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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5 10:13 수정 : 2018.07.20 10:04

밥이 밧있으면 반찬 맛도 살고, 반찬 맛있으면 밥맛도 살아난다. 광주식당 양은솥밥.

[ESC] 커버스토리 / 반찬

밥맛 좀 아는 미식가 5인 추천
서울시내 ‘집밥 맛’ 백반집 5곳
매일 가도 물리지 않는 밥상 차리는
싸고 맛있고 푸근한 서민 밥집들

밥이 밧있으면 반찬 맛도 살고, 반찬 맛있으면 밥맛도 살아난다. 광주식당 양은솥밥.
백반(白飯)은 잡곡을 섞지 않은 흰밥(이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흰밥에 국과 여러 가지 반찬을 곁들여 내는 상차림을 가리킨다. ○○찌개백반, 불고기백반 식으로 특정 요리에 흰밥을 함께 내는 음식 이름에 쓰이기도 한다. 흔히 백반 앞에 붙는 수식어가 ‘가정식’이다. 집에서 먹는 한 끼 식사처럼, 특별하지는 않아도 정성이 담기고 푸근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상차림이란 뜻이다. 거의 매일 ‘오늘은 뭐 먹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직장인들로선, 가격 부담 적고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는 ‘집밥’스러운 백반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가정식 백반’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면서, 백반집들도 차별화되는 추세다.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맛과 정성, 재료, 운영 방식 등에서 뚜렷한 개성을 내뿜으며 인기를 누리는 백반집들이 늘고 있다. ‘밥맛’에 일가견이 있는 5명의 미식가들이, 집밥 먹고 싶을 때 자주 찾는다는 서울시내 ‘백반집’ 1곳씩을 추천했다. 분위기도 수수하고 상차림도 소박한, 평범한 밥집들이다.

마포구 상암동 ‘오복가정식당’(노중훈/여행작가)

추천 이유 : 매주 <문화방송>(MBC) 라디오 ‘굿모닝 FM 김제동입니다’ 목요일 코너에 출연 중이다. 생방송이 끝나는 오전 9시, 김제동씨·스태프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가는 집이다. 값도 싸고 맛도 있다. 주메뉴와 반찬이 그때그때 바뀌니 자주 찾아도 물리지 않는다. 종업원인 ‘이모’들도 친절하다.

노중훈 여행작가.

오복가정식당의 백반. 이병학 선임기자
상암파출소 옆 먹자골목 안 허름한 반지하 식당이다. 5년 전 상암동 공사장 일꾼 현장식당(함바식당)으로 문 연 이래, 꾸준히 밥맛 좋은 집으로 입소문을 탔다. 인기 비결은 수시로 바뀌는, 평범하지만 다양한 반찬들이다. 일주일 단위로 미리 식단을 짜 둔다. 기본 밑반찬 5가지에 국(미역국·동태탕·된장국 등)과 주메뉴(생선구이·닭볶음탕·제육볶음 등) 한 가지, 그리고 부추전(또는 김치전)이 곁들여진다. 지난달 28일 점심에는 무말랭이무침·마늘종새우조림·오이소박이·김치·콩나물 등 밑반찬에 쇠고기미역국과 가자미구이, 부추전이 나왔다. 반찬들이 두루 맛깔스럽다. 조미료는 “약간만” 쓴다. 약간 짭짤한 느낌이지만 밥과 먹으면 무난하다. 여기에 달걀부침(1알 500원)을 주문해 곁들이니 금상첨화다.

아침(9시30분부터)엔 백반만 차려내고, 점심부터는 백반과 고등어조림·갈치조림·목살청국장·북엇국 등을 함께 낸다. 모두 6000원. 좌석 약 60석. 주차 공간 1~2대 정도. 주변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영업, 일요일은 휴무. 마포구 월드컵북로 44길 68.

오복가정식당. 이병학 선임기자


서초구 잠원동 ‘알아서 주는 집’(이승기/카카오 매니저)

추천 이유 : ‘오늘은 뭐 먹지?’라는 선택장애형 질문이 맴돌 때 방문하는 가게다. 주인장이 주는 대로 받아 먹으면 되는데, 반찬들이 다 담백하고 정갈하다. 그리고 싸다. 저녁때 나오는 코스 음식도 훌륭하다.

이승기 카카오 매니저.
알아서 주는 집의 백반. 이병학 선임기자
어머니와 아들이 7년째 운영하는 백반집이다. 차림표가 따로 없다. 가게 이름 그대로, 들어가 앉으면 아무 말 안 해도 알아서 그날 준비한 밥상을 차려준다. 대한제국 황실 찬방 상궁이었던 집안 어른의 궁중음식조리법을 이어받았다는 주인(어머니)이 매일 아침 장을 보아 “내 맘대로” 그날의 메뉴를 결정한다. 상차림은 그날 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불만족해하는 손님을 본 적이 없다.” 지난달 29일 이 집 점심 상차림은 비름나물무침·어묵볶음·매실장아찌·마늘종새우조림·감자조림·볶음김치 6가지 밑반찬에 도토리묵무침, 계란말이, 그리고 쇠고기미역국이었다. 반찬의 단맛은 과일 발효액으로 내고, 조미료는 안 쓴다고 한다. 밥값은 7000원. 밥은 흰밥이 기본이지만, 현미잡곡밥(1000원 추가)도 주문할 수 있다. 흰밥에 한해 더 달라면 더 준다.

점심시간은 12시~오후 3시다. 2시간 쉬고 5시 이후엔 술안주용 코스 음식을 낸다. 초계탕·홍어삼합·감자전·도미찜 등 7~8가지 음식을 주인이 알아서 내준다. 2인 기준 1인 1만8000원, 3인 기준 1인 1만5000원이다. 좌석 56석. 2분 거리에 ‘잠원방음언덕형공영주차장’이 있다. 토요일은 오후 5시부터 영업, 일요일은 휴무. 서초구 강남대로 101-1 안길 15-1.

