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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30 19:56 수정 : 2018.05.30 20:10

경기도 일산동구 백석동 ‘윤선희 평양냉면 양각도’의 주방에서 갓 쪄낸 굴린 만두를 선보이고 있는 윤선희씨.

[ESC] 커버스토리│냉면

평양냉면 인기지만 여전히 싫다면
불고기·어복쟁반·초계탕·수육 등
냉면집의 또다른 대표음식 선택할만
굴린만두·명태식해·순대·비빔면도 인기

경기도 일산동구 백석동 ‘윤선희 평양냉면 양각도’의 주방에서 갓 쪄낸 굴린 만두를 선보이고 있는 윤선희씨.

“그래, 이, 이 아무 맛대가리도 없는 걸…그렇게 기를 쓰고…유명하기는 무슨…싫다는데도 응?…줄까지 서서…비싸기는 또….”

60살 전후로 보이는 여성은 멀건 물냉면 그릇을 앞에 놓고, 실망을 넘어 분하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앞에 앉은 사위인 듯한 젊은 남성은 머리만 긁적이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지난해 여름, 의정부 ‘평양면옥’에서 실제로 맞닥뜨렸던 장면이다. 평양냉면집을 자주 가는 이라면 엇비슷한 상황 한번쯤 만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듯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는 음식이다. ‘행주 헹군 물 같은 육수’,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맹탕’, ‘맛없고 값만 비싼 폭리 음식’ 등등이 평양냉면을 꺼리는 이들의 평가다. 맛은 개인 취향이므로 이들의 견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평양냉면을 오래 즐겨온 이들일수록 주변에 평양냉면 추천하기를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와중에 일부 평양냉면광들이, 평양냉면을 애가 타게 먹고는 싶은데 일행은 ‘평냉’ 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이들일 때 쓰는 방법이 있다. “그럼 고기나 먹으러 갈까?”다. 평양냉면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냉면의 친구뻘 되는 음식들, 특별한 맛을 자랑하는 육류 음식을 내세우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명 평양냉면집들에는 냉면보다 더 인기를 누리는 음식들이 수두룩하다. 시원하고 맛있는 평양냉면을 더욱 맛있게 먹도록 도와주는 준비운동 음식이자, 각 냉면집의 별미 음식들이고, 근사한 술 안주다.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냉면집 별미 중에서도 각 냉면집을 대표하는 육류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들이 있다. 예컨대, 앞서 의정부 평양면옥의 경우 수육(소고기)이나 제육(돼지고기)은 냉면 못지않게 인기가 있다. 부드럽고 졸깃한 육질과 매콤·새콤·달콤한 양념장 맛이, ‘밋밋한’ 냉면 맛에 대한 실망을 보상해 줄 수 있다.

서울 평양냉면집들의 냉면 외 유명 음식을 약간 열거해 보자면, 소불고기 하면 ‘우래옥’, 어복쟁반하면 ‘평가옥’과 ‘남포면옥’, ‘돼지고기 수육’하면 ‘필동면옥’(제육)과 ‘을지면옥’(편육)이 이름 높다. 그리고 녹두빈대떡하면 ‘을밀대’, 닭무침하면 ‘평래옥’, ‘돼지 불고기’하면 ‘봉피양’을 꼽는 이들이 많다. 오랜 단골들이 냉면과 곁들여 먹어 온 ‘냉면의 친구들’이다. 평냉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라도 선택해 즐겨볼 만한 음식들이다.

평래옥의 닭무침.
평양냉면집의 유명 음식 중 좀 색다른 것들로 선택의 폭을 넓혀 보자.

서울 을지로3가 ‘평래옥’에서 여름철 냉면과 함께 인기가 치솟는 음식이 초계탕이다. 초계탕은 닭고기 등의 육수에 잘게 찢은 닭이나 꿩 살코기 등 육류와 온갖 채소들을 넣고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시원하게 먹는 보양식이다. 여기에 메밀국수를 말면 초계국수가 된다. ‘초계’는 식초의 초와 ‘닭 계’ 자, 또는 겨자의 평안도 사투리 계자를 합친 말이다.

