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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3 09:24 수정 : 2018.05.03 09:37

ESC ‘모녀사진전’ 당선작. 사진 김선영 제공

[ESC] 커버스토리

유별나고 특별한 모녀 사이
같은 여성으로 유사한 경험들 공유
때론 애증 관계로 변하기도
편견 버린 대화가 중요

ESC ‘모녀사진전’ 당선작. 사진 김선영 제공
모녀 사이엔 모자·부녀·부자 관계와는 다른 특수성과 독특함이 자리하고 있다. 엄마는 자신이 경험했던 삶의 여정과 흡사한 길을 걷게 될 딸이 애처롭기도 하다. 인생의 선배로서, 엄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따끔한 조언과 질책을 하기 일쑤다. 자주 웃기도 하지만, 끊임 없이 경쟁하고 싸울 때도 잦다. 서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많이 닮고 친밀하기에 쉽게 풀 수 있는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애증 관계가 되기도 한다.

기자는 올해 중학생이 된 큰딸,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이 된 두 딸까지, 모두 3명의 딸을 키우고 있다. 요즘 들어 마냥 착하고 순종적이었던 큰딸의 말투가 거칠어지고, ‘싫어’ ‘아니’라고 말하는 반항조의 대꾸에 적잖이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두 꼬맹이들은 어떤가. 언니보다, 동생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달라고 보챈다. 무심코 내뱉은 ‘야! 제대로 안 할래?’ 등의 말투에 삐쳐서 말문을 닫아 버리기 일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론은 ‘대화의 기술’에 있다는 데 도달했다. 말의 힘은 크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실제 액체 괴물 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들에게 “또 하네? 너희들 몇 살이야? 하지 말라고 했지?” 질책하던 어투를 버리고 “어떤 작품을 만들어?” “손놀림이 제법인데?”라고 해봤다.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기까지 한다. “엄마, 몇 시까지 액체 괴물 만들고, 이후에는 □□할게”라며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일과를 정리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였다.

모든 엄마는 간섭과 잔소리를 애정이라고 굳게 믿는 경향이 있다. 여자로서의 인생을 먼저 경험했기에 자신의 가치관, 자세와 행동 전부가 옳다는 편견에 사로잡힐 가능성도 농후하다. 엄마와 딸은 끈끈한 혈맹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좋은 것과 싫은 것, 자신의 생각을 확고하게 드러내지 못할 때도 비일비재하다. ‘대화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 이유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는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하이힐>을 자신이 꼽은 최고 영화라고 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딸 셋을 둔 기자에게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한 적도 여러 번이다. 유명한 가수인 엄마를 둔 딸은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키우며 자란다. 엄마한테 복수할 마음으로 엄마의 애인과 결혼하지만, 이후 남편과 엄마의 불륜을 알게 된다. 그리고 딸의 남편이 살해된다.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뒤늦게 밝혀지는 진범과 드러나는 모성애, 엄마를 향한 딸의 고백까지. 모녀 관계를 복기하고 성찰하게끔 해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혹여 그동안 소원했던 엄마, 혹은 딸과의 관계를 풀고 싶거나 아니면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면 이참에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마더>도 좋겠다. 기왕이면 관람 이후의 소감까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다면 ‘엄마이자 딸이기도 한’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는 데 금상첨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행도 좋겠다. ESC ‘모녀사진전’ 당선작엔 엄마와 딸이 함께 걷고 공유한 소소한 일상이 있다. 며칠 뒤면 1973년 제정한 어버이날이다. 미국 어머니날에서 출발했는데, 한국도 어버이날 제정에 앞서 1956년 어머니날 첫 행사를 치렀다. 어머니께 달아드릴 예쁜 카네이션을 골라보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모녀 사이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이르는 말.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면서 뿌듯해하거나 원망하는 딸, 자신의 삶과 같거나 다르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 연관 검색어로 ‘모녀 여행’ ‘모녀 커플룩’ ‘모녀 영화’가 뜰 정도로 모녀 사이는 독특한 점이 있는 가족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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