알아서 주는 집. 이병학 선임기자


동작구 신대방동 ‘희락골’(박성진/미식가·㈜농심 상무)

추천 이유 : 가까운 곳에 집밥처럼 푸근한 음식을 차려내는 식당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아무 때나 찾아가도 후회하지 않는 식당, 나에겐 희락골이 그런 곳이다.

박성진 농심 상무.

희락골의 백반. 이병학 선임기자
보라매공원 들머리 옆 골목.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에서 17년째, 집에서 먹는 밥처럼 친근하고 수수한 상차림을 내온 곳이다. 주인은 “평소 집에서 내 식구 밥 차려 주는 식으로 차려내니 단골이 많다”고 했다. 백반은 따로 없고 청국장백반, 강된장비빔밥, 굴순두부백반(이상 8000원) 등이 인기라고 한다. 청국장은 시골 집(천안)에서 띄워 올려 보내는데, 청국장 특유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 반찬은 매일 새로운 것으로 주인이 직접 만들어 상에 낸다. 지난달 28일 만난 밥상에는 알타리무김치·열무김치·콩나물무침·가지조림·파래무침 등이 나왔다. 주인의 노모가 곁에 붙어 앉아 한결같은 음식 맛 유지를 도와준다. 이 집 별도 음식으로 통김치찜과 고추장찌개(이상 1만원·2인 이상) 등도 있다.

주차장은 없다. 보라매초등학교 입구 골목에 차를 대야 한다. 매주 토·일요일 휴무. 동작구 여의대방로16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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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서교동 ‘소반’(황진선/중식당 진진 점장)

추천 이유 : 다른 곳에서 영업을 하다 옮겨와 새로 문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음식이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한끼 밥 먹기에 좋은 집이다. 특히 두세 명이 함께 가도 1인 1상으로 식사가 제공돼,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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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13%%] 10여년 동안 감자탕집을 해온 어머니와 아들이 8개월 전 차린 백반 식당이다. 아들은 매일 아침 장을 보아 재료를 사오고, 어머니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든다. 간판에는 ‘캐주얼 한식당’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고, ‘직접 만들어 더 맛있다’는 홍보 문구도 쓰여 있다. 주변 20~30대 직장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최근 반찬을 공장에서 받아 쓰는 식당이 늘다 보니 “모든 음식을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깨끗한 식당”임을 내세웠다. 분위기도 상차림도 깔끔하다. 이 백반집의 가장 큰 특징은 소반에 1인용 밥상을 차려준다는 점이다. 여럿이 가더라도 온전히 ‘나만의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다. 기본 반찬은 5가지인데, 김치를 빼곤 매일 바꿔 낸다. 김치찌개·된장찌개·순두부찌개(이상 6000원), 제육볶음·주꾸미볶음·고등어구이·갈치구이·코다리구이(이상 7000원) 등이 있다. 달걀부침(1000원)을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조미료는 “약간만” 쓴다.

좌석 40석. 일요일 휴무. 식당 골목 앞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마포구 서교동 37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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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청량리동 ‘광주식당’(이지민/‘대동여주(酒)도’ 운영자)

추천 이유 : 센 불에 짜르르 끓여낸 구수한 청국장과 막 지어 나온 양은솥밥, 여기에 손맛 가득 담긴 각종 반찬들. 그런데 가격은 겨우 6000원이다. 반찬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 할 텐데, 청국장 싹싹 긁어먹고 팔팔 끓인 누룽지로 마무리하면 깊은 만족감에 배를 두드리게 된다. 근처에 경동시장 등 전통시장이 있어 식사 뒤 장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IMAGE15%%] [%%IMAGE16%%] [%%IMAGE17%%] 청량리역 사거리 부근, 청량리전통시장·청과물시장 옆 골목 안에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벌써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풍겨온다. 점심때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청국장 전문 밥집이다. 골목 풍경도 식당 내부도 1970~80년대 분위기다. 깔끔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지만, 청국장 맛도 밥맛도 훌륭한 식당이다. 두부와 무, 애호박 등이 들어가는 청국장 맛을 한층 돋워주는 게 바로 양은솥으로 지은 밥이다. 뜨거운 김이 훅 끼치는, 갓 지은 양은솥밥의 포슬포슬한 맛과, 깊고 구수한 청국장 맛의 조화가 인기의 비결이다.

2인 이상 주문해야 양은솥밥을 즉석에서 지어 내준다. ‘이모’들은 상에서 밥을 퍼준 뒤, 구수한 숭늉 누룽지밥을 만들어다 준다. 간이 잘 밴 큼직한 무가 곁들여지는 고등어조림에 무말랭이장아찌·얼갈이배추무침·무생채·콩나물·김치 등이 반찬이다. 6000원이다. 된장찌개·순두부(이상 6000원), 동태찌개·김치찌개·조기찌개(이상 7000원)도 있다.

매주 월요일 휴무. 골목 입구에 ‘기업은행 유료주차장’이 있다. 동대문구 홍릉로1길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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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반찬

밥과 함께 먹는 부식을 일컫는 말이다. 식단을 짜는 가사 노동자의 고민거리였던 반찬은 손이 많이 가고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식의 본령은 반찬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6일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화려한 일품요리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반찬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한다. 반찬을 만드는 배우 김수미의 손맛을 극찬하면서도 이를 엄마만의 일이나 재연 불가능한 영역에 두지 않고 눈대중, 손대중을 계량화해 전수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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