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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2 10:49 수정 : 2018.07.12 11:23

웹툰 <신수동 옥탑방>을 그린 원호 작가.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웹툰 <신수동 옥탑방> 원호 작가 인터뷰

웹툰 <신수동 옥탑방>을 그린 원호 작가.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자취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옥상이라 하면 ‘옥탑방’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옥탑방은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꿈의 출발지나 로맨스의 장소로 단골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장점보다 오히려 단점이 더 많은 곳이다. 웹툰 <신수동 옥탑방>에서는 대중매체 속 잘 포장된 옥탑방 낭만이 아닌 실제 옥탑방을 살아가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약 2년 전부터 웹툰 플랫폼 케이툰(KTOON)에서 연재 중인 <신수동 옥탑방>은 작가와 지인들이 옥탑방에 함께 살며 경험했던,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일화로 실제 옥탑방 자취생들에게 큰 공감을 사고 있다. 옥탑방에 대한 로망을 가진 세 남자(낙타, 호, 오리)가 신수동 한 옥탑방에 입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난 6일 <신수동 옥탑방> 원호(28) 작가를 효창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웹툰 캐릭터와는 달리 훤칠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는 것이 동물 같았어요!” 왜 다른 주인공들을 동물로 그렸느냐고 묻자 웃음을 띠며 이렇게 답했다. <신수동 옥탑방>을 연재한 지도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연재 초기부터 차별화된 캐릭터 구축은 어쩌면 원호 작가의 큰 그림이지 않았을까. 그의 특유의 재치 있는 표현력은 옥탑방의 현실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지금 청춘들의 애환까지 담아내고 있다.

웹툰 <신수동 옥탑방>.
애니메이션 전공이었던 그는 약 2년 전, 우연히 친구들과 옥탑방에서 사는 것이 재밌어 웹툰 작가로서 첫걸음을 뗐다고 한다. 그의 동거인들은 대학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낙타(29·가명)와 오리형(30?가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로망을 가지고 신수동 옥탑방에 입주했지만, 뒤이어 수많은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그는 “옥탑방에 사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수동 옥탑방> 리뷰에는 공감의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그는 “현실적인 옥탑방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친구들과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매일 주시한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공감을 얻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일상에서 소재를 얻다 보니 낙타와 오리 형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들까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특이한 건 다른 주인공들은 동물인데 본인은 사람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나만 사람으로 하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은) 실제로 낙타와 오리를 닮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또 ‘낙타는 곰을 닮았다’는 여러 독자의 궁금증에는 “초기에 낙타를 디자인하다 보니까 좀 징그러웠다. 그래서 귀엽게 보이게 하려고 계속 수정하다 보니 곰처럼 됐다”며 뒷이야기를 밝혔다.

원호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그래도 약 26㎡(8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둘도 아닌 세 남자가 같이 살기는 불편하지 않을까? 그는 망설임 없이 “혼자 자취하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 한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세 사람 다 키 크고 덩치도 커서 (잘 때) 손만 뻗으면 오리 형과, 발만 뻗으면 낙타와 닿았다”고 전했다. 생활공간이 겹쳐서 티격태격하지만 싸우더라도 화해는 강제모드. 옥탑방 구조상 잘 때는 어차피 다 같이 모여서 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말썽꾼으로 낙타와 오리 형을 지목했다. “두 사람 성격이 상극이라 많이 부딪혔다. 낙타는 냉정하고 이성적이고, 오리 형은 자기 멋대로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취미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지만 원 작가는 옥탑 화초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 <신수동 옥탑방>에서도 옥상 화분이 여럿 등장했기에 언제나 그의 텃밭은 관심 대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식물이 ‘방울토마토’라고 한다. “내가 처음 무언가를 길러서 직접 먹어 본 것이다. 상추도 잘 키웠지만 자란 모양이 내가 평소 생각하는 모습과 달라서 먹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00여 편이 넘는 일화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4화 ‘옥상 텃밭 도전기’ 편이 유독 재밌었던 일화라고 했다. “(상추 모종을 키우려고) 달걀판에 상추씨를 심었는데 바람에 다 날아갔다”고 전했다. (4화 ‘옥상 텃밭 도전기’를 보면 원 작가는 학교 교양수업으로 원예 수업을 들었는데, 기말고사가 식물을 키우기였다. 그는 달걀판에 흙과 씨앗을 넣어 모종을 키운 후에 어느 정도 자라면 큰 화분에 옮겨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햇빛을 받게 하려고 옥상에 놔둔 달걀판은 강풍에 날아가 버렸다.)

