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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저동항에서 본 죽도의 북저바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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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독도·울릉도 여행
독도 말고도 울릉도 곁엔 바위섬 즐비
배로 가는 죽도, 걸어서 가는 관음도
거북바위·공암·삼선암 해안 따라 우뚝우뚝
섬일주 유람선 타면 해설 들으며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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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저동항에서 본 죽도의 북저바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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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딸린 섬 가운데 사람이 살았거나 살고 있는 섬은 3개다. 가장 큰 독도와 그다음 규모인 죽도에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세 번째로 큰 섬인 관음도는 과거에 사람이 살았었다. 세 섬 모두 울릉도 여행길에 필수 코스로 넣어 탐방해볼 만한 매력을 지닌 섬들이다.
멀리 떨어진 독도 여행엔 별도 일정이 필요하지만, 죽도나 관음도는 울릉도 본섬 가까이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둘러볼 수 있다. 관음도는 보행교로 연결돼 있고, 죽도는 도동항에서 여객선으로 15~20분 거리다. 어느 섬이든 맑은 날 찾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죽도는 대나무(시누대)가 많아, 조선시대부터 대섬, 죽도로 불러온 섬이다. 울릉도 동북쪽 해안에서 불과 2㎞ 떨어져 있다. 섬 전체를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이 둘러싸고 있지만, 위쪽은 널찍한 평원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바윗덩이가 푸른 초원을 덮고 있는 모습의 섬, 죽도의 자태는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봐도 아름답고, 저동항 부두 촛대바위 부근에서 바라봐도 멋지다. 도동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면 더 멋진 경관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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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시누대숲.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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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가고 싶은 섬’이라고 죽도 홍보물에 적혀 있다. 죽도에 그토록 대단한 경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을 지닌 섬임엔 틀림없다. 배에서 내려 달팽이 계단을 오르면서 죽도 탐방이 시작된다. 한 바퀴 걸어서 산책하는 동안 본섬 울릉도의 자태와 규모가 다시 보이고, 멀리서 바라보는 관음도의 모습도 아름답다. 산책로를 따라 바위 절벽과 곰솔숲, 시누대숲, 그리고 연초록 더덕밭들이 번갈아가며 모습을 드러낸다. 장미 등 꽃 장식 정원도 있고, 눈길을 끄는 조형물들도 있다. 날씨가 좋다면 바다와 어우러진 섬의 경관은 더욱 빛난다.
죽도에는 김유곤(50)·이윤정(44)씨 부부, 1가구가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더덕밭은 푸른데, 집(죽도 휴게실) 문은 닫혀 있다. 나중에 죽도 여객선 선원에게 물으니, 부인이 아기 낳을 달이 되어 대구에 가 있다고 했다. 곧 죽도 주민이 한 명 늘어나는 경사를 맞게 된다. 죽도에선 물이 나지 않는다. 빗물을 받아 작물을 기르고, 식수는 배로 실어와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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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산책로의 북동쪽 절벽.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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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동북쪽 끝, 북면 섬목 해안에 바짝 붙어 있는 무인도, 관음도가 있다. 과거 한때 주민이 살기도 했던, 본섬과 불과 100여m 거리에 있는 섬이다. 올해 말 울릉도 일주도로가 개통되면, 저동과 내수전 쪽에서 터널을 통해 섬목까지 차로 10여분이면 갈 수 있지만, 아직은 1시간30분에 걸쳐 섬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관음도는 지난 2012년 보행교로 연결돼 일반인에게 공개된 섬이다. 섬에 들어서면 빽빽하게 우거진 동백나무숲과 억새숲, 탁 트인 섬 전망이 번갈아 펼쳐진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전망대 세 곳에서 바라보는 삼선암, 죽도, 그리고 본섬 내수전 해안 경관이 볼 만하다.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의 일부로, 관음도와 보행교 옆 본섬 해안 일대에서 주상절리, 포획암 등 다양한 지질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독수리바위, 하회탈바위도 이채롭다.