평래옥의 초계탕은 한우 사골·양지·사태로 우린 육수와 닭 육수를 ‘7 대 3’으로 섞고, 여기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만든 육수에 닭고기와 배·양상추·오이 등 채소를 듬뿍 넣고 메밀 면을 넣어 만든다. 약간의 식초·설탕·겨자로 기본 간을 해서 낸다. 초계탕에 들어가는 닭고기는 80% 이상이 닭다리 살이어서 씹는 맛이 좋다. 새콤·달콤 ·시원한 맛에 영양도 만점이어서 평냉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이 찾는 별미다. 2인 이상 주문, 1인분 1만3000원. 닭고기 무침은 모든 음식에 기본 반찬으로 제공된다.

윤선희 평양냉면 양각도의 명태식해.
경기도 일산동구 백석동 ‘윤선희 평양냉면 양각도’는 2008년 탈북한 윤선희(53)씨가 평양냉면 외에 다양한 북한 음식들을 선보이는 식당이다. 냉면 맛도 훌륭하지만, 초계탕과 명태식해, 굴린 만두 등도 별미다. 굴린 만두는 만두피를 따로 만들지 않고 만두소만 뭉쳐 갖가지 곡물 가루에 굴려서 쪄내는 만두다. 돼지고기·새우 살과 여러 채소를 다져 만든 소의 맛이 부드럽고 구수하다. 1만원. 명태식해는 3개월간 숙성시켜 비린 맛이 없고, 깊고 고소한 맛을 낸다. 1만원.

동무밥상의 찹쌀순대.

합정동 ‘동무밥상’도 탈북자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최근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군복무 시절 옥류관에서 4개월간 교육을 받고, 북한군 장성급 전용 식당 요리사로 10년간 일하다 1998년 탈북한 윤종철(62)씨가 주인이다. 평양냉면 외에 소고기초무침, 찹쌀순대 등을 낸다.

소고기초무침은 삶은 양지 살을 먹을 만한 크기로 잘라, 오이·붉은 고추·대파 등을 섞어 버무린 다음 간장·식초·설탕으로 간을 해 내는 술안주용 음식이다. 윤씨가 “모시고 있던 장군 16명을 위해 개발한 술안주”다. 고기와 오이를 함께 씹는 맛이 상큼하다. 1만2000원. 찹쌀순대는 돼지 소창에 찹쌀과 돼지고기 간 것, 돼지피(선지), 배추·대파 등을 썰어 버무려 넣어 만든다. 순대 맛이라기보다는 찹쌀떡 맛에 가깝게 졸깃한 게 특징이다. 1만2000원.

동무밥상의 소고기초무침
공덕동의 ‘무삼면옥’은 조미료·설탕·색소 3가지를 쓰지 않는, 100% 메밀 면을 내는 식당이다. 약초·버섯을 우려내 만든 무미한 육수와 투박하고 텁텁한 면발로, 냉면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다. 이와 별도로 여기선 소소한 술 안줏거리도 인기다. 술을 주문하면 갖다 주는(가져다 먹는), 멸치와 디포리(보리멸) 중간 크기의 마른 ‘솔치’(청어새끼)다. 술 한 잔에 한 마리씩, 막걸리 안주로 소주 안주로 먹는 맛이 훌륭하다. 이거 먹으러 일부러 온다는 손님도 있다. 주인이 남해 등지에서 주문해 다듬고 볶아서 내는데, 비린내가 없고 고소하다. 이색 만두로 강황완자만두가 있고, ‘순 메밀 간장 비빔면’도 주문할 수 있다. 냉면 보통 1만1000원.

무삼면옥의 솔치 안주
‘순 메밀 비빔면’하면 서울 지하철 마포역 부근 ‘청춘구락부’를 빼놓을 수 없다. 양·대창 전문 식당인데 평양냉면으로 성가를 올리는 곳이다. 평양냉면에 질린 이라면 이 집 들기름 메밀순면에 도전해볼 만하다. 김 가루와 달걀지단·실고추가 고명으로 올라가는, 막국수를 떠올리게 하는 비빔면이다. 신선한 들기름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1만1000원.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평양냉면

차게 식힌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 음식. 음력 정월부터 12월까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서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냉면(冷?)을 음력 11월의 시절음식으로 소개했다. 냉장기술이 발달한 현재는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냉면을 즐길 수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만찬메뉴로 등장하며 ‘평양냉면’과 ‘옥류관’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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