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7.04 20:51 수정 : 2018.07.04 21:00

한 그릇 차림을 준비하고 있는 살림 요리 연구가 문성희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살림 음식 연구가 문성희씨가 알려주는
간단하게 조리하는 반찬으로 여름 나는 비법
가지·꽈리고추·애호박 등 제철 채소가 주인공
듬뿍 먹을 수 있게 담백하게 조리하는 게 중요

한 그릇 차림을 준비하고 있는 살림 요리 연구가 문성희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도망간 여름 입맛 찾으려 노력하지만, 힘쓰다 주저앉게 된다. ‘한 상’을 차리는 데는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가스레인지 불 곁에 오래 있기도 지친다. 그럴 때 조리를 최소화해 간단하게 차릴 수 있는 ‘한 그릇 차림’에 주목해 보자.

한여름, 제철 식재료가 시장에도, 마트에도 가득한 시절이다. 그러나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은 쉽게 이 재료들을 주워 담지 못한다. 여름이어서 반찬을 만들어도 상하기 쉽고, 그래서 적은 양만 만들어 놓다가는 남은 식재료들이 상하기 쉽다. 게다가 음식을 만드느라 주방에 땀을 흘리며 오래 서 있을 생각을 하면 제철 식재료라도 장바구니에 담기가 망설여진다.

“서너 가지 반찬을 만들어 먹기보다는 두 가지 정도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반찬과 밥을 함께 먹는 걸 요즘 많이 권유한다. 특히, 1~2인 가구라면 밑반찬을 여러 개 해놓고 제대로 된 한 상을 차려 먹기가 더 번거롭지 않나. 그래서 ‘한 그릇 차림’을 소개하고 싶다.” 문성희 살림 음식 연구가의 조언이다. 한 그릇 차림은 반찬 수도 적고, 주로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여름에 더없이 적합해 보인다. 문성희 음식 연구가는 <평화가 깃든 밥상> 시리즈를 통해 채식 기반의 자연 음식을 소개해 왔다. 시리즈 3권에 ‘한 그릇 음식’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책 이름과 같은 공간 ‘평화가 깃든 밥상’을 마련하고, 쿠킹 클래스도 열고 있다. 이 공간에서 그를 지난달 29일 오후에 만났다.

문성희 음식 연구가는 “제철 식재료가 풍성한 때다. 가지, 애호박, 꽈리고추, 고구마 줄기 정도면 2가지 종류의 반찬이 들어간 한 그릇 차림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재료와 함께 들어가는 부재료도 많지 않다. 간장, 식초, 정제하지 않은 원당, 들기름, 고춧가루, 소금, 콩가루, 국내 토종 통밀가루, 모차렐라 치즈 등이다. 독특해 보이는 재료는 원당과 토종 통밀가루다. 그는 “건강에도 좋은 한 그릇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탕보다 (정제와 탈색 등의 가공과정을 최소화 한) 원당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내산 토종 통밀가루도 요리 초보자에게는 생소하지만, 최근에 구하기가 수월해진 식재료다. 제주, 진주 등지에서 토종 품종을 복원해 경작을 장려하고 있어서다. “국내 토종 밀은 ‘앉은뱅이 밀’이라는 이름이 있다. 국내 토종 통밀가루는 일반 밀가루와 많이 다르다. 고소함이나 씹는 맛이 아주 좋다.”고 문 연구가는 설명했다. 채식 위주인데 모차렐라 치즈가 부재료로 쓰이는 것은 의아하다. 문 연구가는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하는 욕구도 해소해줘야 한다. 그래서 치즈를 가끔 쓰곤 한다.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며 그 욕구를 해소해주지 않으면 결국 더 안 좋은 바깥 음식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입맛을 달래주는 식재료를 섞어 쓴다”고 말했다.

제철 식재료인 가지를 손질하고 있는 문성희씨.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간단한 만큼 영양의 균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채소 콩가루 찜’을 선보인 이유다. 문 연구가는 “채식 위주로 꾸리다 보면 단백질 섭취를 신경 써야 한다. 콩가루가 아니라 밀가루 등을 써도 되지만, 일부러 단백질이 함께 든 ‘콩가루’를 쓴다. 콩가루에 쌀가루나 현미 가루를 섞어 써도 된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식초’를 잘 활용할 것을 권했다. ‘콩가루 찜’에 얹는 양념장에 식초를 썼다.

그가 선보인 한 그릇 음식들은 재료 손질과 조리 과정이 아주 단순하다. 하지(1년 중 낮이 가장 긴 때) 즈음에 나오는 감자는 흙을 씻어낸 뒤 껍질째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씻는다. 이 감자로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감자 된장 지짐’과 ‘감자볶음’을 만든다. 감자볶음은 얇게 채 썰지 않는다. 손가락 두께만큼이나 두껍게 채를 썬다. 고구마 줄기도 껍질을 벗기지 않고 쓴다. 문 연구가는 “고구마 줄기의 잎은 된장국 등을 끓일 때 써도 좋다. 줄기 부분은 껍질째 써도 된다. 재료 준비가 간단해지기도 하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볶아도 아삭하게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리 과정 역시 간단해 소개하는 6가지 음식을 다 만드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린다.

