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양화~여의도~반포 한강공원 봄나들이
선유도·서래섬 생태숲길·꽃길 산책 운치
반포 ‘물 위의 피크닉’ 튜브스터 즐겨볼 만
밤도깨비 야시장, 무지개 분수도 눈길
한강공원은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휴식처다. 경관이 좋은데다 볼거리·즐길거리가 해마다 늘어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잦다. 나무도 숲도 나날이 새로워지는 이맘때 한강은 더욱 화사해진다. 물길 따라 울창한 숲과 산책로, 곧게 뻗은 자전거길, 돗자리 깔고 텐트 치기 좋은 잔디밭들이 이어진다. 햇살 따사롭고 강바람은 선선해, 걷고 쉬고 먹고 구경하며 놀기에 이만큼 좋은 장소도 드물다. 나들이 날은 잘 골라야 한다. 비 온 다음날엔 미세먼지가 없어 좋고, 평일을 택하면 붐비지 않아 좋다. 지난 20일 서울 도심의 한강변, 그중에서도 쾌적한 공원들이 물길 따라 이어지는 남쪽 강변의 즐길거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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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한강공원 앞 한강 야경. 오른쪽이 세빛섬이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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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이용해 한강 남쪽의 공원들을 찾아가는 길에는 한강을 따라 달리는 지하철 9호선이 함께한다. 강서구 가양동 일대에서부터 여의도를 지나 서초구 반포동 일대까지 강변 따라 지하철이 오고간다. 이 사이에 양화한강공원, 선유도공원, 여의도한강공원, 샛강생태공원, 반포한강공원의 서래섬, 세빛섬 등 공원과 섬들이 이어진다. 각 공원 들머리에는 걸어서 10여분이면 닿는 지하철역이 있다. 양화한강공원·선유도공원으로 가려면 선유도역에서, 샛강생태공원으로 가려면 샛강역에서, 반포한강공원은 고속터미널역이나 신반포역에서 내리면 된다. 여의도한강공원은 여의도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음 정거장인 여의나루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 공원들을 다 둘러보기 위해 다시 지하철을 타고 내릴 필요는 없다. 자전거가 있고 자전거길이 있고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물길 따라 숲속으로, 잔디밭 사이로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쉴 만한 숲 그늘과 전망 좋은 쉼터가 기다린다.
양화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이용해 반포한강공원까지 달리며 한강변을 둘러봤다. 선유도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자 한강 쪽으로 이어진 도로변에 카페·식당이 즐비하다. 가게 이름도, 주변 아파트 이름도 ‘선유도’ 지명이 들어간 곳이 많다. 한강에 몇 안 남은 섬 중 하나인 선유도의 명성을 반영한다. 양화한강공원으로 진입하면 선유도를 향해 곧게 뻗은 고가 보행로가 보인다. 무지개형 다리인 선유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강공원에도 봄꽃들은 잦아들어 가고, 새순들로 덮인 버드나무·미루나무들이 눈부신 연초록빛 잔치를 펼치고 있다.
선유도는 섬 전체가 물을 주제로 한 생태공원이다. 1978년부터 20여년간 정수장 시설이 들어섰던 곳이다. 일부 건물의 기둥, 벽면, 수로와 침전지, 정수약품 저장탱크 등을 남기고 산책로와 쉼터·전망대·온실·생태습지·전시관 등을 조성해 수질 정화 과정을 보여주는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선유도는 본디 육지와 이어진 선유봉이었다. 1925년 대홍수 뒤 암석을 캐 한강 제방을 쌓는 데 쓰면서 훼손되기 시작해 섬으로 남게 됐다. 한강과 인왕산 일대의 모습을 담은 겸재 정선의 화첩 <경교명승첩>에 물가에 우뚝한 선유봉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신선이 놀던 산봉우리’는 사라졌어도 유유자적 거닐며 쉬기에는 좋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산책로가 아름답고 한강 전망도 시원하다. 한강을 바라보며 실내외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2층짜리 카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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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의 정자 선유정.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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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동쪽 출구와 이어진 양화대교를 따라 양화한강공원으로 내려간다. 양화안내센터 지나 잠시 걸으면 자전거대여소를 만난다. 강남북의 한강공원들에는 모두 14곳의 대여소가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30분이다. 빌릴 때 도착지를 밝히면 근처 대여소에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다. 도착지 반납은 평일에 한해 가능하다. 헬멧 포함해 1시간 3000원, 2시간 5000원이다. 반납 시간을 넘겼을 경우 추가 정산하면 된다.
