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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8 19:36 수정 : 2009.04.12 11:34

단파라디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단파 라디오 세계





단파 라디오를 들으면 간첩으로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단파 라디오는 숨바꼭질 같은 놀이다. 지난 1월 <로이터> 보도를 보면, 미국에서 단파 라디오 수신기 판매가 꾸준히 유지되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긴다고 한다. 다음 카페 ‘KSWC한국단파클럽’(cafe.daum.net/danpa)의 전 회장 권대근(43)씨는 “정보가 널린 인터넷 시대에 굳이 단파 라디오를 듣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묻자 “외국 방송을 찾아 듣는 숨바꼭질”이라고 비유했다.

라디오는 전파를 쏘는 것이다. 이때 전파를 변조하는데, 진폭을 변조하는 방식이 에이엠(AM)이다. 단파·중파·장파로 나뉜다. 단파는 지표와 대기에 여러 번 반사돼 멀리까지 도달하지만 혼선이 생기고 음질이 나쁘다. 권씨의 놀이는 숨바꼭질하는 단파를 찾는 일이다. 이 클럽의 회원은 8000명이 넘는다.

권씨는 중학생이던 1979년 단파 라디오를 처음 접했다.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돌아온 옆집 아저씨가 ‘스승’이었다. 그를 따라 튜너를 돌리다 어색한 억양의 한국어 방송을 들었다. 알고 보니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의 한국어 방송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대 방송을 듣다 일본으로 사연도 보냈다. 그가 쓰는 수신기는 대만제 산진(Sangean) 에이치티에스 803에이. 26만원쯤 한다. 권씨 같은 마니아들은 대만 산진, 소니, 독일 그룬딕 등의 제품을 주로 산다. 외국 방송국에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내 채택되면 ‘수신 확인증’을 준다. 우표처럼 이 확인증을 모으는 회원도 있다.

어학용으로 단파 라디오를 듣는 실용파도 있다. 주로 중국어, 일본어 방송을 듣기 위해 단파 라디오를 산다. 권씨가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97년 중국 국제 방송의 라디오 퀴즈쇼에 당첨됐을 때다. 단파 방송을 듣고 중국에 답안을 보냈다. 당첨돼 산둥성 지난시를 공짜로 열흘 동안 관광했다. 권씨는 숨바꼭질하고 논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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