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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25 19:57 수정 : 2018.04.25 20:13

드라마 영화 주요 배경지
마블 영화마저도 촬영지로 선택

괴물이 시민을 습격하고, 범죄자와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하며, 사랑의 고백과 데이트 코스로 꼽히기도 하는 곳.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가 흐르는 장소가 한강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눈에 익혔던 곳. 또 한강을 거닐다가 여기가 드라마에 나온 거긴가 했던 바로 거기를 콕 찍었다. ‘심쿵’한 주인공이 머물렀던 그 장소를 따라 여행하면 강바람이 솔솔 친구가 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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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나타났다…한강의 낯선 존재들

잠실대교 북단에서 낚시꾼들에게 처음 발견될 무렵, 괴물은 컵에 담길 정도로 작았다. 영화 <괴물>(2006)은 강두(송강호)네 가족이 매점을 운영하던 여의도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동작대교, 한강철교, 원효대교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근사한 야경으로 화면에 담길 때는 알 수 없었던 한강이 있다.

<대괴수 용가리>(1967)에서 광화문 일대를 부수고 남산에서 트위스트(!)를 추던 용가리가 제압되는 곳도 한강이다. 용가리가 축소모형으로 제작된 한강대교를 파괴하는 모습은 이후, <영구와 공룡쭈쭈>(1993)에서 쭈쭈의 엄마가 한강대교를 부수는 장면으로 재연된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또 다른 공룡, 둘리가 잠들어 있던 빙산도 한강으로 흘러 들어왔다. 1987년 <한국방송>(KBS)에서 방영된 <아기공룡 둘리>에서는 빙산이 동작대교와 충돌했으나, 2008년에 새로 제작되면서 한강대교로 바뀌었다.

인어들도 한강을 찾는다. <티브이엔>(tvN) <잉여공주>(2014)에서 짝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다리를 얻은 인어 하니(조보아)가 처음 밟은 땅은 양화한강공원 안내센터 앞 둔치다. <에스비에스>(SBS) <푸른 바다의 전설>(2016)에서 인어 심청(전지현)은 배가 고파 한강변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동족을 만났다.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특수구조대에서 119구조원으로 일하는 정훈(조정석)은 심청보다 서울에 오래 살았던 선배 인어다. 정훈은 진주로 변하는 인어의 눈물을 팔면 돈이 된다는 짭짤한 정보도 알려준다. “잔눈물은 개당 2만~3만원, 굵은 게 4만~5만원이야.”

■심혜진이 왜 한강에서 낚시를?

<문화방송>(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2005)에서 집 보증금 사기를 당한 뱀파이어 무리가 잠시 머무는 곳은 여의도 한강공원 주차장이다. 통통하게 살찐 비둘기를 잡기도 하고 한강에서 낚시를 해서 식량을 조달하는 프란체스카(심혜진)의 대물 붕어 포인트는 서강대교 남단의 국회의사당 둔치 주차장 앞이었다. <티브이엔> <하백의 신부 2017>(2017)에서는 ‘물의 신’ 하백(남주혁)이 한강에 투명 비닐 튜브로 된 성을 만들고 노숙한다. 이곳도 반포대교 북단 하류 공영주차장 앞 ‘유(U) 포인트’로 불리는 낚시 명소다. 뜻하지 않게 서강대교 아래 밤섬에 표류한 김씨(정재영)는 강물에 떠밀려온 생활쓰레기 덕분에 물고기를 잡았다. 세제 통에 남은 세제로 머리를 감으니 물고기가 배를 뒤집고 떠오른다. <김씨 표류기>(2009)의 배경인 밤섬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영화 <괴물> 중 한강 공원이 나오는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달콤한 밀회는 한강에서!

원효대교 남단, 한강철교 방향의 보행로 난간을 피아노 건반 삼아 연주하는 남자는 <제이티비시>(JTBC) <밀회>(2014)의 이선재(유아인)다. 오혜원(김희애)에게 ‘특급칭찬’을 받은 선재는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두 사람이 함께한 열정적인 연주를 곱씹는다. 수시로 오가던 장소라도 누군가로 인해 특별한 의미가 더해지면 장소와 사람을 함께 기억하게 된다. <한국방송> <공항 가는 길>(2016)에서 승무원 최수아(김하늘)는 서도우(이상윤)를 ‘공항’으로, 도우는 수아를 ‘한강둔치’로 핸드폰에 저장했다. 수아와 통화하던 도우는 집 앞 한강에서 전화 중이란 말만 듣고도 수아가 있던 한강공원 잠원지구 낙천정 나들목까지 정확하게 찾아갔다. <문화방송> <네 멋대로 해라>(2002)의 전경(이나영)과 고복수(양동근)가 만나던 선유도 공원. <힘쎈여자 도봉순>(2017)에서 도봉순(박보영)과 안민혁(박형식)이 봄 소풍을 즐기던 난지한강공원. <꽃보다 남자>(2009)에 등장한 반포대교 달빛 무지개 분수도 데이트 명소로 손꼽힌다.

