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3.14 20:43 수정 : 2018.03.15 11:10

몸을 씻는 샤워 공간과 용변 등을 보는 기타 공간을 분리한 건식 욕실이 최근 주목 받는다. 사진 로얄앤컴퍼니 제공

물때·습기·세균 사라지는 효과
파우더룸으로 활용하는 이 많아
3일이면 완성·셀프 인테리어도 가능

몸을 씻는 샤워 공간과 용변 등을 보는 기타 공간을 분리한 건식 욕실이 최근 주목 받는다. 사진 로얄앤컴퍼니 제공
매일 한두 번은 이용하는 욕실. 보통 직장인들은 바쁜 아침, 그리고 피곤한 저녁에 주로 쓰느라 자세히 본 적은 드물다.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자. 아마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욕실 구석구석 피어 있는 곰팡이와, 타일 줄눈 사이의 누런 물때…. 욕실 문 바깥쪽도 보자. 십중팔구 욕실 문 발받침과 마루 사이 부분이 거무튀튀하게 변색됐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가 대부분 쓰는 욕실이 물기와 습기가 가득한 습식 욕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습식 욕실의 단점 때문에 습기를 최소화한 건식 욕실이 최근 떠오르고 있다. 건식 욕실은 파티션이나 샤워부스 등을 설치해 몸을 씻는 공간과 간단한 세수 및 용변 공간을 분리한 욕실을 말한다.

“쿵쾅쿵쾅.”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들어가자 벽 치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봄맞이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곳이었다. 주인 박민애(60)씨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박씨는 20년 전부터 건식 욕실을 써오고 있는 건식 욕실 마니아다. 이번 인테리어의 핵심도 욕실 두 개를 건식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두었다. 기존에는 거실 쪽 화장실만 건식으로 쓰고 있었다.

최근 건식 욕실로 리모델링을 마친 박민애씨의 욕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최근 건식 욕실로 리모델링을 마친 박민애씨의 욕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파우더룸이 생겼어요”

박씨가 건식 욕실을 쓰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딸이 대학생이 되면서 화장을 시작했는데, 유독 욕실에서 화장하는 걸 발견하고 나서부터다. 어두웠던 방보다는 타일의 빛반사와 큰 거울이 있는 욕실이 화장하는 데 좋았기 때문이었다. 대학 신입생에게 어른들이 쓰는 큰 화장대를 사주기는 부담스러웠다.

거실 쪽 화장실을 건식으로 쓰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늘 골치였던 타일 줄눈 사이의 물때와 곰팡이가 사라졌다. 목욕을 하고 나와서 문을 열면 습기가 퍼져 거실 전체가 사우나로 변하던 문제도 사라졌다. 몸을 씻는 용도가 아닌 일종의 파우더룸으로 변하니 손님들이 와도 창피하지 않았다. 보통 손님이 방문해서 화장실을 쓸 때 발견하는 것은 각종 청소 도구와 세제, 그리고 개인 위생용품이다. 이런 ‘민망한’ 것들이 사라진 것이다.

이번 인테리어 공사에선 안방 쪽 화장실까지 건식으로 바꾸었다. 아예 배관까지 변경하고 파티션을 나눠 씻는 공간과 그밖의 공간을 확실하게 분리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우선 안방을 점령했던 화장대를 치웠다. 욕실의 건식 공간에 파우더룸이 생긴 셈이라 굳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박씨는 “예전부터 건식 욕실을 쓰고 있지만, 정말로 ‘강추’(강력추천)하고 싶다. 공간적 여유가 생긴 것뿐만 아니라, 집안에 습기가 사라져 공기가 쾌적해진다”고 말했다.

최근 건식 욕실로 리모델링을 마친 박민애씨의 욕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습기관리가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특급호텔은 건식 욕실을 쓰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몸을 씻는 샤워 공간과 용변 등을 보는 기타 공간을 분리한 건식 욕실이 최근 주목 받는다. 이정국 기자
■ 기능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장점 돋보여

박씨네 같은 건식 욕실은 사실 우리가 익히 봐왔다. 서양 쪽에서 발달한 문화지만, 대부분의 호텔은 건식 욕실을 쓰고 있다. 꼭 특급 호텔이 아니라도 말이다. 박씨 집 근처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에 방문했더니 스위트룸부터 스탠더드룸까지 모두 건식 욕실이었다. 호텔 관계자는 “습기나 물기가 적어 물때가 안 껴 관리하기도 편하다. 그리고 공기 자체가 습식 욕실보다 쾌적하고, 바닥에 물기가 없어 미끄러질 위험이 적어 고객들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건식 욕실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난 11일 끝난 국내 최대 리빙제품 박람회인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전시관을 만든 욕실 업체들은 모두 건식 욕실을 전시했다.

