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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5 21:08 수정 : 2018.07.26 15:06

다산 정약용이 사랑한 강진 백운동정원.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제공

커버스토리│남해안

호남 3대 정원 백운동정원
정약용도 잊지 못한 곳···청아한 숲 풍경이 매력
거제 맹종죽테마파크, 죽림욕에 안성맞춤
에코 어드벤처 체험은 아이들의 즐거움

다산 정약용이 사랑한 강진 백운동정원.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제공
남해안의 올여름 휴가 여행지로 전남 강진의 백운동정원과 경남 거제 맹종죽테마파크를 추천한다. 백운동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행지여서 주말은 물론 휴가철에도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다. 거제 맹종죽테마파크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알맞은 곳이다. 빽빽한 대나무 숲과 탁 트인 바다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죄인의 몸으로 떠나온 귀양살이에 무슨 낭만이 있을까 싶지만, 다산 정약용은 이때 만난 강진의 백운동정원을 평생 잊지 못해 시를 짓고 그림으로 남겨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보았다. 월출산 남쪽, 옥판봉의 장쾌한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한 백운동정원은 지난 2001년 세상에 처음 공개된 <백운첩>을 통해 그 존재가 새롭게 주목받았다.

대나무숲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거제 맹종죽테마공원.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초록빛 바람이 머무는 곳, 강진 백운동정원

백운동정원(강진군 성전면 월하리)은 조선 중기 이담로라는 인물이 지은 별서정원이다. 그는 속세를 떠나 깊은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홀로 거문고와 서책을 즐기며 은거의 삶을 살았다고 전한다. 후손들도 이곳을 아껴, 무려 100여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고 다듬었는데, 마침 그 중 한 사람이 다산의 제자였다. 그런 까닭에 1812년 어느 가을날, 강진에서 유배 생활 중이던 정약용이 이곳으로 와 하룻밤 머물게 된다. 외딴 시골에 발 묶인 괴로운 귀양살이 중 만난 백운동정원의 청아한 풍경에 다산은 꽤 깊은 감동을 느꼈던 모양이다. “남은 미련이 오래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는 그는 다산초당으로 돌아와 자신이 직접 꼽은 ‘백운동 12경’과 짧은 시, 그리고 초의선사의 그림이 어우러진 <백운첩>을 완성한다. 이 시화첩이 발견된 덕분에 하마터면 기억 너머로 사라질 뻔했던 백운동정원이 복원공사를 거쳐 옛 풍광을 되찾게 되었다.

백운동정원으로 향하는 길은 자연스레 일상과 멀어지는 과정이다. 딱딱한 포장도로가 울퉁불퉁한 흙길로, 잘 다듬어진 가로수가 잎이 무성한 수목으로 바뀌더니 곧 한낮의 뜨거운 햇살마저 가려, 주변이 어둑하고 선선해진다. 대나무숲에선 초록빛 바람이 일렁이고 함부로 얽히고설킨 동백나무 뿌리와 검은 바위를 가득 뒤덮은 이끼는 신비로운 원시림 분위기까지 느끼게 한다. 그렇게 충분히 세상과 멀어졌다고 느껴질 무렵, 백운동정원의 나지막한 담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초록빛 차밭이 아름다운 강진다원.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백운동정원은 이 담장을 기준으로 안쪽의 내원과 바깥의 외원으로 나뉘는데, 내원은 본채와 사랑채 그리고 작은 연못이 오붓하게 어우러진다. 다산이 꼽은 백운동 12경에는 유상곡수(流觴曲水)라 하여 계곡까지 이어진 작은 물길에 술잔을 띄워 보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 내원이 사람의 손으로 지은 정원이라면 외원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월출산 자락의 자연스런 경사와 지형을 활용해 그 위에 정자 하나 툭 얹어두었다. 정선대라 이름 붙은 이 정자에선 멀리 옥판봉과 내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부터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 했다. 이곳 정자에서 멋스러운 부채 하나 슬쩍 꺼내어 부친다면 올여름 생색은 제대로 챙기는 셈 아닐까.

백운동정원 입구에 자리한 강진다원도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기기묘묘한 바위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드넓은 차밭이 한여름의 싱그러운 정취를 더한다. <백운첩>에 ‘백운동도’를 그려 넣은 초의선사가 다성(茶聖)으로 불릴 만큼 한국의 차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니 그 공간적 의미도 특별하겠다.

