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주요 배경지
마블 영화마저도 촬영지로 선택
괴물이 시민을 습격하고, 범죄자와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하며, 사랑의 고백과 데이트 코스로 꼽히기도 하는 곳.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가 흐르는 장소가 한강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눈에 익혔던 곳. 또 한강을 거닐다가 여기가 드라마에 나온 거긴가 했던 바로 거기를 콕 찍었다. ‘심쿵’한 주인공이 머물렀던 그 장소를 따라 여행하면 강바람이 솔솔 친구가 돼 준다.
■괴물이 나타났다…한강의 낯선 존재들
잠실대교 북단에서 낚시꾼들에게 처음 발견될 무렵, 괴물은 컵에 담길 정도로 작았다. 영화 <괴물>(2006)은 강두(송강호)네 가족이 매점을 운영하던 여의도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동작대교, 한강철교, 원효대교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근사한 야경으로 화면에 담길 때는 알 수 없었던 한강이 있다.
<대괴수 용가리>(1967)에서 광화문 일대를 부수고 남산에서 트위스트(!)를 추던 용가리가 제압되는 곳도 한강이다. 용가리가 축소모형으로 제작된 한강대교를 파괴하는 모습은 이후, <영구와 공룡쭈쭈>(1993)에서 쭈쭈의 엄마가 한강대교를 부수는 장면으로 재연된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또 다른 공룡, 둘리가 잠들어 있던 빙산도 한강으로 흘러 들어왔다. 1987년 <한국방송>(KBS)에서 방영된 <아기공룡 둘리>에서는 빙산이 동작대교와 충돌했으나, 2008년에 새로 제작되면서 한강대교로 바뀌었다.
인어들도 한강을 찾는다. <티브이엔>(tvN) <잉여공주>(2014)에서 짝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다리를 얻은 인어 하니(조보아)가 처음 밟은 땅은 양화한강공원 안내센터 앞 둔치다. <에스비에스>(SBS) <푸른 바다의 전설>(2016)에서 인어 심청(전지현)은 배가 고파 한강변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동족을 만났다.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특수구조대에서 119구조원으로 일하는 정훈(조정석)은 심청보다 서울에 오래 살았던 선배 인어다. 정훈은 진주로 변하는 인어의 눈물을 팔면 돈이 된다는 짭짤한 정보도 알려준다. “잔눈물은 개당 2만~3만원, 굵은 게 4만~5만원이야.”
영화 <괴물> 중 한강 공원이 나오는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
드라마 <김과장>. <한겨레> 자료 사진
|
베트남 다낭에도 한강이 있다네
“여기 꼭 한강 같지 않아? 저건 서강대교, 저건 국회의사당, 저건 밤섬.” <한국방송>(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 서도우(이상윤)와 딸 애니(박서연)가 보고 있던 것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커다란 인공호수에서 본 풍경이다. 부모와 떨어져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다니는 어린 소녀가 한국이 그리운 나머지 이국땅에서 한강변의 모습을 겹쳐 본 것이다. 서울로 돌아간 도우는 애니를 위해 서강대교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준다. 한편, 베트남에는 진짜 서강대교와 닮은 다리가 있다. 호찌민시 티비오(TBO)도로에 놓인 빈로이 다리는 지에스(GS)건설이 서강대교를 모델로 해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다낭시를 흐르는 강의 이름도 ‘한강’(Song Han)으로 서울의 한강과 이름이 같다.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이 버스를 타고 한강 다리를 지나는 중에 깊은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서럽게 울음을 터트릴 때도 있다. 특별한 사연이 없는 평범한 사람도 강을 건널 때면 어쩐지 더 감상적이 되기도 한다. 서울 간선버스 463번은 한강 다리를 두 번 건너는 유일한 노선으로 유명하다. 염곡동에서 출발해 성수대교를 건너고 마포대교를 지나 국회의사당에 도착하는 코스다. 서울 간선버스 405번은 올 때 다리와 갈 때 다리가 다르다. 정확히는 이중 교량의 아래와 위를 지난다. ‘서울지방조달청 서울성모병원’ 정류장에서 ‘한강중학교’ 정류장을 향할 때는 반포대교를 건너고, 반대로 한강중학교 정류장에서 ‘조달청~성모병원’으로 갈 때는 반포대교 하부인 잠수교를 지난다. 마음이 울적한 날엔 두 정류장을 오락가락하며 반포대교와 잠수교를 건널 수 있다. 단, 잠수교가 물에 잠길 때는 양 방면 모두 반포대교를 건넌다.
한강
한강의 <흰>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6년에 <채식주의자>로 같은 부문을 수상한 이후, 한강의 작품이 다시 후보에 오른 것. 또한 한강은 한국의 중부를 가로지르는 큰 강의 이름이다. 사람 이름과 강의 이름, 두 고유명사가 같아서 한강을 통해 한강을 떠올리게 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성장과 개발의 역사가 역동적으로 흐르는 한강은 다양한 놀 거리가 있고 문화 행사가 이어지는 시민의 쉼터이기도 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