이 아닌, 된장 국물을 붓고 청양고추를 곁들여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낸다. 옛날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잡은 생선과 가져간 된장을 비벼 물에 말아먹은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남해안의 여름은 갯장어(하모) 철이다. 장흥, 여수, 순천 일대엔 갯장어를 끓인 육수에 데쳐,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 갯장어 샤브샤브를 내는 횟집이 즐비하다. 육수에는 해물과 각종 채소를 넣는다. 대추·당귀·엄나무 등 약재를 곁들이는 곳도 있다. 장흥의 식당들에선 여기에 표고버섯을 추가한다. 이열치열의 보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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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해도지횟집의 갯장어 샤브샤브. 온석원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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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11%%] [%%IMAGE12%%] 여행작가 전계욱씨는 장흥삼합 먹을 만한 곳으로 장흥읍의 정남진만나숯불갈비(세팅비 1인 3000원, 표고버섯·키조개관자 1접시 1만5000원)를, 된장물회 잘 하는 집으로는 회진면의 삭금횟집(4인분 4만~5만원)과 장흥읍 군청 부근의 해도지횟집(4인분 4만원)을, 갯장어 샤브샤브 식당으로는 안양면의 여다지회마을(4인 13만원), 장흥읍의 세양회전문점(4인 10만~16만원) 등을 추천했다.
순천은 강진과 함께 한정식이 발달한 고장이다. 해산물과 농산물 재료가 두루 어우러진 다채로운 상차림을 만날 수 있다. 순천의 미식가 강성호 교수(순천대 인문학술원장)는 평사리가는길(옥천동)을 추천했다. 조미료·설탕을 전혀 안 쓰고, 직접 담근 된장·간장·고추장으로 다양한 전통 한식을 만들어 차려내는 식당이다. 2인상 이상 주문 가능(예약 필수). 1인 2만~3만3000원.
[%%IMAGE13%%] 순천의 ‘웃장’(북부시장)엔 명물 국밥 골목이 있다. 시민들도 여행객들도 몰려들어 부담 없이 한 끼를 때우는 ‘순천 웃장 국밥거리’다. 돼지고기를 직접 다듬고 삶아 푸짐한 국밥(7000원)을 내는 국밥집이 21곳이나 포진하고 있다. 강 교수는 웃장의 향촌식당을 추천했다. 기름기 없는 국물에 돼지 머리고기와 콩나물·부추 등이 듬뿍 들어간다. 2인분 이상을 시키면, 따로 돼지 수육과 순대를 데친 부추와 함께 푸짐하게 내준다. 저녁 시간이라면 자연스럽게 소주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짱뚱어탕도 남해안 여름 보양식의 하나다. 보성 벌교읍에서 순천 사이 2번 국도변에 짱둥어 요리로 꽤 이름난 동백식당이 있다. 순천시 별량면사무소 앞이다. 벌교 앞바다 갯벌 등에서 나오는 짱뚱어를 직접 손질해 얼큰한 탕(8000원)과 전골(3만5000~4만5000원)을 끓여낸다. 탕에는 짱뚱어를 갈아 넣어 시래기와 함께 끓이고, 전골엔 짱뚱어를 통째로 넣는다.
[%%IMAGE14%%] [%%IMAGE15%%] [%%IMAGE16%%] [%%IMAGE17%%] 이 식당은 사실 짱뚱어보다 '욕보할매'(욕쟁이할매)로 더 이름난 곳이다. 새빨간 옷에 머리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이점남(85)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휴가 길에 보양식도 먹고 아주 진한 욕도 한 사발 얻어먹겠다면 동백식당 욕보할매집으로 가면 된다. “짱떼이 달라고라? 니× 씨×, 탕도 있고 전골도 있당게. ×도 암꺼나 쳐먹든지.”
목포·장흥 등/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물총 싸움···더위 날리는 물축제
◇ 정남진 장흥 물축제
7월27일~8월2일, 장흥군 장흥읍 탐진강 수변공원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대에서 벌어진다. 물총 싸움, 물풍선 싸움 등 더위를 날리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7일간 펼쳐진다. 게릴라 부대와 물싸움 교전을 벌이는 거리 행진 ‘살수대첩’부터 ‘지상 최대의 물풍선 싸움’, 이디엠(EDM) 풀 파티 등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IMAGE18%%] 수중 포토존, 트릭 아트존으로 재미를 안겨줄 ‘굴다리 미술관’도 선보인다. 장흥 전통 민속놀이인 고쌈줄당기기도 수중에서 펼쳐진다. 장흥군 10개 읍·면 주민, 일반 관광객, 전국 대학생 경연대회입상팀 등 다양한 팀이 참여한다. 탐진강에서 바나나보트·카누·카약·수상자전거·뗏목 등 다양한 탈것도 즐길 수 있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 추진위원회 (061)863-7071.
◇ 고흥 우주항공축제
7월28일~8월1일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봉래면 일대에서 열린다. 나로호 발사 현장 견학, 우주과학관 체험, 로봇 및 드론 전시회, 드론 체험 등 다양한 우주과학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중고생 대상 케이팝 경연대회, 아프리카 댄싱팀 퍼레이드 등 공연행사도 펼쳐진다. 축제 기간에 포두면 해창만 오토캠핑장에서는 해창만 캠핑 페스티벌도 벌어진다.
남해안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부산광역시에 이르는 우리나라 남쪽 해안을 말한다. 수많은 반도와 만이 이어지며 복잡한 해안선을 이루며, 무수한 섬들이 어우러진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음식과 즐비한 볼거리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안관광 벨트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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