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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14 20:45 수정 : 2018.05.31 10:23

‘평화옥’의 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평양냉면·곰탕 등 파는 평화옥
순희네빈대떡·가메골손만두·오뎅식당 등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맛집 대거 입성
쉐이크쉑 버거·일본 3대 우동 맛도 볼만

‘평화옥’의 평양냉면. 박미향 기자
‘공항서적’이란 게 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대충 훑어봐도 될 만한, 비행기를 타기 전 짬 난 시간에 볼만한 책을 말한다. 여러 번 읽어도 도무지 실체가 파악 안 되는 경제서나, 삶의 지침서라고는 하나 장을 넘길수록 졸음이 쏟아지는 철학책 같은 게 아니다. 그야말로 모험과 추리, 흥미 위주의 책들이다. 여기엔 관광지를 화려한 색감으로 칠한 여행서도 해당한다. 그러면 ‘공항맛집’은 없을까? 7코스 이상 나오는 ‘파인 다이닝’(고급 정찬) 레스토랑 같은 건 해당이 안 된다. 앉자마자 길어야 몇십분 안에 음식이 나오는 식당을 말한다. ‘휴게소 맛집’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지난 1월1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서 ‘공항맛집’이 달라졌다.

지난 9일 오후 3시, 제2여객터미널을 찾은 스물세살 동갑내기인 이유리, 오혜연씨는 무거운 여행가방이 없다. 당일치기 여행지로 공항을 선택했다는 이씨는 “서울에서도 소문난 맛집이 이곳에 생겼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이들이 3~4시간 수다를 떨기로 작정한 식당은 공항 지하 1층에 있는 ‘쉐이크쉑 인천공항점’이다. 쉐이크쉑(Shake Shack. 일명 쉑쉑버거)은 미국 버거 브랜드로 에스피시(SPC)그룹이 들여왔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1호점은 개장 당시 하루 1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30분 이상 줄 서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점의 가장 큰 장점은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것. 대표 메뉴는 ‘쉑버거’(6900원). 밀가루와 감자전분을 섞어 만든 몰랑한 번 사이엔 신선한 토마토, 잘 다져 만든 소고기 패티, 양상추가 치즈와 어우러져 씹을 때마다 군무를 추는 듯한 맛이다. 진한 밀크셰이크도 자랑거리. 인천공항점은 다른 지점과 달리 미국의 유명 커피 브랜드 ‘스텀프타운’의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 ‘쉑 블렌디드 커피’를 판다. ‘아침 메뉴 3종’도 이 지점에만 있다. 맥도날드의 ‘맥모닝’의 아성을 깰 준비를 마친 셈이다. 손님들은 먹는 내내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쉐이크쉑 미디어액자’가 설치돼 있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인사말, 드론쇼, 비행기 모양 등이 차례로 나온다.

‘쉐이크쉑 인천공항점’의 ‘쉑버거’와 ’밀크셰이크’ 등. 박미향 기자

‘쉐이크쉑 인천공항점’의 실내. 박미향 기자

인기가 많은 수제버거라고는 하나 버거는 버거다. 간편식이다. 달라진 ‘공항맛집’의 특징을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다. 이런 의구심은 ‘평화옥’에서 사라진다. 평화옥은 미국 뉴욕에 연 레스토랑으로 세계적 식당평가서 <미쉐린가이드> 별점 두 개를, 한국의 ‘정식당’으로 별 두 개를 받은 스타 셰프 임정식씨가 연 한식당이다.

지난 9일, 100석이 넘는 식당 안은 여행객과 식도락가들이 섞여 있었다. 천장에 걸린 하얀 비둘기 모양의 장식은 식당 이름이 왜 ‘평화옥’인지를 알려준다. 메뉴는 곰탕, 곰탕국수, 평양냉면, 어복쟁반, 평화전골 등이다. 곰탕(1만5000원), 평양냉면(1만5000원)이 인기다.

