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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9 09:26 수정 : 2018.07.19 09:52

[ESC] 커버스토리
자녀와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부모 늘어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하다 고민도 듣게 돼"
기획사 채널·유튜브·전문 매체 등 콘텐츠 활용 추천

방탄소년단 영상. 웹진 <뉴스에이드> 유튜브 갈무리.

지난 5월21일, 전업주부 최경희(49)씨는 중학생 딸이 자신의 방에서 유리구슬 모양의 야광봉을 흔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딸의 눈물샘을 자극한 영상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무대 장면이었다. “얼마 전에는 분명히 엑소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불과 일 년 만에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바뀐 걸 보고 최씨는 걱정이 앞섰다. 이제 겨우 12명 엑소 멤버의 얼굴을 다 외운 터이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얼굴을 외울 생각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 “방탄소년단은 모두 몇 명이니?” “일곱 명이요.” 다행이었다. 7명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로지 딸과 소통하기 위해 아이돌을 공부한다. “엑소 얘길 나눌 때 딸과 전 친구 사이가 된다.”

임미진(51)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돌 박사’로 통한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막내딸 덕분에 인터넷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같은 소속사 가수인 씨엘의 팬이 됐다. 2년 전 해체한 아이돌그룹 ‘투애니원(2NE1)’ 멤버인데도 여전히 씨엘이 좋다. 임씨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서 씨엘의 솔로 앨범을 예상보다 늦게 제작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씨엘에 대한 인지도가 생기는 거 같은데, 지금 놓치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딸 김유빈(19)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서 민지가 (소속사를) 나갔잖아”라고 말이다. 이 모녀의 대화는 한 시간 넘게 계속됐다. 마치 동갑내기 친구처럼 보였다. 임씨는 “유빈이와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 교우관계, 고민까지 알게 된다. 다른 엄마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 웹진 <아이돌로지> 화면 갈무리.

자녀와 대화가 단절된 채 가슴앓이만 하는 부모가 많다. 얼굴을 찡그리고 귀가한 자녀에게 “무슨 일 있느냐?”라고 물어볼 엄두가 안 나는 이조차 있다. 설사 물어봐도 대답 없이 문을 잠가버리는 자녀도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최씨나 임씨처럼 아이돌을 통해 자녀와 소통하는 법을 말이다.

우선 자녀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얼굴을 알아보고 구별해야 한다. <엠비시(MBC) 에브리원>의 예능 프로그램 <주간 아이돌>이나 <제이티비시>(JTBC)의 <아이돌룸> 등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을 꼼꼼히 찾아 보는 게 기본이다. 아이돌 그룹이 자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평소 잘 몰랐던 아이돌 그룹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기 좋다. 아이돌 그룹의 이름과 얼굴을 외웠다면, 다음은 그들의 음악을 익혀야 한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원 사이트마다 인기곡 순위 차트를 제공하는데, 이를 꾸준히 듣다 보면 아이돌의 유행곡에 익숙해질 것”이라며 “휴대전화에 음원 사이트 앱을 다운받을 것”을 추천했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귀에 들어올 때 즈음, 유튜브로 눈을 돌려보자. 아이돌 관련 뮤직비디오나 방송 영상물이 많다. 현재 에스엠(SM), 와이지(YG), 제이와이피(JYP) 등 국내 굵직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웬만한 국내 연예 기획사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 계정과 자체 채널을 운영한다. 소속 아이돌 그룹의 활동상을 거의 볼 수 있다. 일상생활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10대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전·현직 연예부 기자들이 모여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앤정’(KIM&CHUNG).(유튜브 갈무리)

일일이 기획사 채널을 찾아보는 게 귀찮다면 각종 매체의 전·현직 연예부 기자들이 모여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앤정(KIM&CHUNG)’을 추천한다. 현재 가장 ‘핫한’ 아이돌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아이돌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도 이해하기 좋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리액트투더케이(reacttothek)’에도 유용한 정보가 많다. 클래식을 전공한 외국인들이 케이팝 아이돌을 분석하고 리뷰한 내용이 가득하다. 영어 공부까지 되니 일거양득이다.

이렇게 아이돌 그룹에 대한 기본 정보를 익히다 보면 그들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다. 현재의 위상, 전망까지도 궁금해진다. 이럴 때는 아이돌 음악 웹진 <아이돌로지(idology)>,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theqoo)의 ‘케이돌’ 등을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국내 음악평론가와 전문기자들이 평가한 아이돌의 앨범에 대한 글을 읽어 볼 수 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이 현재 대중문화의 핵심인 만큼 시중에 관련 도서가 많이 나와 있다”며 <아이돌의 작업실>, <아이돌 메이커>, <아이돌을 인문하다> 등을 추천했다.

