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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31 09:42 수정 : 2018.05.31 10:20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경평면옥. 박미향 기자.

[ESC] 커버스토리

6곳 강남 평양냉면 탐방, 3곳은 2달 전 문 열어
강북 기반 유명 평냉집 출신 추방장이 여럿
익숙한 맛 느껴지는 한편 차이도 있어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경평면옥. 박미향 기자.

신흥 평양냉면(평냉) 식당이 서울 강남에 여럿 자리를 잡았다. ‘평냉 벨트’가 형성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까지 평냉 강자는 강북에 주로 터를 잡았다. 그러나 이 음식을 즐기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평냉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본 이들이 강남 한복판에서 도전을 시작했다. 평냉 식당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4일 강남 평냉 식당 가운데 평양옥, 경평면옥, 평화옥, 피양옥, 봉밀가, 진미평양냉면을 평가단과 함께 찾았다. 북한 4대 냉면집(고려호텔 식당, 청류관, 민족식당, 옥류관)의 맛을 다 보고, 평소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평양냉면을 먹는 미식가 한양대 예종석 교수와 박미향 <한겨레> 음식 전문기자가 동행했다. 6곳 식당 저마다 내세우는 맛이 꽤 다르다. 이곳 중 4곳은 강북의 유명 평냉 식당이나 그 분점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주방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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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고기 육수 맛, 평양옥

예종석(이하 예) 육수에 고기 향이 많이 난다. 딱 ‘우래옥’ 풍이다. 이 정도면 좋은 편이다. 모양새가 간결하고 오이도 안 들어가고. 배와 무만 있다.

박미향(이하 박) 특유의 진한 고기 향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육수는 괜찮은데, 면이 좀 따로 노는 느낌이다. 고명으로 올라간 고기는 고기대로, 배는 배대로, 무는 무대로 따로 노는 느낌이다.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조금 부족하다. 국물은 우아하다.

그건 아마 요즘 배를 고명으로 올리는 집이 적어서 익숙하지 않아 그럴 수 있다. 조선말의 고종이 즐겨 먹은 냉면엔 배가 올라갔다. 그 점을 염두에 둔 거 같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약 2달 전 문을 열었다. 김영규 대표는 ‘우래옥’에서 처음 냉면을 배웠다고 한다. 식당 안에는 ‘순 메밀 100% 맷돌 제분’이라는 표시가 붙어있다. 메밀을 기계화한 맷돌로 갈아 가루로 만들고, 손 반죽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평양옥. 박미향 기자
슴슴한 면도 괜찮다. 적당히 쫄깃한 느낌이 있는데, 메밀 100%로 이렇게 만들려면 반죽을 열심히 해야 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도 수준급이다.

돼지고기를 삶아 나오는 ‘메밀제육’은 아쉽다. 만두는 괜찮다. 냉면 가격이 착한 편이다. 요즘 만원대 중반까지 올라가는데, 여긴 9천원이다.

겸손한 가격이다. 모양새도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이 정도 양에, 맛 수준에 그 가격인 게 놀랍다.

한마디/예종석: 고기 향 진한 우래옥 풍이다. 박미향: 국물에서 진한 육향이 난다.

(평양냉면 :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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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분위기의 경평면옥

여기는 면수(면 삶은 물)를 주네. 들어오자마자 구수한 향이 나서 좋다.

식당들은 대부분 1층을 선호한다. 장사하는 처지에선 2층은 손님을 끌어들이기에 좋은 자리는 아니다. 2층인데 그만큼 맛에 자신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육은 지방과 살코기가 조화롭다.

좋은 부위 돼지고기를 쓴 것 같다. 새로 문 연 식당들은 제대로 된 평냉 맛을 내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분점들도 초창기에는 제 맛을 못 내는 편이다. 문을 연 지 2달 좀 넘었다는데 이 수준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경평면옥의 김태권 주방장은 장충동 평양면옥의 논현동 분점에서 17년 동안 일하다 지난 4월에 자신만의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경평면옥. 박미향 기자.
육수의 고기향이 좀 옅다. 마지막에 살짝 도는 정도다. 면과 육수가 꽤 잘 어우러진다.

전형적인 장충동 평양면옥 계열이다. 90% 이상 같다고 볼 수 있다.

명가라고 불리는 곳들이 긴장할 만하다. 주방을 살짝 둘러보니 깔끔했다. 보통 주방을 보면 답이 나온다.

친숙하다. 면수 향이 풍겨오는 것도 그렇고. 깨끗하게 고쳐 깔끔해진 고향집 느낌이다. 가족 경영을 하거나 종업원의 처우가 괜찮을 확률이 높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온 황경희씨는 주인 김태권씨의 아내다. 종업원은 주방 앞 식탁에서 직접 만두를 빚고 있었다.