섬 위에서는 볼 수 없지만, 관음도 동북쪽 절벽 밑에는 거대한 해식동굴 2개가 뚫려 있다. 삼선암·공암(코끼리바위)과 함께 울릉도 3대 비경으로 불리는 관음쌍굴이다. 옛날 해적이 이 굴에 배를 숨기고 있다가 어선이 나타나면 약탈을 하는 일이 잦아 해적굴로도 불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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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달팽이계단.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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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주민들은 관음도를 깍새섬(깍개섬)으로 불렀다. 40여년 전까지도 깍새가 섬을 뒤덮을 정도로 많이 살았다고 한다. 깍새란, 과거 울릉도 곳곳에서 무리지어 살던 슴새를 말한다. 깍새가 워낙 많아, 주민들은 새를 잡아 거의 주식처럼 이용할 정도였다. 나이 드신 울릉도 토박이 어르신들에게 깍새에 대해 물어보라. 몇 시간이고 깍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깍새는 거의 사라지고, 관음도엔 갈매기 떼가 가득하다.
울릉도에 딸린 이 섬들을 비롯해, 아름다운 울릉도의 해안 경관을 제대로 보려면 섬 일주 유람선을 타야 한다. 도동항을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울릉도를 한 바퀴 돌며 해안 절벽과 섬, 바위 무리들을 한 줄에 꿰어 감상할 수 있다. 섬 안에서 보는 경관과 또 다른 울릉도의 모습을 바다 쪽에서 둘러보는 코스다. 해의 방향에 따라 일부 해안에선 눈부시게 아름다운 쪽빛·옥빛 바다 빛깔도 눈에 들어온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무수한 갈매기 떼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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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도 보행교와 삼선암.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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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섬을 기어오르는 거북이 모습이 보이는 거북바위, 향나무와 곰솔 우거진 바위절벽들, 바위섬에 지름 10m의 구멍이 뚫려 흔히 코끼리바위로 불리는 공암, 뾰족하게 솟은 송곳봉(추산), 그리고 해안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 기둥들인 삼선암, 관음도와 죽도 주변을 차례로 감상하게 된다. 관광객이 탄성을 터뜨리는 곳은 공암과 추산 주변, 딴바위 지나 삼선암과 관음도 주변을 지날 때다. 세 개의 바위 기둥을 일컫는 삼선암 경관은 사실 천부 해안도로변에서 감상하는 게 좀더 운치 있지만, 각각 107m·89m·58m 높이의 웅장한 바위 기둥들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관음도 절벽 밑에 뚫린 관음쌍굴은 배를 타야만 볼 수 있는 숨은 경관이다. 나란히 뚫린, 입구 높이가 20m쯤 돼 보이는 거대한 해식동굴 한 쌍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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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코끼리바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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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은 관음도와 죽도 사이 바다를 지나 저동항 앞바다의 사각뿔 모양의 바위 북저바위를 거쳐 도동항으로 돌아온다. 북저바위는 복어를 가리키는 울릉도 사투리 ‘뽁지’ 바위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이 바위섬 부근에서 복어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도동항에서 절벽 해안을 따라 이어져, 행남등대를 거쳐 도동으로 내려서는 ‘행남등대 해안 산책로’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섬 안쪽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관이다.
[죽도·관음도·울릉도 해안 여행 정보]
▲ 죽도
죽도를 한 바퀴 산책하는 데는 40여분이 걸리지만, 1시간20분 정도 머물 시간을 주므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도동항 출발~죽도 탐방~도동항 도착에 총 2시간 쯤 걸린다. 도동항에서 매일 오전 9시, 오후 3시 2회 출발. 승선료 1만5000원, 섬 입장료 2000원.
▲ 관음도
섬을 한 바퀴 산책하며 구경하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입장료 4000원.
▲ 울릉도 섬 일주 해상 관광 유람선
매일 오전 9시15분 도동항에서 출발한다. 여름 성수기엔 오후에 한 차례 더 출발한다. 울릉도를 한 바퀴 도는데 약 2시간이 걸린다. 어른 2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선내 방송을 통한 해안 경관 해설이 매끄럽지 못하고 내용도 미흡해 아쉽다. 미리 울릉도 내륙 여행을 통해, 경관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유람선을 타는 게 좋겠다
울릉도/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독도·울릉도
동해 한가운데 자리한, 보물단지 같은 대한민국 영토. 삼국시대부터 지켜 온,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신비로운 섬 무리임. 행정구역상 독도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만찬 차림에 ‘독도새우’가 선보이면서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독도에 대한 관심이 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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