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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5 21:38 수정 : 2009.03.28 10:12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을 풍기는 ‘슈콤마보니’의 수제화.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스타일의 최전선 수제화 디자인…
세상에서 단 하나 나만의 구두를 만드는 사람들

구두를 사고 싶은 사람만 건축구조물처럼 높게 솟은 킬힐이나 날렵한 샌들에 매혹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구두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다름 아닌 구두 디자이너들이다. 구두 디자이너들은 한발 앞서 소비자의 기호를 짚어내는 트렌드 세터인 동시에 가장 먼저 구두의 마력을 알아보는 사람들이다.

특히 수제화 디자이너들은 “걸음걸이와 매무새를 보면 어떤 구두가 잘 어울릴지, 신고 있는 구두의 착화감이나 만족도는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제화에는 개인의 기호에 따른 디자인 변형과 에프터서비스(AS)가 잦아서 소비자들의 예측불허한 요구들을 늘 접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개성이 트렌드를 만들다

수제화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맞춤형 디자인에 응하면서도 기성화에 비해 디자이너 고유의 독창성과 고급 재질의 사용을 강점으로 삼는다. 따라서 수제화 제작에선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대량 생산되는 기성화에서 구두 디자이너들이 상표 뒤에 숨어있었다면, 수제화에서 디자이너의 존재감은 구두의 질과 동일시되며 브랜드의 위상까지도 대변한다. 디자이너 최정인의 '최정인슈즈', 이보현의 ‘슈콤마보니’, 지니 킴의 ‘지니킴’ 등 현재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유명 수제화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디자이너의 차별화된 실력을 강조하며 수제화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수제화 브랜드의 이름값에 따라오는 것은 숍에 즐비한 구두들의 통합적 이미지다. 디자이너 이재민의 브랜드 ‘더 슈’가 오색찬란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구비했음에도 군더더기 없는 형태에 빨강, 형광파랑의 강렬한 색채로 트레이드마크를 새긴 것처럼 말이다. 10년간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수제화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론칭한 이보현 대표는 “기성화에는 없는, 내가 신고 싶은 과감한 스타일의 구두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섹시, 우아, 시크”에 포인트를 찍은 수제화에 집중했다. 볼륨감 있는 풍성한 느낌의 구두 제작으로 유명한 ‘지니킴’은 ‘로맨틱 할리우드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할리우드 스타들의 화려한 느낌을 담아내 스타 브랜드가 됐다. 2006년 이후 세계적인 슈즈 박람회인 ‘더블유에스에이(WSA) 슈즈 쇼’에 지속적으로 초청될 만큼 한국을 벗어나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수제화 디자이너가 자기만의 브랜드 구축을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니다. 수제화 숍 ‘제이바니’의 김재희 디자이너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수제화를 만드는 데 흥미를 느낀다.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수제화의 경우 디자인 로열티가 발생해 구두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제화를 팔 수 있다고 한다. 구두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그는 하루에도 3개 이상의 꼬마 스케치(패턴 디자인 이전의 작은 구두 스케치)를 하고 일주일에 수십 개의 샘플을 만든다. 그다음 가죽으로 구두 형태를 테스트하는 가봉 작업을 거쳐, 발가락 부분까지 편하게 감싸는지 등 다양한 착용 실험을 하고 나면 오케이 사인을 받는 디자인은 샘플의 10분의 1 정도에 그친다. 그는 “샘플이 정해진 후에도 가죽을 꿰매는 실의 굵기, 지퍼나 장식의 위치 등 세부적인 표현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구두 디자인의 큰 매력은 ‘이게 팔릴까?’ 긴가민가했던 의외의 디자인들이 발에 꼭 맞는 주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라고 말했다.

이태원에 자리잡은 ‘슈즈박’엔 남성들의 위한 키높이 구두와 웨스턴 부츠가 많다.


노홍철을 키워준 마법의 구두

이태원에 있는 수제화숍 ‘슈즈박’의 박대섭 대표는 38년간 구두 디자인을 하며 소비자들의 주문에 따른 맞춤형 디자인에 주력했다. 손님들은 때로 잡지를 오려 와 그에게 “이렇게 만들어 달라” 부탁하거나 박 대표가 제시하는 기본형에 이런저런 주문을 추가하고 함께 상의해 자신만의 구두를 주문한다. 노홍철의 키를 10㎝가량 높여준 일명 ‘마법의 구두’를 제작해 유명해진 박 대표는 최민수처럼 웨스턴 부츠를 좋아하는 이들, 조인성,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들이 신는 고급 수제화도 일부 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그동안 쌓은 나름의 노하우를 발휘한다. 가수 엄정화가 신었던 하이힐의 굽을 변형해 남자 모델들의 신발에 접목시키고, 키 작은 남성들을 위해 굽을 내피 안으로 넣는 키높이 구두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외국에서도 그를 찾아올 만큼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엔 화려한 진열대 대신, 주문 손님을 기다리는 개성 만점 수제화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한눈에 보는 수제화 제작 과정

이태원에 있는 ‘슈즈박’의 공장에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제화를 만드는 손길이 멈추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스케치를 완성하면 재단사, 패턴사의 협업으로 구두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드는 시간과 노력은 천차만별. 작업자는 “패턴 낸 가죽으로 구두 형태를 내는 데에도 5~6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고객의 맞춤형 디자인 구두가 많다 보니, 찾아간 손님의 발에 맞지 않아 수정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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