한마디/예종석: 신흥 강자라고 부를 만하다. 박미향: 강남권에서 약속을 잡는다면 이 집을 갈 거 같다.

(평양냉면 :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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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셰프의 냉면집, 평화옥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점 두 개를 받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처음 선보인 식당의 서울 분점이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식당가에 2호점인 이 집을 열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평화옥. 박미향 기자
면에 메밀을 어느 정도 썼는지 궁금하다. 다른 식당과 달리 한쪽 벽이 없어 어수선한 게 아쉽다. 간이 좀 세다는 느낌이다.

면의 식감이 반들반들하다. 인천공항 평화옥의 평양냉면을 접해봤는데, 그곳과 조금 다르다.

한마디/ 예종석: 퓨전 평양냉면이라고나 할까… 박미향 : 인천공항 평화옥과 다른 느낌.

(물냉면 :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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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평냉 맛, 피양옥

지난해 5월 문을 연 피양옥은 안에 제분기가 있다. ‘함흥냉면가루’라고 적힌 포대들이 여러 개가 보인다. 종업원이 제분기에서 메밀가루를 꺼내는 장면도 목격됐다. 차림표엔 ‘피양면’, ‘물냉면’, ‘비빔냉면’이 있다. ‘피양면’과 ‘물냉면’을 주문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피양옥. 박미향 기자
(물냉면을 맛보고) 육수에서 달콤한 맛이 살짝 난다. 이 맛에 혹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주로 젊은 사람이 좋아할 듯하다.

경평면옥보다 고기 향이 아주 옅다. 육수는 큰 감동은 없다.

면은 훌륭하다. 이제까지 돌아본 식당 중 면은 가장 낫다.

면이 입안에서 절로 끊긴다. 자부심의 표현인지 장삿속인지 몰라도 제분기를 손님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유명한 집들의 여러 요소가 이 집에서 보인다. 연구를 많이 한듯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피양옥. 제분기를 손님들이 보이는 곳에 배치했다. 박미향 기자
다만 그 요소들이 자기 것으로 잘 자리 잡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 등장한 옥류관 냉면과 비슷한 분위기의 피양면을 맛보고) 피양면을 따로 내세운 이유가 궁금해진다. 육수에 간장을 조금 타 간을 맞춘 것 같다.

피양면에 지단(달걀 부친 것을 얇게 썬 것)이 수북하다. 부친이 평양에서 냉면집을 운영했다는 대전의 한 평양냉면집 스타일도 이렇다. 평양식의 한 특징이다.

한마디/예종석: 면이 훌륭하다. 자기 만의 색깔이 좀 더 필요. 박미향: 가게가 넓고 메뉴가 다양해 회식 등을 하기 좋다.

(물냉면 :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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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냉면집, 봉밀가

식당평가서 <2018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더 플레이트’에 오른 식당이다. 이곳 차림표엔 ‘평양 메밀물국수’라 적혀 있다. 2015년 봄에 문 열었다고 한다.

경평면옥처럼 면수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분식점 같다. 면의 식감이 아쉽다.

여기는 혼냉(혼자 냉면 먹기)을 하는 사람이 꽤 보인다.

냉면은 옛날부터 혼자 먹는 이가 많았다. 평양에서는 ‘물국수’라 한다. 역사가 오래된 냉면집들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밀물국수를 파는 봉밀가. 박미향 기자.
한마디/ 예종석: 혼냉하기 편한 분위기. 박미향: 학교 앞 식당 같다.

(물국수 :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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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냉면전쟁의 출발, 진미평양냉면

2년 전 문 연 진미평양냉면은 강남권 평양냉면 경쟁의 포문을 열다시피 한 곳이다. 이른 저녁 시간인 6시30분에도 본관 자리가 꽥 채워질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평양냉면집, 진미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초창기보다 맛이 많이 좋아졌다. 이곳 역시 주방장이 평양면옥 등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육수가 장충동 평양면옥과 꽤 비슷하다.

경평면옥과 비슷해 보이는데 육수의 고기 향은 거기보다 조금 약한 거 같다.

육수가 평양면옥 본점보다 살짝 아쉽다. 차가운 제육은 좀 더 촉촉했으면 좋았겠다.

한마디/ 예종석: 점점 좋아지는 맛에 기대가 된다. 박미향: 평냉 신강남시대 연 집 답다.

(냉면 : 1만1천원)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평양냉면: 차게 식힌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 음식. 음력 정월부터 12월까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서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냉면(冷?)을 음력 11월의 시절음식으로 소개했다. 냉장기술이 발달한 현재는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냉면을 즐길 수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만찬메뉴로 등장하며 ‘평양냉면’과 ‘옥류관’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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