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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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2017년 판결, 전지현 변호사에게 들어보니
샐러드 먹다 이 부러져···치료비·위자료 지급 판결
명의도용 당한 동생···자매 모두 책임
부동산 계약 등기부·대장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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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영훈 선임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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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1. 결혼 7년 만에 딴살림을 차린 남자가 있다. 아내와 별거한 1982년 이래, 자식 세명의 양육비도 생활비도 주지 않았던 남자는 운영하는 공장의 주소를 옮기며 가족들이 자신을 찾지 못하게 했다. 그 남자는 아내가 사망하고 5년이 지난 2015년, 자식들을 상대로 “아내가 남긴 상속재산에서 9분의 3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법률상 남편인 나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이에 장녀와 장남은 “어머니를 병간호하고 부양했기 때문에 우리의 기여분이 각각 50% 인정돼야 한다”며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상속재산 2억8800여만원 중, 기여분 80%에 해당하는 2억3000여만원을 장녀와 장남에게 우선 인정하고 나머지 5800여만원을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나눴다. 남자에게는 1900여만원이 돌아갔다. 전체 상속재산에서 약 6.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배우자 상속분을 크게 줄인 판결이다. ―남자가 좀 파렴치해 보인다. 한푼도 안 주는 방법은 없나! “피상속인을 사망하게 하는 등 상속결격에 해당하지 않는 한, 돌아가신 분에게 재산이 있었다면 우리나라 법제 안에서 한푼도 주지 않을 방법은 없다.” ―장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15년을 함께 살았고 장남은 운영하던 한의원까지 폐업하면서 병간호했다고 한다. 이렇게 극진히 모셔야만 기여분이 인정되나?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건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완화되었다. 핵가족화가 돼서 부모와 따로 사는 게 일반적인 요즘은 잘 찾아뵙고 아플 때 병원 모시고 가고 반찬 가져다드리고 하는 것도 기여분 인정이 될 수 있다.”
일러스트 김영훈 선임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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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2. 샐러드를 먹다 어금니가 부러질 줄 누가 알았을까? 2015년 1월, 직장 동료들과 서울 서초동 인근의 프랜차이즈 식당을 방문했던 김씨의 일이다. 샐러드를 먹다 2~3㎜ 크기의 돌을 씹어 김씨의 어금니 두개가 부러졌고, 식당은 보험사를 통한 치료를 약속했다. 한데 식당 쪽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나란히 있는 두개의 치아에 걸칠 정도의 큰 돌이 샐러드에 들어가 있을 리가 없고, 먹으면서 돌과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 있는지 주의해 식사해야 함에도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돌을 씹어 사고가 났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던 것. 이에 김씨는 “14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맞소송을 냈고, 법원은 “치료비 470여만원과 위자료 500만원 등 9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연히 보상해줄 줄 알았던 음식점 쪽에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면 보통 돈을 달라고 하는 것만 생각할 수가 있는데 ‘내가 돈을 줄 책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줘’라는 소송도 가능하다. 이것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다. 이런 경우에 돈을 받을 사람들 역시 ‘아니다. 내가 받아야 한다’고 반소를 제기한다.” ―식당에서 낙지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손님이 사망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나? “찹쌀떡을 먹다가도 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떡 파는 사람이 주의사항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낙지를 먹다가 목에 걸릴 수 있다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낙지를 익혀서 달라고 했는데 산 낙지를 준 게 아닌 이상 식당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러스트 김영훈 선임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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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3. 동생은 언니에게 연말정산 업무를 대신 처리해 달라고 공인인증서와 통장 사본 등을 맡겼다. 언니는 이를 이용해 자신이 동생인 척, 대부업체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대출받았고 빌린 돈을 갚지도 않았다. 대부업체는 동생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독촉했고, 동생은 언니가 자신을 속여서 대출한 건이라 자신에겐 아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업체는 자매를 상대로 “원금과 이자 등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명의를 도용당한 동생 쪽에 책임이 없다는 1심을 깨고 “자매는 공동하여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에는 동생에게 민법상 ‘표현대리’ 책임이 성립한다고 했다. “표현대리를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이 사람을 대리인으로 선정을 한 것같이 외관을 만들어놨으면 나도 책임이 있으니까 같이 책임을 지라는 거다. 하지만 공인인증서나 인감증명서 등을 넘겼다고 표현대리가 간단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건이 있다.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거래한 상대방도 선의이고 과실이 없어야 한다. 이 사건은 대부업체가 할 수 있는 확인은 다 했다고 봤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인정이 되었다. 우리가 대리인을 통한 계약을 할 때도 선의의 무과실을 입증받으려면 본인과 통화를 하거나 위임장을 확인하는 등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동생이 언니에게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나? “자기가 손해 본 금액의 한도 내에서 언니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위자료도 주장은 가능하지만 이런 재산적 손실에서 ‘언니가 나를 배신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라고 주장해도 위자료가 크게 인정되기는 어렵다.”
일러스트 김영훈 선임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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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4. A씨는 보증금 7000만원에 원룸을 임차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현관문에 표시된 대로 ‘309호’로 임대차계약을 중개했고, A씨도 ‘309호’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하지만 309호는 301호를 16개로 쪼갠 원룸 중 하나로, 등기부등본에는 301호 단일 호실로만 등재돼 있었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자, A씨는 우선변제권이 있는 확정일자 임차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A씨는 공인중개사 B씨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5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임대차계약서에 등기부상 호수(301호)가 아닌 현황상 표시(309호)대로 작성해주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협회는 2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A씨도 임대차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309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에 일부 과실이 있다”며 협회의 책임은 40%로 제한됐다.
소송
법원이 개인과 개인,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을 법률적으로 해결·조정하기 위해 대립하는 이해관계인 당사자를 관여시켜 재판으로 심판하는 절차를 말한다. 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성질에 따라 민사소송·형사소송·행정소송·선거소송·가사소송·특허심판 등으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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