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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1 19:52 수정 : 2009.03.14 14:45

당신의 아침식사는 안녕하십니까?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소박하게 푸짐하게’ 대통령과 경영인
해병대 군인과 국가대표 운동선수의
아침밥상 엿보기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대부분 살기 위해 먹는다고 답하겠지만, 실제 삶은 일쑤 두 대답의 경계에 매달려 있다. 아침 7시 숙취가 깨기도 전에 지하철에 몸을 우겨넣는 직장인들이라고 아침밥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직장인들은 아침밥을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금연은 건강에 좋다”는 말만큼 허무하고 “돈 있으면 부자 된다”는 말만큼 동어반복적이다.

아침밥을 거르는 것은 봄철 피로를 부른다. 그러나 <esc>는 독자들에게 아침밥 먹으라고 외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대통령부터 강화도의 해병대 병사까지 각계각층 네 사람의 아침밥상을 조용히 엿봤다. 세계 여러 나라의 아침밥상과 수백년 전 임금님의 아침 수라상도 살펴봤다.

우거짓국 먹는 대통령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텔레비전 광고가 화제였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을 들으며 국밥을 먹는 대통령의 이미지. 작위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모든 정치 광고는 작위적임을 전제한다면 정치광고의 성패는 입소문에 올랐느냐에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의 정치광고는 성공적이었다.

이 대통령의 입맛은 실제로 어떨까? 이름 밝히기를 꺼린 춘추관 간부는 이 대통령이 최근 된장찌개와 우거짓국으로 아침식사를 한다고 밝혔다. 후보 시절은 물론 20년 넘게 이 대통령의 식사를 만드는 중년 여성 요리사가 요리한다. 그는 “이 대통령이 식성이 좋고 소박한 편이라 가리지 않고 잘 드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 구체적인 식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 청와대 담당 기자도 “이 대통령이 식성이 좋고 순방 때도 이것저것 집어먹는 등 까다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귀신은 잡아도 아침밥은 부드럽게

아침밥상 엿보기

밥, 쇠고기미역국, 온상 배추김치, 오징어채무침, 맛김. 이달 11일 아침 바닷바람을 가르며 전원투입(경계 부대에서 새벽에 부대원 전원이 벌이는 탐색)을 마치고 돌아온 강화도 해병대 2사단 병사가 먹은 아침밥이다. 낮잠을 잔 뒤 병사는 점심으로 흑미밥, 시금치된장국, 온상 배추김치, 양배추쌈, 오삼불고기를 먹었다. 불고기버거·스프·치즈버거·찐감자가 저녁밥이다. 버거는 한 사람이 두 개씩 먹는다. 한때 버거가 아침밥으로 제공됐지만 쉬 배가 꺼진다는 병사들의 항의가 있어 저녁밥으로 바뀌었다.

해병대 사령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병대 2사단 병사들은 인접한 육해군 병사들과 같은 식사를 한다. 3군 지원사령부 영양사가 공통 표준식단을 짠다. 식단은 한 달마다 바뀐다. 식단의 하루 열량은 3300㎉지만 야식 등을 포함하면 3500㎉정도 먹는다. 훈련이 몰리는 기간엔 4000㎉를 섭취할 때도 있다. 일반인은 보통 하루에 2500㎉를 먹는다.

아침 식단을 짤 때 영양사는 주계병(취사병)의 취사시간이 짧은 점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맛김 등 완제품이 반찬에 포함된다. 또 빈속에 입맛이 없으므로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은 피했다. 쇠고기미역국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준다. 1식4찬이 기본이다.

컵라면·쌀국수·자장면을 야식으로 준다. 오래전에 전역한 남자라면 ‘이런 것도 부식으로 나온단 말야?’라고 놀랄 만한 음식도 나온다. 주꾸미·만두 공급량이 늘었고 해물 비빔소스도 준다. 아귀는 일 년에 다섯 번 나오고, 한 달에 한 번 오리고기도 먹는다. 꼬리곰탕은 일 년에 스물한 번, 낙지는 일 년에 두 번 나온다. 소갈비는 일년에 다섯 번 먹는다. 신세대 장병의 입맛을 반영해 올해 생선·닭고기 공급은 줄고, 고추참치통조림 등이 추가됐다.

금메달은 밥심으로

태릉선수촌의 선수들은 해병대 병사보다 더 많이 먹는다. 섭취하는 하루 열량은 일반인의 두 배가 넘는 5500㎉다. 이달 5일 아침 식단은 다음과 같다. 햄·소시지·베이컨·치즈·과일(멜론, 딸기)·달걀요리(프라이드 에그, 스크램블드 에그)·빵(핫케이크, 토스트)·크라상·샐러드. 외국 쪽 경기와 훈련에 적응하기 위해 일주일에 사흘은 아침밥을 양식으로 먹는다. 그러나 한식을 선호하는 선수들을 위해 이날도 식당 한쪽 한식 코너에서 된장찌개·젓갈·무침·김구이·우유를 내놓았다.

자율배식이지만 모든 선수가 똑같이 이 모든 음식을 다 먹지는 않는다. 종목마다 필요한 칼로리·영양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치진이 필요 열량·영양소를 조언한다. 체중감량 등 선수 본인의 경험도 중요하다. 영양사가 코치·선수에게 영양학의 기초를 교육하기도 한다. 기본 식단 외에 체중을 조절하는 선수를 위해 저칼로리 코너가 따로 있다. 두부·양배추쌈, 양송이아스파라거스무침, 새싹샐러드가 나온다.

태릉 선수촌 한정숙 영양사가 식단을 짜며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칼로리 조절이다. 점심 때는 늘 스테이크를 제공하며, 저녁밥은 한식 위주로 식단을 짠다. 영양학 측면도 특별히 신경 쓴다. 기호도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한 영양사는 “아무리 영양이 있어도 선수들이 안 먹으면 소용없다. 그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기호도 조사를 벌여 입맛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선수촌 바깥의 유명 음식점도 탐방한다. 식단은 일주일 단위로 짠다. 조리사·조리원 등 20여명이 한정숙 영양사를 도와 선수들의 밥을 책임진다.

시간과의 전쟁, 칼로리와의 전쟁

최고경영자(CEO)는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쓴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특히 인터넷은 흥망이 한순간에 바뀌는 사업 영역이다. 이상규 인터파크 대표이사는 새벽부터 회사를 지킨다. 이 때문에 아침밥도 식당에서 해결할 때가 잦다. 찌개가 포함된 백반을 즐긴다. 이 대표이사는 체중감량을 위해 식사량을 줄이는 중이다.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식사량은 적당히 조절하려 애쓴다. 스트레스가 그의 이런 노력을 방해하는 주적이다.

태릉 선수촌 한정숙 영양사의 직장인 아침식사 조언

⊙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거르지 말라. 아침을 거르면 점심을 많이 먹게 돼 좋지 않다. 이는 위에도 부담이 된다.

⊙ 시리얼 등 탄수화물은 꼭 먹어라. 탄수화물은 뇌기능에 중요하다. 밥할 시간이 없다면 미숫가루나 곡식을 간 선식을 우유에 타서 과일에 먹는 건 어떨까. 사무직에게 탄수화물은 필수다.

⊙ 비만인 직장인은 저칼로리 음식을 먹어라. 우유는 완전식품이다. 저지방 우유나 해조류가 좋다.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섬유소를 많이 먹어라. 색깔 있는 채소를 권한다. 가지, 붉은 양배추, 보라색 옥수수, 블루베리 등 검거나 보라색을 띤 색깔 있는 채소를 먹어라.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ㆍ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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