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4.12 11:02 수정 : 2018.04.12 16:42

플랜테리어는 공간의 여백에 살펴 거주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식물과 꽃을 설치한다. '그린 컬렉션'.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ESC] 커버스토리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최근 부상
거실 장식은 일조량 고려해 나무나 꽃 선택
오피스텔은 공기 순환기 둬야 잘 자라
식물 인테리어의 출발은 공간 비우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 하게 될 것”

플랜테리어는 공간의 여백에 살펴 거주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식물과 꽃을 설치한다. '그린 컬렉션'.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플랜테리어(Planterior)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식물 초보자는 살아있는 식물을 죽일까 걱정부터 앞서고, 꽃을 사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꽂는 게 좋을지도 고민이다. 꽃과 나무로 화려하게 수놓은 식물카페에서 본 근사한 인테리어가 내 집에서도 가능할까 싶다. 봄의 한복판에서 머뭇거리는 식물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가드닝 숍 ‘노가든’의 노은아 대표는 식물을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부터 묻는다. 자신의 생활과 주거환경에 맞게 식물을 매치해야 사람도 식물도 서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잎이 커서 빛을 받는 면적이 넓은 관엽식물은 일조량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무리 없이 자라지만, 잎이 작은 종류는 해를 많이 봐야 한다. “많은 분이 유칼립투스를 좋아하시는데, 이걸 여섯 번 죽였다는 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방안에서 키웠던 거다. 능력이 출중한 ‘그린핑거’(식물을 특별히 잘 키우는 사람)도 일조량 조건이 맞지 않으면 키울 수 없는 식물이다.” 노 대표의 설명대로 잎이 작은 식물은 모두 숍 바깥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허브도 마찬가지다. 한때 주방에서 식용 허브를 재배하는 ‘키친가든’ 붐이 일었지만 보통 거실이 남향이라면 주방은 북향이다. 빛과 통풍이 부족한 환경에선 허브를 오래 키우기는 어렵다.

가드닝 숍 '노가든'의 노은아 대표가 키운 식물.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달력에 물 주는 날을 체크해가며 열심히 돌본 식물들이 자꾸 죽어 나가는 것도 식물 초보자의 고민거리다. 노 대표는 식물을 사 가는 이들에게 우선 물을 뿌리지 않은 화분을 들어보게 한다. 흙이 담긴 화분의 무게로 물이 필요한 시기를 가늠하는 방법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장과 실내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3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식의 물주기 지침을 무턱대고 따르다가는 식물이 상한다. 사람도 밥을 먹으면 소화가 필요하듯, 물을 먹은 식물의 소화를 돕는 것은 통풍이다. 집을 비우는 동안 바깥바람을 들이기 어려운 오피스텔에 거주한다면 ‘에어 서큘레이터’(공기 순환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주면 된다.”

홈&데코 잡지인 <메종> 편집장을 지낸 노 대표가 식물계로 발을 딛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식물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뒷모습”이었다. 직접 씨를 뿌려서 싹을 틔우고 성목이 될 때까지 성장을 지켜보는 그가 식물 초보자에게 당부하는 말도 “조바심 내지 말 것 그리고 식물의 힘을 믿을 것”이다. 식물이 살아가고 적응하려고 애쓰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접근을 하다 보면 식물과 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가드닝 숍 ’노 가든’.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가드닝 숍 ’노 가든’.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고즈넉한 주택가에 문을 연 ‘더 오베르 박물관’은 꽃과 식물, 그리고 빈티지 오브젝트를 취급한다.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10년간 꽃을 공부한 플로리스트 송슬기씨와 여행을 다니며 모은 빈티지 컬렉션을 판매하는 김해리씨의 가치관과 취향이 녹아든 각자 인생의 박물관이란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가로로 긴 공간 한쪽은 꽃집으로, 반대쪽은 빈티지 오브젝트 숍으로 나뉘어 있는 이곳은 식물과 소품의 매치에 영감을 얻기도 좋다. 꽃집에는 오래되어 얼룩진 토분의 표면에 쌓이는 시간이 있고, 빈티지 코너에는 꽃을 모티브로 삼은 소품들이 있어서 자연스레 조화를 이룬다.

천장에 건 식물은 조명과 색 등이 잘 어울리는지 따져 선택한다. 식물큐레이터 원안나씨의 '그린 컬렉션'.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모처럼 꽃을 샀다면 어디에 어떻게 꽂는 게 좋을까? 한 송이여도 좋고, 화병이 없어도 괜찮다는 송슬기씨는 다양한 스타일의 컵을 늘어놓고 튤립을 한 줄기씩 배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길이가 짧거나 입구가 넓으면 위태롭고 허전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단독으로 둬도 근사하고, 여럿을 모아놓아도 저마다 개성이 있어서 멋스럽다. 꽃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플로럴 폼(floral foam)을 이용하면 집에 있는 접시도 화기가 될 수 있다. “꽃 말고도 줄기 딸기나 포도를 더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가지를 소재로 쓰기도 한다. 플라워 숍마다 일일 강좌를 열기도 하니까 배워두면 집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송씨의 말이다.