한려수도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맹종죽테마공원 쉼터.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바다를 품은 대나무 숲, 거제 맹종죽테마파크

부채와 더불어 죽부인은 우리 조상들이 무더위를 피할 때 즐겨 사용하던 물건이다. 고려 때부터 만들어졌다는 죽부인은 열전도율이 높고 탄력성이 뛰어난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공기가 통하도록 했다. 시원한 감촉과 솔솔 스며드는 바람 덕분에 잠 못 드는 여름밤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이런 대나무가 숲을 이루면 주변보다 기온이 4~7도나 낮아지고 산소 배출량도 많아져 피서와 산림욕 효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오죽하면 ‘죽림욕’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했을까.

거제 맹종죽테마파크(거제시 하청면 실전리)는 이런 죽림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맹종죽은 대나무 중 가장 굵은 종으로, 우리나라 맹종죽의 절반 이상이 거제에서 자란다. 테마파크가 자리한 하청면은 1926년 일본에서 구해온 맹종죽을 처음 심은 지역이기도 하다. 3만여 그루의 대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룬 이곳은 살랑대는 바람에도 쉴 새 없이 댓잎이 사각거리며 눈은 물론, 귀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죽림욕장과 편백숲길을 지나면 야트막한 언덕에 쉼터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곳에선 울창한 대나무 숲 대신 짙푸른 바다가 선물처럼 펼쳐진다. 씨릉섬과 칠천도가 농담을 달리하며 겹쳐지는 한려수도의 절경이 푸르스름한 수묵화 한 편을 감상하는 듯하다. 언뜻 바람결에 바다 내음도 실려 온다.

걷기라면 질색하는 아이들도 이곳 맹종죽테마파크에선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단단한 맹종죽의 특성을 활용한 썰매장과 그네, 터널, 악기 등이 이어지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쉼터와 이웃한 ‘모험의 숲’에선 다양한 에코 어드벤처 체험이 이뤄지는데, 나무와 나무 사이를 타잔처럼 외줄을 타고 날기도 하고, 공중에 매달린 나무 발판을 아슬아슬하게 건너기도 한다. 처음엔 겁을 내고 망설이던 아이들이 엄마·아빠의 응원과 격려에 발을 떼고 자신의 힘으로 도전을 이뤄가는 모습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뭉클하다.

아이들 혼자 카라비너를 옮기고 채워야 하는 만큼 안전 교육과 장비 착용도 꼼꼼하게 이뤄진다. 에코 어드벤처는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등 나이에 따라 다채로운 코스가 마련돼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숲에서 모험을 즐기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 좋다. 근처 공예 체험장에서 부채와 필통 등 맹종죽을 활용한 공예품도 만들 수 있다.

권다현/여행작가

강진·거제 여행 정보

강진 백운동정원

△ 먹을 곳/바다와 비옥한 평야를 끼고 자리한 강진에선 푸짐한 상차림의 한정식이 대표 먹거리다. 그중 성전보건소 옆 ‘석천한정식’은 손맛이 뛰어나,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식당이다.

△ 묵을 곳/월출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성전면 월남리 달빛한옥마을은 강진군에서 운영하는 ‘푸소(FUSO)’(필링 업, 스트레스 오프 줄임말) 체험마을로 정겨운 시골밥상과 농가체험이 가능하다.

거제 맹종죽테마파크

△ 입장료/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 먹을 곳/주변 식당들에서 대통밥·죽순회무침 등 대나무를 이용한 음식들을 주로 선보인다. 실전리 ‘조죽삼’의 조개·죽순·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는 조·죽·삼 차림이 인기다.

△ 묵을 곳/실전리 등 주변 어촌체험마을에 싱싱한 해산물 식사가 따라 나오는 여러 숙소가 있다. 특히 ‘산달도’는 분교를 숙소로 리모델링해 색다른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남해안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부산광역시에 이르는 우리나라 남쪽 해안을 말한다. 수많은 반도와 만이 이어지며 복잡한 해안선을 이루며, 무수한 섬들이 어우러진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음식과 즐비한 볼거리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안관광 벨트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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