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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1 09:32 수정 : 2018.06.21 09:48

독도 촛대바위와 삼형제굴바위. 이병학 선임 기자

가장 먼저 하루 시작하는 대한민국 영토
뱃길 멀어도 멋진 경관에 관광객 ‘북적’
접안 가능 1년 150일 불과 ‘운 좋아야’ 상륙
여행 전후 독도박물관 등도 찾아볼 만

독도 촛대바위와 삼형제굴바위. 이병학 선임 기자
독도는 새벽의 땅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자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대한민국 영토다. 동해바다 동쪽 끝의 이 아름다운 섬에서, 갈매기도 주민도 경비대원도 등대원도 이 땅을 비추는 첫 햇살을 받는다.

“승객 여러분, 우리는 곧 독도에 도착합니다.”

운이 좋았다. 쾌청한 날씨에 바다는 잔잔해 독도 선착장 접안에 문제가 없었다. 울릉도 저동항을 떠난 선플라워호가 동남쪽을 향해 시속 60㎞ 속도로 달린 지 1시간50분 만이다. 하선 준비를 하는데 선내 방송이 한 번 더 나왔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불철주야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 여러분들이, 항상 과자가 부족해서 아쉬움이 많다고 합니다. 위문품으로 과자를 전달하실 분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 나이, 험난한 동해바다 한가운데 외진 섬에서 버티려면 부족하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 독도에는 주민 2명과 독도경비대원 40명, 독도관리사무소 직원 2명, 등대관리원 3명 등 47명이 상주한다.

독도 동도에 발을 디딘 관광객. 이병학 선임기자

가보고 싶어도 가기 어려웠던 독도가 여행지로 일반인에게 속살을 내보인 건 지난 2005년이다. 정부가 ‘독도 입도 제한 완화’ 조처를 시행하면서다. 이전까지는 환경·생태 보호와 경비·안전을 이유로 일반인 상륙을 제한해 왔다. 당시 독도 선착장에 발을 디딘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준비한 태극기를 휘두르며 감격에 겨워했다. 일본이 그토록 탐내는, 탐스럽고 소중한 우리 땅에 발을 딛고 서서 <애국가>도 부르고 <독도는 우리 땅>도 목청껏 불렀다.

과거처럼 애국가를 부르는 이들은 볼 수 없었지만, 동해바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우리 섬에 발을 딛고 섰다는 감격은 매한가지였다. 선착장으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은 허용된 40분 동안, 걸어가 볼 수 있는 한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동도·서도 모양을 살피고, 바위 하나도 새로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독도 동도의 바위문. 이병학 선임기자

선착장 주변에만 머물러야 하므로, 독도의 섬 전체 윤곽을 감상할 수는 없다. 그래도 탕건봉,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 닭바위 등 멀리 섬 가까이 늘어선 바위들 모습이 이채롭고,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뿌리내리고 견디며 푸른 빛을 내뿜는 나무들과, 거기 깃들어 사는 괭이갈매기 떼의 비행이 눈부셔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들이다.

서도 벼랑 밑에 가까스로 터를 마련하고 사는 독도 주민 김성도(78)·김신열(81)씨 부부 집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독도경비대원들에게 손 내밀어 “독도 지키느라 고생 많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김성도씨 부부는 독도 최초 주민이던 고 최종덕씨와 함께 1960년대부터 주변에서 조업을 해오다, 1987년 최씨가 세상을 뜨자 1991년 주소지를 독도로 옮겨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독도 표석. 이병학 선임기자

40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승선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관광객들은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배에 올라, 선착장에 도열해 배웅하는 경비대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독도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197만37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모두 독도에 발을 디딘 건 아니다. 일부 관광객은 기상 악화로 배가 접안을 못해, 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에 만족하고 돌아와야 했다. 요즘도 아무 때나 제한 없이 독도 상륙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보통 겨울을 제외하고 2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약 9개월 정도 독도 여객선이 운항하는데, 이 기간의 독도 접안 가능 일수는 평균 150일로,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괭이갈매기 번식기인 5~6월엔 하루 입도 횟수를 10회 이내로 제한한다.

