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4 09:37
수정 : 2018.05.24 11:10
[ESC] 커버스토리
올해 이디엠 페스티벌 의상, 패피들의 제안
세계적인 디제이 디플로나 하드웰처럼
단색 의상·형광 액세서리·비닐백 유행 조짐
음악사에서 장르문화는 곧 패션으로 이어졌다. 청중은 음악을 단순히 듣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를 의상, 액세서리 등을 통해 스타일로 형상화해왔기 때문이다. 1920년대 프랑스 파리의 스윙재즈는 헤어밴드와 고급 의류 브랜드 샤넬의 미니드레스로, 1990년대 초반 미국의 힙합은 벙거지 모자와 통 넓은 바지로 이어졌다. 2018년, 이디엠(EDM·일렉트로닉 댄스뮤직)은 전 세계 20~30세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다. 그들의 음악은 과연 어떤 패션으로 분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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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엠 디제이 크레인(사진 왼쪽), 임도빈(가운데), 패션 디자이너 정선하씨.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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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밤 11시30분.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디엠 전용 클럽 ‘박스스튜디오’에서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디제이가 디제잉에 몰두하고 있었다. 7년 경력의 이디엠 디제이 크레인(25)이다. 오는 6월에 열릴 ‘울트라 코리아 2018’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그는 “최근 이디엠 디제이들은 블랙 의상을 선호한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디엠 프로듀서인 디플로처럼 모노톤의 무심한 옷차림을 즐겨 입는 게 인기다”라고 말했다.
과거 국내 이디엠 음악페스티벌을 찾은 이들은 페스티벌의 콘셉트에 맞는 복장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여름 이디엠 페스티벌로 꼽히는 ‘워터밤 2017’은 댄스음악과 놀이를 결합한 콘셉트이다. 관람객은 서로 물총을 쏘면서 논다. 그런 이유로 비키니 등의 수영복에 짧은 청반바지나 로브(무릎 아래까지 오는 길이의 가운) 등을 걸친 이들이 다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전망이다. 5월26일부터 이틀간 펼쳐질 ‘2018 서울월드디제이페스티벌’과 6월에 열리는 ‘울트라 코리아 2018’(이하 울트라 코리아) 등 대표적인 이디엠 페스티벌에서는 일상복을 활용한 도회적인 ‘모노톤’ 콘셉트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춤추기 좋은 활동성 있는 복장이면서도 멋 내지 않은 듯한 느낌의 ‘무심한’ 일상복이 오히려 세련되고 힙(hip)해 보인다는 것이다. 울트라 코리아 김태욱 과장은 “그동안 국내 음악페스티벌은 일종의 축제로 인식됐다”면서 “페스티벌을 찾은 20~30 세대는 자신을 과감히 드러낼 수 있는 캐주얼한 노출 패션이나 코스프레룩을 주로 입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디엠 페스티벌이 활성화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음악장르를 전문적으로 듣는 마니아층이 는 것이 이유다. “이디엠 디제이들의 옷이 ‘따라하고 싶은 패션’이 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올해 유행을 예고한 흑백 모노톤의 이디엠 패션은 2~3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디엠 프로듀서 디플로와 디제이 하드웰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공연마다 검은색 티셔츠와 바지, 가죽 재킷을 줄기차게 입어 이디엠 패션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학과 정보윤 교수는 “세계적인 이디엠 디제이들의 ’모노톤’ 패션이 국내 디제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자 관객들도 비슷한 스타일을 즐겨 입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흑백 색상 위주의 복장이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색감을 통일하는 식으로 보완하면 더 세련되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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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복장으로 통일한 정선하씨. 독립 패션 브랜드 ’세이모 온도’의 미니백으로 의상의 포인트를 줬다.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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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디엠 클럽을 즐겨 가는 패션 디자이너 정선하(29)씨도 올해 ‘이디엠 패션’으로 셔츠, 바지, 신발을 모두 흰색으로 통일해 입는 것을 제안했다. 정씨는 “보통 이디엠 페스티벌은 밤 11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소매가 긴 셔츠와 바지로 보온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흰색 복장은 강렬한 무대 조명이 반사되는 효과가 있어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과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페스티벌마다 단골 패션으로 등장한 보헤미안 스타일 복장에는 독립 브랜드 가방 등을 활용하면 좋다고 정씨는 말한다. 