건식 욕실의 가장 큰 장점은 물에 노출되는 면적이 작아 습기가 차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곰팡이 등 세균 번식의 위험이 적다. 타일에 발생하기 쉬운 곰팡이 물때는 물론이고, 습도가 높은 한여름에 샤워를 해도 끈적임이 적다. 어린아이가 있거나 노년층이 있는 가구의 경우 바닥 미끄러짐 사고 등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기능적인 측면 외에 심미적인 장점도 크다. 바닥에 카펫, 러그 등을 깔아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또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해 수납장이나 선반을 꾸미는 등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 업체 마르멜로 이경희 대표는 “건식 욕실은 습기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부티크 호텔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고, 마감재와 콘셉트를 좀 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욕실 제품만을 써야 하는 기존 습식 욕실과 달리, 일반적인 가구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 연출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일반적인 가구라면 베이스 컬러와 상반된 포인트 컬러를 줄 수 있는 수건이나 슬리퍼, 매트 등을 활용하면 좀 더 센스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몸을 씻는 샤워 공간과 용변 등을 보는 기타 공간을 분리한 건식 욕실이 최근 주목 받는다. 가다디자인컴퍼니 제공
몸을 씻는 샤워 공간과 용변 등을 보는 기타 공간을 분리한 건식 욕실이 최근 주목 받는다. 사진 로얄앤컴퍼니 제공
몸을 씻는 샤워 공간과 용변 등을 보는 기타 공간을 분리한 건식 욕실이 최근 주목 받는다. 이정국 기자

■ 너무 싼 것만 고집하지 말아야

특급 호텔 같은 럭셔리한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예쁜 건식 욕실을 만들 수 있다. 우선 예산이 충분하다면 전문 업체를 불러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가장 안전하다. 품질도 보증되고 무엇보다 사후처리(AS)가 확실하다. 특히 최근 안전문제가 되고 있는 파티션의 경우 온도 변화 때문에 깨지는 경우가 많아 너무 값싼 것을 고집하는 건 안전상 좋지 않다. 수납장 같은 가구도 싼 제품은 습기에 취약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제품보다 더 중요한 건 시공이다. 이왕이면 욕실 시공 경험이 많은 업체를 고르는 게 좋다. 익히 알려진 욕실전문 브랜드의 경우, 66~99㎡(20~30평) 크기의 아파트라면 화장실 하나당 기본 300만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물론 타일이나 수전(수돗물을 나오게 하거나 막는 장치) 등의 제품을 고급화할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 대체로 기존 타일 위에 새 타일을 입히는 ‘덧방’ 방식으로 수리하는데, 도기 수전을 다 교체해도 3일이면 시공이 끝난다. 만약 배수관 등을 옮기거나 벽을 만들게 되면 하루 이틀 더 걸린다.

일반 인테리어 업체를 섭외해서 할 경우 200만~400만원 정도다. 물론 타일이나 수전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개인이 서울 을지로 등에서 자재를 사서 하는 셀프 인테리어의 경우 100만원 이하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공 관리나 사후 처리는 본인이 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원룸 같은 작은 공간이라서 엄두가 안 난다고? 천만의 말씀. 건식 욕실의 핵심은 욕실을 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나누는 것이다. 작은 욕실이라고 해서 나누지 못하란 법은 없다. 파티션이나 샤워부스를 만드는 것만 해도 된다. 인테리어 업체 가다디자인컴퍼니의 정광재 대표는 “일반적인 제품이라면 파티션은 15만원, 샤워부스는 45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건실 욕실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다.

더 간단한 건 샤워커튼을 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샤워커튼이 익숙지 않아서 많이 쓰진 않지만, 일단 구입해서 달아보자. 마트에서 몇천원 주고 살 수 있다. 커튼을 친 뒤 샤워를 하고 커튼을 열면 욕실 반은 뽀송뽀송한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습기가 훨씬 줄어든다.

[%%IMAGE12%%] [%%IMAGE13%%] [%%IMAGE14%%]

■ 사후 관리도 중요

습기가 없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관리는 해야 한다. 파티션이나 커튼 정도로 공간을 분리해 샤워 공간과 완벽하게 분리가 안 된 반건조식 욕실이라면 바로바로 물기를 닦아주는 게 좋다. 특히 나무로 만든 수납장에 물이 튀었을 경우 바로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자. 파티션은 헝겊에 세제를 살짝 묻혀서 닦아주면 된다. 샤워커튼은 펼쳐 놓아 물기를 빼주는 게 좋다.

욕조와 세면대는, 물이 닿는 부분은 수세미 등 정상적인 물청소로, 물이 안 닿는 부분은 젖은 수건 등으로 닦는 게 좋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문을 열어주어 남은 습기를 빼야 한다.

빠른 습기 제거를 원한다면 환풍기 교체를 고려하자. 보통 가정집 욕실에 달린 환풍기는 시중에서 3000~5000원에 파는 저가형 제품이다. 조금 더 돈을 들이더라도 습기를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고급 제품을 추천한다. 그래 봤자 몇만원이다.

로얄앤컴퍼니 비투시 영업팀 이재준 부장은 “남아 있는 습기를 빨리 제거하는 게 건식 욕실 관리의 핵심이다. 그래야 제품들을 더욱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AGE11%%]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