모처럼 찾은 울릉도 여행길, 화창한 날씨에 뱃멀미 없이 오가며, 동도·서도의 멋진 자태를 감상하고 고유 영토에 발을 디뎌 소중함을 확인했으니 실로 운이 매우 좋았다.

독도 서도 주민 김성도씨 집. 이병학 선임기자

독도 여행을 전후해 꼭 들러보면 좋은 무료 전시관들로 가보자. 울릉도에 세 곳 있다. 도동의 독도박물관, 천부의 안용복기념관과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이다. 세 곳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면,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우리 땅 독도’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을 숙지하게 되고, 독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인들의 활약상에 감동하게 된다. 독도가 역사·문화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일 수밖에 없는 당위성과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세세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전시관들이다.

“여러분,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지요? 독도가 왜 당연히 우리 땅일까요?” 독도박물관 해설사가 관람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머뭇거리는 관람객들에게 그는 “독도박물관은 바로 그 점을 확실하게 설명해주기 위해 만든 시설”이라며 전시된 자료를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해설사를 따라 박물관의 5개 전시실을 돌며 설명을 듣는 동안, 어렴풋이 이해했던 독도에 대한 지식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독도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우산도라 불렀고, 조선시대엔 삼봉도·가지도·독도 등으로 불리며 역사·문화를 함께 해온, 전통적인 대한민국 영토다. 일본은 한반도 침략 직전인 1905년, 갑자기 독도가 주인 없는 땅이라고 주장하며 일본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옛 자료와 지도, 독도가 조선 땅으로 표시된 일본의 옛 지도들, 독도의 지질과 생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환송하는 독도경비대원들. 이병학 선임기자

영상실에서는 1950~70년대 독도·울릉도와 주민 생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울릉도를 사랑한 미국인’ 험프리 렌지(1921~1977)가 촬영한 1960년대 울릉도 자연환경과 주민들 생활 모습도 감동적이다. 미군 공보장교 출신인 험프리 렌지는 1966~69년 울릉도에서 살면서 주민의 다양한 생활상을 흑백 필름에 담아 ‘저 먼 외로운 섬(Out There A Lone Island)’라는 62분짜리 기록영상물을 만들었다.

안용복기념관은, 조선 숙종 때 사람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는 데 크게 공헌한 안용복을 기려 세운 전시관이다. 일본 어부들이 울릉도와 독도에 출몰해 고기를 잡아가자, 두 차례 일본으로 가(첫 번째는 일본 어부가 납치, 두 번째는 방문) ‘울릉도·독도는 조선 땅이니 함부로 침범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돌아온 이다. 안용복의 활약상 및 독도가 한국 고유 영토임을 밝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최근 문 연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은 안용복기념관 가까이 있다. 광복 직후부터 한국전쟁 혼란기에, 일본의 야욕으로부터 독도를 지키기는 데 헌신했던 의용수비대들의 활약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울릉도/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을릉도·독도 가기]

△ 울릉도 배편

울릉도 가는 배는 강원도 강릉 안목항, 동해 묵호항, 경북 포항, 울진 후포항에서 탈 수 있다. 포항 여객선터미널의 경우 매일 오전 9시50분, 10시50분 울릉도행 배가 출항한다. 3시간10~30분 소요. 독도행 배는 울릉도 도동항·저동항·사동항에서 매일 운항한다. 편도 1시간40~50분 소요. 기상 상황에 따라 매일 출항 여부를 결정한다.

△ 여행상품

여행사 여행박사는 최근 비행기와 배를 이용한 ‘울릉도 2박3일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대구로 간 뒤 포항으로 이동해 울릉도행 배를 탄다. 도동~사동~통구미~현포~천부~나리분지 코스, 봉래폭포~저동 촛대바위~내수전 전망대 코스 등 울릉도 육로관광이 기본이다. 34만1000원. 7월21일까지 월·화·토요일 출발. 미리 예약하면 독도 여행도 가능하다. 070-7017-0024.

독도·울릉도 동해 한가운데 자리한, 보물단지 같은 대한민국 영토. 삼국시대부터 지켜 온,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신비로운 섬 무리임. 행정구역상 독도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만찬 차림에 ‘독도새우’가 선보이면서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독도에 대한 관심이 커짐.

울릉도/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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