반포한강공원에 반납하기로 하고 1시간을 빌렸다. 평일의 자전거길은 한적하다. 반포까지 일부 완만한 오르막이 있을 뿐 대부분 평탄한 길이다. 국회의사당 건물을 바라보고 페달을 밟다 보면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여의도한강공원, 오른쪽은 샛강생태공원 쪽이다. 길은 여의도 동쪽에서 다시 만난다. 여의도를 남쪽으로 감싸고 흐르는 샛강 물길을 따라 달렸다. 여의도의 고층빌딩들과 올림픽대로 사이로 이어지는 나무들 울창한 자전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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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산책로에 있는 한강 조망 카페 ‘나루’. 취수펌프장을 재활용한 건물이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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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로 밑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지는 한강철교, 한강대교 구간을 지나면 동작대교 부근부터 다시 녹지대로 들어선다. 반포한강공원이다. 왼쪽에 나타나는 작은 섬이 서래섬이다. 섬 안으로 자전거 통행을 금지해 걸어서 둘러봐야 한다. 1972년 제방을 쌓기까지 이 일대는 서릿개라 부르던 모래밭이었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 때 물길을 내어 만든 인공섬이 서래섬이다. 나무 심고 꽃밭 가꾸고 산책로를 내, 한강의 대표적인 꽃섬이자 시민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엔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다. 오는 5월5~6일 이 일대에서 ‘서래섬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은 돗자리 깔거나 텐트 치고 쉬는 이들로 붐빈다. 반포대교 주변 한강공원은 최근 몇년 새 한강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주말이면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리고, 야경을 돋워주는 세빛섬이 있으며, 수상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보트가 있고, 다리에선 매일 무지개분수 쇼가 벌어지는 장소다. 반포대여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세빛섬을 찾았다. 가빛섬·채빛섬·솔빛섬·예빛섬으로 이뤄진 ‘세빛섬’(세 섬을 뜻하는 세빛섬이지만 뒤에 예빛섬이 추가됐다)은 물 위에 뜬 식당·카페·공연·체험시설이다. 밤마다 섬(건물)들이 다양한 빛깔로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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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한강공원 앞의 인공섬 서래섬.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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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있는 것이 세빛섬 앞의 수상 보트 ‘튜브스터’다. 파라솔과 둥근 탁자·좌석이 설치된 튜브 모양의 보트다. 조작이 간편한 핸들로 천천히 이동할 수 있는 엔진 보트다. 저물녘이면 쌍쌍의 젊은이들이 이 보트를 타기 위해 줄을 선다. 먹고 마시고, 노을 보고 야경 감상하며 뱃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다. 배를 타기 전, 주변 편의점이나 야시장에서 치킨·꼬치구이·튀김 등 먹을거리와 캔맥주 등을 준비해 오는 것이 기본이다. 물 위에서 즐기는 해넘이 피크닉이자 수상 치맥 파티다.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교육을 받은 뒤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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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한강공원 앞 세빛섬.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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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저녁 직장 친구 2명과 함께 배에 오른 오아무개(31)씨는 “반포 야시장에서 닭강정·닭발·칠리새우·양꼬치 등을 사고 캔 맥주를 준비해 왔다”고 했다. 셋은 “야경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술맛도 난다”며 캔맥주를 치켜들었다. 튜브스터 운영자 안영호씨는 “음식과 캔맥주 한두 개는 허용되지만 안전을 위해 소주 등은 반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보트 1대 30분 이용에 3만원, 1시간에 4만5000원, 6명까지 탈 수 있다. 이용 시간은 평일 오후 3~11시, 주말 오후 1~12시다. 예약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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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스터에 타고 준비해온 음식과 맥주를 즐기는 직장인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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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의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중 하나인 ‘반포 낭만달빛마켓’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11시에 벌어진다. 각종 먹거리를 파는 푸드트럭 44개, 액세서리·생활용품 등을 파는 소형 천막 판매대 53개가 불을 밝힌다. 무대에선 젊은 음악인들의 노래 공연이 펼쳐지고 지갑 만들기, 캐리커처 그리기 등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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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한강공원 밤도깨비 야시장. 매주 금·토요일 밤 44개의 푸드트럭과 53개의 천막 판매대가 장을 펼친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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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운영되는 ‘반포대교 달빛 무지개 분수’도 감상해볼 만하다. 봄철(4~6월) 평일에는 낮 12시와 오후 8시·8시30분·9시에 가동하고, 주말엔 오후 7시30분에 한번 더 가동한다. 다리에서 음악과 함께 내뿜어지는 분수 쇼가 20분가량 이어진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한강
한강의 <흰>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6년에 <채식주의자>로 같은 부문을 수상한 이후, 한강의 작품이 다시 후보에 오른 것. 또한 한강은 한국의 중부를 가로지르는 큰 강의 이름이다. 사람 이름과 강의 이름, 두 고유명사가 같아서 한강을 통해 한강을 떠올리게 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성장과 개발의 역사가 역동적으로 흐르는 한강은 다양한 놀 거리가 있고 문화 행사가 이어지는 시민의 쉼터이기도 하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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