■한강에 버린 비밀과 거짓말

“팔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 내과의사 정훈(조진웅)은 수면내시경검사를 받다가 뜻 모를 소리를 내뱉는 환자들을 숱하게 겪었다. 하지만 정육점 노인(신구)이 중얼거리던 말만은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성수대교 남단 하류로 떠밀려온 수상한 물체를 보여주며 시작한 영화 <해빙>(2017)은 경기도 인근 가상의 도시에서 수수께끼를 이어간다. <한국방송> <김과장>(2017)은 얼떨결에 ‘의인’이 된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주인공이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그는 자신의 치부가 담긴 비밀장부를 한강대교 아래 노들섬에서 불태웠다. <밀회>의 오혜원은 서래섬에 태블릿 피시(PC)를 버렸다. <티브이엔> <비밀의 숲>(2017)에서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형사 한여진(배두나)은 서동재(이준혁)가 버린 증거품을 찾으러 한강에 들어간다. 드라마상에선 우측으로 동호대교가 보이는 한강 잠원지구 갈대밭이나, 실제 촬영지는 가양대교 북단 난지캠핑장 앞이다. 콘크리트 호안블록 대신 자갈밭이 한강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한강은 비리를 품고 썩어 들어가지만 결국 정의가 부활하는 장소로 다시 자리매김한다.

■캡틴아메리카가 탐낸 한강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는 청담대교 북단 램프에서 울트론을 추격한다. <성난 변호사>(2015)의 추격전은 텐트와 인파로 가득한 난지캠핑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에스비에스> <용팔이>에서 불법으로 조폭을 치료하는 레지던트 김태현(주원)은 경찰에게 쫓기게 되자 강심제를 주사하고 잠실철교에서 뛰어내렸다. <더 테러 라이브>(2013)의 앵커 윤영화(하정우)는 라디오 생방송 중에 마포대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말아톤>(2005)의 유명한 대사.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는 반포 한강공원의 아마추어 마라톤 장면에서 나왔다. <수상한 고객들>(2011)의 보험설계사 배병우(류승범)는 고객의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여의도한강공원에 텐트를 쳤다.

드라마 <김과장>. <한겨레> 자료 사진
<신입사원>(2005)의 강호(에릭)는 천 원짜리 한 장을 쥐고 동작대교를 걸으며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립싱크 했다. <소공녀>(2017)의 정미소(이솜)는 쌀알이 줄줄 새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동호대교를 건넜다.

베트남 다낭에도 한강이 있다네

“여기 꼭 한강 같지 않아? 저건 서강대교, 저건 국회의사당, 저건 밤섬.” <한국방송>(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 서도우(이상윤)와 딸 애니(박서연)가 보고 있던 것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커다란 인공호수에서 본 풍경이다. 부모와 떨어져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다니는 어린 소녀가 한국이 그리운 나머지 이국땅에서 한강변의 모습을 겹쳐 본 것이다. 서울로 돌아간 도우는 애니를 위해 서강대교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준다. 한편, 베트남에는 진짜 서강대교와 닮은 다리가 있다. 호찌민시 티비오(TBO)도로에 놓인 빈로이 다리는 지에스(GS)건설이 서강대교를 모델로 해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다낭시를 흐르는 강의 이름도 ‘한강’(Song Han)으로 서울의 한강과 이름이 같다.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이 버스를 타고 한강 다리를 지나는 중에 깊은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서럽게 울음을 터트릴 때도 있다. 특별한 사연이 없는 평범한 사람도 강을 건널 때면 어쩐지 더 감상적이 되기도 한다. 서울 간선버스 463번은 한강 다리를 두 번 건너는 유일한 노선으로 유명하다. 염곡동에서 출발해 성수대교를 건너고 마포대교를 지나 국회의사당에 도착하는 코스다. 서울 간선버스 405번은 올 때 다리와 갈 때 다리가 다르다. 정확히는 이중 교량의 아래와 위를 지난다. ‘서울지방조달청 서울성모병원’ 정류장에서 ‘한강중학교’ 정류장을 향할 때는 반포대교를 건너고, 반대로 한강중학교 정류장에서 ‘조달청~성모병원’으로 갈 때는 반포대교 하부인 잠수교를 지난다. 마음이 울적한 날엔 두 정류장을 오락가락하며 반포대교와 잠수교를 건널 수 있다. 단, 잠수교가 물에 잠길 때는 양 방면 모두 반포대교를 건넌다.

한강

한강의 <흰>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6년에 <채식주의자>로 같은 부문을 수상한 이후, 한강의 작품이 다시 후보에 오른 것. 또한 한강은 한국의 중부를 가로지르는 큰 강의 이름이다. 사람 이름과 강의 이름, 두 고유명사가 같아서 한강을 통해 한강을 떠올리게 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성장과 개발의 역사가 역동적으로 흐르는 한강은 다양한 놀 거리가 있고 문화 행사가 이어지는 시민의 쉼터이기도 하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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