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8 19:42
수정 : 2018.02.2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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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고 무거운 외투를 훌훌 벗어던지는 봄에는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싶은 단발병에 걸리기 쉽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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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김남주 웨이브 단발머리 인기
흐트러진 듯한 단발 올봄 유행 조짐
당차고 독립적인 여성 이미지 강조
펌·가르마·앞머리 등으로 개성 강조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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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고 무거운 외투를 훌훌 벗어던지는 봄에는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싶은 단발병에 걸리기 쉽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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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하고 지난날은 잊고 나 새롭게 태어날 거예요.”(AOA ‘단발머리’ 중에서)
노랫말처럼 갑작스레 머리를 자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실연을 당해 기분 전환을 노리거나, 새로운 결심을 해서 심기일전을 다짐할 때, 단발병에 감염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연예인을 봤을 때. 그리고 요즘처럼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계절엔 두껍고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지듯 단발로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내고픈 욕구가 샘솟는다.
하필 화제 속에 방영 중인 <제이티비시>(JTBC) <미스티>의 배우 김남주는 왜 이렇게 섹시하고 아름다운 거냐? 그뿐인가.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수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며, <케이비에스>(KBS) <마녀의 법정>의 정려원은 너무나 당차 보였다! 그런가 하면 배우 오현경은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나 예능 프로그램 <발칙한 동거>에서 살랄라 단발머리로 출연해 아이돌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고준희, 박수진, 아이유, 배두나 등 이제 단발은 ‘패피’(패션 피플)의 아이콘이다. 소위 ‘단발병’ 유발자들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벌써부터 단발이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깔끔하게 정돈된 시크한 스타일보다는 불규칙한 컬이 섞여 약간 흐트러진 느낌을 주는 빈티지한 스타일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단발, 즉 보브 스타일은 아래턱 선을 기준으로 2~3㎝ 내외에서 일자로 자른 디자인을 일컫는다. 하지만 사람마다 체형과 얼굴 크기, 턱 길이와 목선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길이라도 단발처럼 보일 수도, 커트나 롱헤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오엽주가 1920년 서울 화신상회에서 미장원을 열어 단발머리를 유행시켰다. 단발의 장점은 특유의 발랄, 경쾌, 순수, 단정 등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나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학생뿐 아니라 몇 해 전까지 여성 앵커들의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유독 사랑받았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긴 머리가 여성성의 상징으로 크게 자리 잡았다면 2010년대 들어서면서 단발이 잘 어울리는 여자를 이상형으로 꼽는 분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발을 한 여성은 당당하고 독립적인 이로 보였고, 그런 당찬 모습은 꽤 매력적으로 비쳤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단발로는 개성 표현이 어렵다? 이런 편견도 점점 깨지고 있다. 실제 단발은 길이와 펌, 가르마의 위치와 앞머리 유무 등에 따라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덕분에 고준희는 단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감각 있는 패션 센스로 ‘워너비 스타’로 자리 잡았다. 배두나는 데뷔 이래로 단발이 아니었던 적이 거의 없지만, ‘패션 감각이 뛰어난’ 여배우로 항상 꼽힌다.
긴 머리를 고수하다 순간적인 변심(?)에 짧게 커트를 한 뒤 자신의 사슴 같은 목선뿐 아니라 얼굴이 갸름하고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본 이들이 좀처럼 단발병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유지·관리가 수월한 이점도 단발병 유발인자라 하겠다. 양아주 코오롱에프엔씨 마케팅피아르팀 과장은 말했다. “남들은 긴 머리를 유지하다 단발에 도전한다는데, 단발병에 단단히 걸려 어깨 밑으로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다. 시원한 느낌도 있거니와 어려 보인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아침마다 손질할 자신도 없어 단발병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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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티비시> 드라마 <미스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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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티비시> 드라마 <미스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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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병’에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 ‘단발병’에서 회복되느냐 회복되지 않느냐.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단,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키가 크거나, 목이 갸름하고 긴 편이거나, 작은 키를 좀더 커 보이게 할 목적이라면 단발이 유리하다. 하지만 목선이 짧고 두껍다면, 숱이 많은 곱슬머리이거나 탈모가 심하다면 가급적 안 하는 게 낫다. 턱과 광대가 도드라진 얼굴, 어두운 피부 톤을 가진 이들도 단발을 멀리해야 한다.
새봄이 시작하는 3월 첫날, ‘단발병’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단발해? 말아?’ 결정 장애로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택을 돕는 지침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얼굴형에 맞는 단발 공식부터 단발로 읽는 문화사까지 말이다. 남자도 단발병에서 예외일 수 없는 점을 고려해, 남성을 위한 단발머리 스타일링법도 담았다.
단발
단발: 머리카락 길이가 어깨선 남짓 되는 머리 모양. ‘단발병’이란 용어가 봄철마다 유행. 단발머리 모양이 잘 어울리는 연예인을 보고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싶어 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지 않고 단발을 고수하는 사람을 이르기도 한다. 배우 고준희는 대표적인 연예인. 최근 배우 김남주는 드라마 <미스티>에 단발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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