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7 09:24
수정 : 2018.05.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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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낙지의 낙지볶음. 사진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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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광화문 광장
7~8년 전부터 광화문 일대 식당가 변화
노포는 여전히 즐비
현대적 식당도 빌딩 마다 입점해
저렴한 베트남국수부터 호텔식까지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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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낙지의 낙지볶음. 사진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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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풍수지리 영향을 받아 기가 센 동네로 유명한 광화문. 이곳도 시청이나 을지로, 충무로 못지않게 수십 년 된 오래된 맛집이 많은 지역 중의 하나다. 세종문화회관 뒤쪽의 내수동 일대와 교보문고 빌딩 뒤쪽 청진동 일대는 광화문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50~70년 된 맛집이 즐비하다.
7~8년 전부터 시작된 광화문 일대 도심재개발 사업은 이 지역의 맛집 지도를 바꿔놓았다. 낡은 건물을 허물고 초현대적인 대형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피맛골의 재개발이다. 거미줄 같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면서 피맛골의 맛집을 찾아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빈대떡에서 시작해서 선지해장국으로 끝나는, 5차, 6차까지 달리는 진한 술자리가 있던 곳. 피맛골이 재개발될 때,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심지어 고풍스러운 맛이 아예 사라질까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웬만한 노포는 새로 생기는 르메이에르 건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제 광화문은 노포라고 부르는 오래된 맛집과, 현대적인 대형 건물 안에 ‘셀렉트 다이닝’(한 자리에서 고급스럽고 다양한 식사를 같이할 수 있는 편집숍 개념의 트렌드) 같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포장된 현대적인 맛집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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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는 건 기본...노포 즐비한 맛 빌딩
피맛골 재개발로 이전한 맛집은 대부분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종로구 종로19)에 있다. 대표 주자는 1937년부터 역사가 시작된 선지해장국집 청진옥(02-735-1690)이다. 사골 국물에 소 내장, 우거지, 콩나물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서울식 해장국을 맛볼 수 있다. 지금은 건물 1층에 있지만, 곧 문을 닫고 인근에 새로 지은 전용 건물(현재는 별관으로 운영 중)에서만 영업한다. 청진옥과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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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집의 녹두전. 사진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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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나란히 하던 해장국집 청일옥은 재개발과 함께 문을 닫았다. 1945년, 청진동에서 녹두빈대떡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는 청일집(02-732-2626)은 아직 건재하다. 매운 낙지로 유명한 서린낙지(02-735-0670)도 이 건물에 있다. 서린낙지는 1959년 무교동 낙지 골목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했으나 무교동 재개발로 피맛골로 이사 왔다가, 다시 재개발로 자리를 옮긴 경우다. 1954년부터 영업한 메밀국수 전문인 미진(02-730-6198)도 이 건물에 있다. 이곳도 여러 번 자리를 옮긴 노포다. 이렇게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은 적어도 50년이 넘는 식당들이 포진해 있는 대표 노포 맛집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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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 춘권 수제맥주를 한 자리에
광화문 일대의 재개발 물결은 진행 중이다. 2007년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이 완공된 후 화려하고 세련된 대형 건물들이 주변에 생기면서 광화문 일대는 고층빌딩 숲으로 변신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그랑서울과 디(D)타워, 더케이트윈타워다. 이 건물들은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위생적인 시설로 무장한 새로운 맛집을 많이 끌어들였다. 대형 건물에 들어오는 맛집은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검증된 식당이나 기업형 맛집이 많다. 처음 문 여는 개인 레스토랑은 적은 게 특징이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디타워(종로구 종로3길 17)는 다이닝(만찬)을 위한 공간이 넓은 편이며, 유명한 맛집이 많은 빌딩 중의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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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즈의 브런치. 사진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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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카페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빌즈(02-2251-8404)는 오전부터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며, 여러 개의 브랜드를 하나의 서빙 공간에 모아놓은 ‘셀렉트 다이닝’으로 유명한 파워플랜트(02-2251-8383)도 젊은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다. 파워플랜트에서는 피자, 바비큐 립, 스테이크 등을 안주 삼아 다양한 종류의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언제나 자리가 없는 퓨전 중식당 차알(02-2251-8345), 미국식 베트남 쌀국수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포치민(02-2251-8520), 다양한 베이글(도넛형의 빵)과 함께 ‘플랫 화이트’(에스프레소와 우유가 혼합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포비(02-2251-8125)도 디타워 인기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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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민의 베트남 쌀국수. 사진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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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딩마다 개성 강한 맛집
그랑서울(종로구 종로 33)에는 기업형 레스토랑이 많이 들어가 있다. 외식업체 에스지(SG)다인힐에서 운영하는 고깃집 투뿔등심(02-2158-7903)과 피자 등을 파는 핏제리아꼬또(02-2158-7906), 외식업체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돈가스 등을 파는 사보텐(02-2158-7963), 한식당인 무명식당(02-2158-7917) 등이 대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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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의 커피. 사진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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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빌딩보다 광화문에서 가까운 더케이트윈타워(종로구 종로1길 50)는 식당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일관, 우드앤브릭, 폴바셋 등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 불고기와 갈비가 정갈하게 나오는 한일관(02-722-7557), 광화문 일대에서 제대로 된 파스타를 즐길 수 있는 우드앤브릭(02-730-9663), 커피 맛에 민감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폴바셋(02-3701-9170), 그리고 최근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강릉의 테라로사커피(전화없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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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부터 <미쉐린 가이드> 별 레스토랑까지
‘포시즌스호텔 서울’이 있는 당주동 일대와 세종문화회관 뒤쪽 내수동도 오래된 맛집이 많은 지역이다. 2005년에 문 연 평안도만두집(02-723-6592)은 꽤 오랫동안 심심한 맛의 평양식 만두로 입맛 까다로운 어르신을 만족시키고 있다. 나무사이로(070-7590-0885)는 광화문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고급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고즈넉한 한옥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광화문을 포함한 강북에는 강남에 비해 ‘파인 다이닝’(고급 정찬) 레스토랑이 적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강북을 대표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대부분 호텔에 있으며 그것도 시청 부근에 몰려 있다. 2015년 포시즌스호텔서울(종로구 새문안로 97)이 문 열면서 광화문 일대엔 새로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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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호텔서울 레스토랑 보칼리노 요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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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으론 싱가포르식 중식을 하는 유유안(02-6388-5500)을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02-6388-5500)도 와인과 함께 고급 정찬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
광화문 광장
서울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 세종대로 한가운데 길게 조성한 광장. 광화문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길이 550m·너비 34m 규모. 시민 휴식처, 집회 장소로 이용됨. 조선 건국 뒤 경복궁을 지으며 앞에 조성한 관가, 육조거리(육조대로)가 시초임. 2021년까지 광장 확장 공사가 이뤄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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