지금 보기 좋은 제철 꽃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수선화, 튤립, 무스카리처럼 겨울의 추위를 한번 겪어야 봄에 꽃을 피우는 알뿌리 식물들이 대거 나오는 시기다. 화분째로 키우거나 줄기를 잘라 절화(가지째 꺾은 꽃)로 즐길 수도 있다.” 흙에 심어놓아야 살아있는 꽃이고, 절화는 죽은 꽃이라고 생각하던 기자에게 송슬기씨가 낭만적인 말을 들려주었다. “절화는 잘린 줄기의 물관으로 양분을 흡수해 살아가고, 그래서 시드는 시간이 좀 더 빠를 뿐이다.” 컵에 담긴 튤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일조량이 부족한 실내에서는 잎이 넓은 식물이 좋다. '노가든'입구.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플랜테리어는 공간의 여백에 살펴 거주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식물과 꽃을 설치한다. '그린 컬렉션'.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플랜테리어는 공간의 여백에 살펴 거주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식물과 꽃을 설치한다. '그린 컬렉션'.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더 오베르 박물관'을 운영하는 송슬기씨 작품.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식물카페나 꽃집들이 대개 1층에 위치한 것과 달리, 식물큐레이터 원안나씨의 공간은 뜻밖에도 5층이었다. 그의 작업실이자 쇼룸인 서울 논현동 ‘그린 컬렉션’은 마치 식물을 보여주기 위한 미술관 같았다. 각각의 식물마다 고요한 여백이 있고, 눈높이를 달리하면 보이는 그림도 달라졌다. 그저 식물만을 위한 흰 벽이라니! 방이나 거실의 사면에 가구를 붙이고 40㎝쯤 공간이 남으면 기어코 틈새 장을 넣고야 마는, 수납 특화 인테리어에 매달린 기자의 눈으로 물었다. 식물 카페나 잡지에서 본 플랜테리어를 한국의 보통 주거공간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까? “보통 아파트의 천장 높이는 230㎝ 정도다. 그 정도면 2m 정도 높이인 큰 식물을 둘 수 있다. 보통 작은 집엔 작은 화분을 들인다고 생각하지만, 떡갈고무나무, 벵갈고무나무, 알로카시아, 종려나무 등의 큰 화분이 있으면 실제 공간보다 확장되어 보이는 효과가 난다. 큰 화분 옆에 높이가 낮은 화분을 두거나 잎의 면적 차이, 질감, 컬러를 고려해서 변화를 준다.”

카페나 외국 인테리어 잡지를 따라 해도 분위기가 안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층높이 차이다. 실내 면적이 비슷하면 층높이가 높은 쪽이 개방감이 높고 쾌적하다. 신축 고급 아파트들도 층높이를 250㎝로 높이는 추세다. 키 큰 식물로 공간을 커 보이게 할 수 있다니 솔깃한 이야기다. 원안나씨는 식물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을 위해 비워두기를 권한다. 그 공간에서 식물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위치와 각도를 찾아가고 이를 통해 마음이 움직이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식물에도 ‘앞면’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6월께 식물 주제의 워크숍을 준비 중이다.

[%%IMAGE11%%]

[%%IMAGE12%%]

[%%IMAGE13%%]

[%%IMAGE14%%]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식물 초보자, 이것만은 알아두자!

▷희귀하고 비싼 식물들보다 저렴한 식물부터 시작한다. 식물을 관찰하고 식물의 변화를 느낄 정도로 친숙해진 다음, 원하는 식물 키우기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대형 화분은 작은 화분보다 키우기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지름 30㎝ 이상 큰 화분은 오히려 관리하기 수월하다.

▷화분을 높은 곳에 매달아서 키우는 ‘행잉 플랜트’(벽걸이 식물)는 좁은 공간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기 좋지만, 게으른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물을 줄 때마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야 하고, 높이 매달려 있어서 식물 상태를 보기 어렵다. 에어컨 송풍구 앞에 행잉 플랜트를 배치하는 것은 식물을 죽이는 지름길이다.

▷꽃을 꽂는 화병은 투명한 유리 재질을 사용해야 물이 오염된 정도를 제때 확인할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많이 쓰는 갈색 시약병이라면 물이 탁해져도 알아채기 어렵다. ‘락스’ 같은 세제를 반 티스푼 정도 넣으면 물에 박테리아가 번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사이다를 조금 넣어도 당분이 꽃을 오래 볼 수 있게 한다.

▷식물병원도 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사이버 식물병원(www.plant119.kr)의 ‘사이버 진단의뢰’ 코너에 식물의 피해 증상과 사진을 첨부하여 접수하면 해당 담당자가 증상에 대한 진단 결과를 알려준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