부모가 아이돌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만 보여도 자녀와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교육 전문가들이 많다. 중학교 교사인 주현영(49·가명)씨는 “학기 초 아이들이 처음 만나 서먹해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같으면 금방 절친한 친구가 된다. 그만큼 아이돌은 10대의 중요한 소통 창구”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점을 부모가 인지하고, 너무 아이돌에 빠지면 공부를 못한다고 호통을 치기보다는 자녀와의 소통 창구로 아이돌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SC] 세계를 두드린 방탄소년단

“아이돌을 이해하려면 가요시장의 흐름을 알 필요가 있다.” 아이돌 콘텐츠 전문가이자 엔터테인먼트 전문 웹진 <뉴스에이드> 이혜린 편집장은 최근 10대의 아이돌 문화에 대해 “단순히 한 그룹을 좋아하는 행위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해당 그룹의 음악과 소속사의 마케팅까지 분석하는 적극적인 문화 활동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무보다는 숲을 보라는 얘기다. “국내 아이돌 계보를 살펴보면 아이돌의 흥망성쇠는 물론 대형 기획사가 지금의 모습으로 어떻게 자리 잡게 됐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국내 아이돌 계보를 소개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사진 서태지 컴퍼니 제공

서태지와 아이들. 사진 서태지 컴퍼니 제공

1990년대, 아이돌 태동기...서태지의 등장

국내 아이돌 역사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서태지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그는 1996년 1월31일 가요계 은퇴 선언할 때까지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며 10∼20대 팬덤 문화를 이끌었다. 이혜린 편집장은 “서태지는 예술가형 아이돌의 원조로, 빅뱅의 지드래곤 등이 현재 그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초상권, 앨범 발매 전 휴식기 등 현재 대형 기획사들의 아이돌 구축 시스템을 자력으로 구축한 전설적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1996년 에쵸티(H.O.T.), 젝스키스 등이 연달아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기획형 아이돌의 시대가 열린다. 이들은 같은해 1월에 은퇴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단숨에 10대 우상으로 떠올랐다. 2000∼2002년 젝스키스와 에쵸티, 에스이에스(S.E.S) 등 대형 아이돌들이 연달아 해체한 뒤 2003년부터 아이돌 시장은 침체기를 맞는다. 빅마마, 휘성 등 알앤비(R&B) 가수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다 2004년 동방신기, 2005년 더블에스501(SS501), 슈퍼주니어가 연달아 데뷔하면서 아이돌 시장이 차츰 살아나기 시작한다.

빅뱅. <한겨레> 자료 사진

■ 2000년대 후반, 아이돌 기획사 ’3강 구도’의 시작

국내 아이돌 역사에서 2000년대 후반은 중요한 시기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동방신기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아이돌 시장에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의 원더걸스와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빅뱅이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아이돌 기획사 3강 구도가 이때 확립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케이팝의 히트 공식도 만들어졌다. 다양한 캐릭터의 멤버들, 일사불란한 ‘칼 군무’, 계속 귀에 맴도는 강력한 ’후크송’이 그것이다. 소녀시대가 이를 잘 구현한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이다.

2010년이 넘어가면서 국내 예능프로그램을 채운 건 중소기획사 아이돌이었다. 씨스타, 비스트, 인피니트 등. 이들은 대형 아이돌이 바쁜 외국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친근한 이미지로 방송 활동을 극대화했다. 팬들과의 접촉에 ‘올인’하면서 팬덤 문화를 확장했다. 용감한형제나 신사동호랭이 등 세련된 비트에 한국적 감성, 즉 ‘뽕삘’을 녹여내는 음악인들과 손잡은 결과 음원 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엑소. <한겨레> 자료 사진

■ 아이돌은 대세...세계로 나아가는 케이팝

2012년 아이돌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나 싶던 때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회심의 한 방을 날린다. 엑소가 등장한 것이다. 2013년 히트곡 ‘으르렁’으로 아이돌 시장을 평정해버렸다. 동방신기 이후 오랜만에 라이벌 없는 최강 인기 아이돌이 등장한 것이다.

이때쯤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들이 찾은 돌파구는 에스엔에스(SNS)였다. 다른 그룹들이 예상 못한 논란을 피하고자 직접 소통을 주저하고 있을 때 이들은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일상을 공유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이들의 음악은 인터넷을 타고 세계적인 지지를 얻게 된다. 특히 노래 가사 중 ‘삼포세대’, ‘흙수저’란 단어가 또래 팬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2016년에 들어서서 ‘을의 반란’이 화두가 됐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방송사가 놓칠 리 없다. <엠넷>(Mnet)은 가요계서 가장 ‘계급이 낮은(?)’ 기획사 연습생들을 불러 모아 오디션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좌절을 거듭하는 연습생들의 눈물에 시청자들은 열렬한 문자투표로 화답했다. 그렇게 탄생한 아이돌 스타가 워너원 등이다.

아이돌: 노래와 춤을 특기로 하는 하이틴 그룹. 10대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주요 팬층이다.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으로 들어가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한다. 지망생은 100만명 남짓이지만, 그 중 데뷔할 확률은 1%, 성공할 확률은 0.01% 정도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케이팝(KPOP) 열풍을 이끄는 주역이며, 최근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음반 차트 1위를 하면서 화제가 됐다. ‘아이돌(idol)’이라는 영어는 원래 ‘신화적인 우상’을 뜻한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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