그는 “단순한 조리로 간단하게 차릴 수 있는 실용적인 한 그릇 음식, 이게 내가 이제까지 추구해 오던 것임을 최근 깨달았다. 나의 정체성을 알게 됐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수십 년 간 음식을 다루고, 연구해 온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런 상차림이 특히 요즘 1~2인 가구에게는 더욱 절실할 거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한 그릇 차림을 하면 반찬을 만들고, 저장하고, 또 꺼내면서 냉장고 문을 수없이 여닫는 과정을 줄이게 된다. 여기에 설거지할 그릇도 줄어드니 환경 면에서도 올바른 차림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단정하고 건강한 한 그릇 차림은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조리법을 정리해 봤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그릇 하나에 옹기종기~

1.강낭콩 잡곡밥+채소 콩가루 찜+고구마 줄기·양배추 볶음

채소 콩가루 찜

재료: 가지 1/2개, 애호박 1/4개, 꽈리고추 3개, 콩가루, 간장, 소금, 식초 약간

1 가지와 애호박을 비슷한 크기로 어슷하게 썬다. 꽈리고추는 절반으로 썬다.

2 손질한 채소에 소금을 1/2작은술을 뿌려 간한다.

3 소금을 뿌려 채소에서 빠져나온 수분에 콩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4 찜기를 넣은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찜기 위에 젖은 천을 깔고, 콩가루 입힌 채소들을 찐다.

5. 가지와 꽈리고추는 6분 뒤 꺼내고, 호박은 10분 뒤 꺼낸다.

6. 간장 1큰술에 발효식초 1/2큰술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쪄 낸 채소 위에 뿌린다.

채소 콩가루찜과 고구마줄기와 양배추 볶음, 강낭콩 잡곡밥으로 차린 한 그릇 음식.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고구마 줄기·양배추 볶음

재료: 고구마 줄기 한 줌, 양배추, 올리브유, 간장 약간

1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씻어 5㎝ 길이로 자른다. 양배추는 채 썬다.

2 프라이팬을 달궈 올리브유 1큰술을 넣고 센 불에 고구마 줄기를 먼저 볶는다.

3 3분가량 볶다가 양배추 채 썬 것을 넣는다.

4. 간장 1/3큰술 넣고, 자작할 정도로 물을 넣는다.

5. 뚜껑을 덮은 뒤 조린다.

2. 녹두 잡곡밥+감자 된장 지짐+감자볶음

감자 된장 지짐

재료: 감자 큰 것 1/2개, 된장, 들기름 약간

1 감자를 냄비에 넣고, 살짝 잠기게 물을 부은 뒤 된장 1큰술, 들기름 3큰술을 넣는다.

2. 물이 자작하게 남을 때까지 뭉근하게 끓인다.

녹두 잡곡밥과 감자 된장 지짐, 감자볶음으로 차린 한 그릇 음식.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감자볶음

재료: 감자 1개, 꽈리고추 2개, 현미유, 정제하지 않은 원당

1 감자를 약 1㎝ 두께로 두껍게 채 썬 뒤 물에 담가 놓는다.

2 풋고추 2개를 2㎝ 길이로 자른다.

3 프라이팬에 현미유를 듬뿍 두르고, 채 썬 감자를 넣는다.

4 썰어 놓은 고추를 넣고, 간장과 정제하지 않은 원당을 넣는다.

5 감자를 뒤섞으며 볶는다.

가지 치즈 구이 + 가지 간장 구이

가지 치즈 구이

재료: 가지 1/2개, 국내 토종 통밀가루, 모차렐라 치즈, 소금, 현미유 약간

1 가지를 0.5㎝ 두께로 자른다. 여덟 장 만든다.

2 자른 가지 두 장 사이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는다.

3 통밀가루에 소금 1/2작은술과 물을 넣어 갠 것에 치즈 채운 가지를 굴리면서 묻힌다.

4.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치즈가 충분히 녹고, 통밀가루 반죽이 바삭하게 익을 때까지 굽는다.

가지 치즈 구이와 가지 간장 구이.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가지 간장 구이

재료: 가지 2/3개, 간장, 정제하지 않은 원당, 고춧가루, 현미유 약간

1 가지의 2/3를 5㎝ 길이로 자르고, 다시 절반으로 가른다.

2 가지의 껍질 부분에 칼집을 넣는다.

3 준비한 가지를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껍질 있는 면부터 굽는다.

4 냄비에 간장 2큰술, 원당도 1과1/2큰술, 고춧가루 약간, 물 약간을 넣고 끓인다.

5 끊인 장을 구운 가지 위에 얹고 다시 한 번 굽는다.

정리 이정연 기자

반찬

밥과 함께 먹는 부식을 일컫는 말이다. 식단을 짜는 가사 노동자의 고민거리였던 반찬은 손이 많이 가고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식의 본령은 반찬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6일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화려한 일품요리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반찬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한다. 반찬을 만드는 배우 김수미의 손맛을 극찬하면서도 이를 엄마만의 일이나 재연 불가능한 영역에 두지 않고 눈대중, 손대중을 계량화해 전수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