웹툰 <신수동 옥탑방>.
세 남자가 옥탑방에 입주하기 전 가장 꿈꿨던 것은 옥상에서의 바비큐 파티였다. 그는 옥탑방에서 먹었던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단연 ‘삼겹살’을 꼽았다. “처음 옥탑방에 와서 먹었던 그때 그 삼겹살이 가장 맛있었다. 지금은 주로 라면을 먹지만 괜히 밥 한 끼를 먹어도 옥상에서 먹으면 다 맛있다”고 말했다.

탁 트인 전망이 있는 옥탑방은 그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옥탑방에 살면서 좋은 기운을 많이 얻었다. 마감 때문에 답답할 때 옥상에 나가서 하늘을 보는 것이 스스로 큰 위안이 됐다”고 말한다. “지인들이 ‘하늘 볼 시간도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취업하기도 힘든 요즘, 빡빡하게 살아가다가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옥상’이지 않을까 싶다”며 한 번쯤은 옥탑방에 살아볼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정민석 교육연수생,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옥탑러’로 살아보니…

‘옥탑방’, 이상과 현실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한다. 웹툰 <신수동 옥탑방>의 원호 작가와 실제 옥탑방에 거주하고 있는 김지수(24?가명), 박형철(27)씨에게 옥탑방의 현실에 관해 물었다.

옥탑방만의 장점이 있다면?

원호 작가(이하 원) 옥상에 앉아 하늘을 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옥상 바비큐 파티도 정말 좋고.

김지수(이하 김) 운동 부족인데 7층쯤 되는 옥탑을 걸어 올라가면 강제로 운동이 된다.

박형철(이하 박) 빨래를 널면 금방 마른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옥탑방의 현실이다.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다! 겨울에는 침낭이 필수.

보안이 취약하다. 공용 사용인 옥상이라 새벽에도 사람들이 들락거려서 무서울 때가 많았다.

바퀴벌레가 너무 많았다. 결국 못 잡아서 방역업체를 불렀다.

옥탑방 살이 꿀팁은?

옥탑방을 고를 때 옥상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고압선이 코앞에 있을 수도 있다.

무거운 물건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사야 한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다. 아래층에서 가지고 올라오는 게 너무 힘들다. 배달음식 주문하면 한두 층 정도는 직접 내려가자. 배달원이 너무 힘들어한다.

여름에 옥상 바닥이 뜨거워져서 집안 바닥도 쉽게 뜨거워진다. 그럴 때는 바닥에 물을 자주 뿌려주면 좋다.

옥탑방을 추천할 건가?

하늘 볼 시간 없는 요즘 청춘들은 한 번쯤 살아봐도 좋을 것 같다.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옥상에 대한 낭만은 접으셨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원룸촌 특성상 경관이 멋진 옥상은 흔치 않다.

취향에 따라. 만약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독립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정민석 대학생 교육연수생,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옥상 현대식 양옥 건물에서 마당처럼 편평하게 만든 지붕 위를 뜻한다. 그동안 옥상은 물탱크나 잡다한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여 졌다가 최근 그 위상이 달라졌다. ’옥상 웨딩’ ’옥상 족구’ ’옥상 파티’ 등 연관 검색어도 수두룩하게 생길 정도다. 특히 20~30세대의 문화 집결지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에서 다양한 옥상 문화를 경험한 이들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옥상을 문화적으로 소비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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