평양냉면의 맛은 그럴싸하다. 쇠고기 등을 우려 만든 육수엔 살짝 동치미 맛이 도는데 동치미 국물을 넣은 게 아니라 고명으로 얹은 백김치 때문에 나는 풍미다. 잘 익힌 뒤 얇게 썬 쇠고기 아롱사태 여러 장이 면을 덮고 있다. 임씨는 1년간 20회 넘게 팝업레스토랑을 진행하면서 맛을 수정했다고 한다. 곰탕, 평양냉면, 어복쟁반 등 우리의 전통음식을 낸 이유에 대해 그는 “(식당의 메뉴로) 캐주얼한 한식을 찾던 중에 밥, 면 등을 국물에 말아 먹는 우리네 식문화에 주목”했다고 한다. 어복쟁반이 특이하다. 전, 만두 같은 건 없고 쇠고기 아롱사태, 양지, 우설 등과 돼지삼겹살만 차곡차곡 겹쳐 있다. 그 안에 버섯과 배추 등이 있다. (삼겹살은 지난 12일부턴 어복쟁반에 빠졌다고 한다.) 얼핏 보면 마치 고기 수육 같아 보인다. 면세구역의 ‘평화국수’도 임씨가 운영한다. 여행객들이 평양냉면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갈 때 사 가는 건 ‘평화김’. 김세레나 캡틴은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평화김은 충남 서산의 감태 생산자로 유명한 송철수씨와 협업해서 만든 김이다.

‘와라쿠샤샤’의 ‘닭고기텐뿌라튀김우동’. 박미향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하 1층의 푸드코드 ‘한식미담길’에 입점 한 ‘한옥집김치찜’의 김치찜. 박미향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하 1층의 푸드코드 ’한식미담길’. 박미향 기자

한식만 먹다 보면 공항이란 특성상 외국 음식이 그립기도 하다. 그럴 때 갈 만한 곳이 있다. ‘와라쿠샤샤’는 우동의 달인으로 여러 방송에 출연한 바 있는 남윤재씨가 낸 지점이다. 하남 스타필드, 강남 신세계백화점 파미에스테이션점, 분당 에이케이(AK)플라자점, 동대구 신세계점에 이어 5번째 지점이다. 본래 ‘소바는 간토, 우동은 간사이’란 말이 있다. 간사이 지역의 우동이 맛있다는 얘기인데, 섬의 동쪽인 간토 지역의 군마현 미즈사와절 주변에서 팔았던 일명 ‘미즈사와우동’도 못지않게 유명하다. 군마현은 질 좋은 밀 생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미즈사와우동은 아키타현의 이나바우동, 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과 함께 일본 3대 우동으로 불린다. 2009년 미즈사와우동 조리법을 배운 남씨는 “간사이 지역의 우동이 국물이 맑다면 미즈사와우동은 진한 간장이 들어가서 진하다”고 말한다. 본래 그가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았으나 지금은 10년 경력의 재일동포에게 면 제조를 맡겼다고 한다. 소스에 찍어 먹는 찬 우동이 이 지점엔 없다. 국물우동만 있다.

‘닭고기텐뿌라우동’은 탱탱하고 통통 튀는 면이 그윽한 국물에 담겨 닭고기 튀김과 경쟁하듯 한다. 그런가 하면 ‘후지산우동’은 마치 눈 온 후지산을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로 젊은층에게 특히 인기다. 우동만 총 6가지. 일본식 돈가스나 전골요리와 닮은 스키야키 등도 있다. 샤브샤브는 연인이 나눠 먹기 안성맞춤이다. 제2여객터미널 맛 삼총사(쉐이크쉑, 평화옥, 와라쿠샤샤)를 경험하고도 성에 안 차는 이는 ‘면채반’을 가볼 만하다. 수제비, 황태회냉면, 쌀국수, 갈비탕, 만둣국, 고등어정식 등이 깔끔한 트레이에 담겨 나온다. 면채반은 13개 지점이 있는 면 전문 프랜차이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1층에 있는 ‘삼송빵집’. 박미향 기자
‘면채반’의 황태회냉면. 박미향 기자
‘평화옥’이나 ‘와라쿠샤샤’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를 위한 맛집 골목도 있다. 지하 1층의 푸드코트인 ‘한식미담길’엔 전주비빔밥의 명가로 꼽히는 ‘전주가족회관’, 1963년 개업한 떡갈비 노포 ‘덕인관’이 낸 ‘덕인관도시농부’, 의정부 부대찌개를 대표하는 ‘오뎅식당’, ‘가메골손만두’, 광장동 ‘순희네빈대떡’, ‘한옥집김치찜’, ‘북창동순두부’, ‘명가교동짬뽕’ 등이 붙어 있다. 유독 김치찜과 비빔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시큼한 김치를 쭉쭉 찢어 하얀 밥에 얹어 먹으면 여행길이 더 즐겁다. 공항을 나설 때는 부산의 ‘삼진어묵’이나 대구 명물인 ‘삼송빵집’의 먹거리를 한 상자 사 가는 것도 좋다.

인천/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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