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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1 19:38 수정 : 2009.03.14 14:46

핀란드의 먹거리 시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서울 주재 외국 대사관 직원들이 전하는 세계의 아침 밥상

세상은 지금 아침에 무엇을 먹는가. 다섯 나라의 아침 밥상을 엿봤다. 미식가들 덕에 꽤 많은 나라의 음식이 말과 글로 알려졌다. 여러 나라 레스토랑도 생겼다. 그러나 정확히 아침으로 무엇을 먹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굳이 각국 주한 대사관에 직접 물은 까닭이다. 물 다르고 볕 다른 땅에서 일하는 외교관들의 아침 밥상도 물었다.

남인도와 북인도는 아침밥도 달라

주한 인도대사관의 사티시 샤르마 이등 서기관은 출근 때마다 고향에서 먹었던 파라타가 그립다. 밀과 쌀은 남인도와 북인도를 가른다. 사티시 샤르마가 태어난 델리에서는 밀로 만든 음식을 주로 먹는다. 그가 아침밥으로 먹던 파라타는 밀가루 반죽을 버터기름으로 익힌 것이다. 효모를 넣지 않은 빵인 로티도 즐겨 먹던 아침밥이다. 반면 남인도에서는 쌀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이들리는 쌀로 반죽을 만들어 약간 발효시킨 뒤 둥근 모양으로 찐 것이다. 이 반죽을 철판에 튀겨 만든 도사이도 남인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아침밥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사티시 샤르마는 주로 아침으로 빵을 먹는다. 가끔 고향 음식이 그리운 주말엔 서울의 인도 음식점에 가 향수병을 달랜다.

멕시코 전통요리인 치미창가. 쇠고기, 닭고기 등을 토르티야에 싸서 기름에 튀긴 요리
강남 도스 타코스의 새우 부리또. 부리또는 토르티야에 콩과 고기를 얹어 먹는 멕시코 요리다.

음식 향수병에 시달리는 것은 멕시코 대사관 문화과 담당 삼등 서기관 호르헤 아드리안 아그라스 고디네스도 마찬가지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멕시코에서는 아침을 든든히 먹는다. 토르티야가 한국에서 쌀밥과 같은 구실을 한다. 옥수숫가루로 만든 토르티야는 멕시코인들의 주식으로, 음식과 소스를 여기에 싸 먹는다. 여기에 스크램블드 에그·햄·오믈렛 등을 곁들인다. 토르티야에 닭고기를 싸서 먹기도 한다. 토르티야에 치즈와 닭고기를 싸서 토마토소스를 뿌려 먹는 엔칠라다도 전형적인 멕시코식 아침 식사다.

토르티야에 다양한 고기와 소스를 채워 먹는 길거리 음식 타코나 치즈를 넣고 구운 케사디야는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제법 알려졌다. 그러나 매일 아침 용산구 한남동으로 출근하면서 멕시코 식당에 들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고디네스의 아침밥은 토르티야에 우유를 곁들이는 것으로 끝난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이태원동·한남동 빵집에서 토르티야를 살 수 있어 다행이다. 그냥 빵을 먹는 날도 많다. 에너지드링크도 빼놓지 않고 마신다.


음식 향수병은 주말에 달랜다. 홍대 근처 ‘까사마야’(02-326-3250), 강남의 ‘도스 타코스’(02-593-5904), 이태원 ‘타코 아미고’(02-749-5253), ‘까사로까’(02-780-8133)가 고디네스와 멕시코 대사관 동료들이 향수병을 달래는 식당이다.

핀란드와 브라질의 아침밥은 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다. 한국 출신의 주한 핀란드 대사관의 스테판 리 일등 서기관은 11살 때 핀란드로 이민 갔다. 그들은 빵·치즈·우유·요구르트·오트밀을 먹었다. 오트밀은 귀리죽이다. 핀란드인들은 고기를 많이 먹는다. 바다가 가까워 생선도 즐긴다. 음식 문화는 다른 북유럽 나라들과 큰 차이가 없다. 19세기까지 스웨덴 왕국에 속해 있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스테판 리 서기관은 외교관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개성 넘치는 춤·음악과 달리 브라질의 아침 식사는 그리 개성적이지 않다. 주로 빵·우유·주스·치즈·요구르트 등을 아침밥으로 먹는다. 커피와 우유만으로 간단하게 때우는 사람도 많다. 점심이 하루 중 가장 푸짐하다. 쌀·콩·넝쿨식물의 일종인 만디오카에 채소·쇠고기 등을 곁들인다. 바비큐 등 고기도 많이 먹는다. 주한 브라질 대사관 강천학 비서가 브라질인 동료와 찾는 브라질 식당은 중구 정동의 ‘이빠네마’(02-779-2757)와 이태원 ‘꼬빠 까바나’(Copacabana)(02-796-1660)다. 성북구 장위동에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으나 무관하다.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가 “군왕의 포도주이며 포도주의 군왕이다”라고 격찬한 백포도주 토카이는 헝가리에서 만든다. 헝가리인들은 빵·치즈·햄·차 등 전형적인 유럽인의 아침밥을 먹는다고 주한 헝가리 대사관 일등 서기관 뵈뢰치 라슬로는 설명했다. 대신 미식의 나라답게 고추양념 통닭구이인 치르케 파프리카시, 진한 수프인 구야시, 스튜인 푀르쾰트 등으로 저녁식사를 거하게 즐긴다.

닭고기로 만든 인도 요리 치킨마살라
멕시코 사람들이 즐겨찾는 칵테일 마르가리타

커피와 빵, 전세계 공통 메뉴

그가 서울에서 먹는 아침밥은 빵·버터·치즈·잼 등이다. 커피나 주스 한잔으로 때우기도 한다. 헝가리인들은 파프리카를 많이 먹는다. 뵈뢰치 라슬로도 헝가리에 다녀올 때 파프리카 가루를 갖고 온다. 파프리카 대신 음식에 한국 고추를 쓰기도 한다. 서울에 헝가리 레스토랑이 없지만 헝가리 음식이 한국 음식과 비슷해 다행이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 <큐리어스 시리즈>(휘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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