그는 일명 ‘현아 가방’이라고 불리는 ‘세이모 온도’의 미니 크로스백를 추천했다. “실용성과 세련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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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인기가 많을 것을 예상되는 페스티벌 패션. 울트라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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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모노톤 이디엠 패션은 자칫 밋밋하고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럴 땐 포인트 색상으로 보완할 수 있다. 형광 컬러가 대표적인 포인트 색상으로 꼽힌다. 정보윤 교수는 “1980년대 클럽 문화가 시작될 때 등장했던 형광 컬러 옷 등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비닐 소재 백도 무대 조명을 받으면 반짝이는 효과가 있어서 어두운 이디엠 클럽이나 페스티벌 현장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과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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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옷을 입은 이디엠 디제이 신규민(사진 오른쪽)이 형광 색 옷을 입은 그의 동료와 디제잉을 하고 있다. 사진 신규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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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수자(사진 오른쪽)가 ’세이모 온도’의 비닐 가방을 들고 그의 동료와 걷고 있다.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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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도 모노톤 패션에 세련미를 얹어줄 수 있는 장신구다. 이디엠 패션 선두 그룹은 유명 브랜드보다는 독립디자이너의 옷을 선호한다.
이디엠 음반 프로듀서이자 디제이인 신규민(26)씨는 “디제이 대부분이 러시아 패션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가 만든 브랜드처럼 하위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이나 ‘세이모 온도’ 같은 국내 독립브랜드를 선호한다”며 “이는 하위문화 특유의 솔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독립예술집단 ‘리아‘(LIAA)가 만든 디자인 제품들도 디제이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솔직한 소통을 원하는 20~30 세대의 속마음을 제품에 표현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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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근원지'에서 이디엠 디제이 패션을 선보인 크레인.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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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디엠 마니아들이 선택한 또 다른 패션 아이템은 고급 브랜드에서 출시한 ‘어글리 슈즈’(투박하고 못생겨서 오히려 인기를 끄는 신발)다. 정보윤 교수는 “과거 검은색 운동화나 슬리퍼 등이 야외 축제에서 실용적이라 이유로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은 구찌, 발렌시아가 등 고급 브랜드의 어글리 슈즈가 단연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구찌는 자신만의 감성을 담을 수 있는 디아이와이(DIY·소비자가 스스로 만드는 제품) 어글리 슈즈 컬렉션을 출시했다.
음악에 따라 패션도 달라진다. 현재 세계의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음악은 단연 이디엠이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SC] 이디엠 페스티벌~ 뭐 입고 갈까?
막상 페스티벌 티켓을 샀는데 어떤 옷으로 맵시를 내야 할지 걱정인 이들을 위한 팁을 소개한다.
1 착용감 편한 티셔츠와 바지로 활동성을 높여라.
2 형광 점퍼나 비키니 등의 수영복을 함께 입어 개성 있는 스타일을 완성해도 좋다.
3 배우 정유미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썼던 머리띠나 의미 있는 문구가 담긴 모자를 착용해 멋을 내보자.
4 비닐 소재의 작은 가방 등이 소품으로 대세다.
5 검은 운동화나 슬리퍼보단 개성 있는 ‘어글리 슈즈’나 밝은색 운동화 추천.
6 개성 강한 독립 패션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목걸이 등으로 시선을 잡아보자.
7 자외선차단제와 선글라스는 필수.
아비치 & EDM
이디엠(EDM):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 하우스 음악에서 분화한 장르로 2000년대 후반부터 크게 유행했다. 5월 말부터 잇따라 열리는 이디엠 페스티벌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인기 높던 디제이 아비치(Avicii)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지난 4월20일 전해지자 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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