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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5 20:58 수정 : 2009.02.28 20:31

내가 미쳤어, ‘후크송’에 빠졌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8마디의 매력으로 청중의 귀를 낚아라! ‘미쳤어’ ‘어쩌다’ 작곡가 용감한 형제 인터뷰

음악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 강동철(30)은 지난해 ‘미쳤어’(손담비), ‘어쩌다’(‘브라운 아이드 걸즈’), ‘거짓말’(편곡, ‘빅뱅’) 등 히트곡들을 낳았다. 형 강흑철과 함께 ‘용감한 형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독립한 강동철은 여전히 ‘용감한 형제’라는 이름을 쓴다. 그가 만든 모든 곡은 ‘브레이브 사운드’라는 짧고 강한 외침으로 시작한다.

- 지난해 히트한 손담비의 ‘미쳤어’는 중독성이 대단했다. 어떻게 만든 건가?

“내가 정말 미쳐 있었다.(웃음) 음악적으로 힘들었던 때다. 3년 동안 사랑하던 사람과도 잘 안 됐고. 나 이제 어떻게 가야 하나 처절했다. ‘내가 미쳤어 …’라고 말을 하다가 반주를 먼저 만들었다. 정말 내가 왜 미쳤는가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분 만인가 정말 뚝딱 터져나왔다. 그때 별명이 (작업실에 처박혀 밖에 안 나온다고) ‘올드보이’였다.”

반주까지 쉬워지면 곡이 유치해져

- 단숨에 만들었다는 건가? 쉽게 만들었다는 건가?

“멜로디가 너무 잘되면 ‘그분이 오신 건가’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열흘이고 한 달이고 고민하다가, 순간 훅 터지는 거지, 쉬운 건 아니다. 길을 걷다가도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버튼을 누르는 게 습관이다. 문득 ‘말 같은 게’ 생각나니까. ‘사랑하고 싶어’ 같은 혼잣말을 녹음해 놓고 그걸 ‘말이 되게’ 만든다. 그게 작업이다. 3분 56초 안에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 ‘미쳤어’나 ‘어쩌다’는 요즘 유행인 이른바 ‘후크송’이다.

“그래서 ‘후크송’의 대표주자란 말도 듣는다. 난 원래 힙합을 하던 사람이다. ‘훅’(hook)만 만드는 프로듀서가 아니다. 하지만 그게 ‘후크송’이라 불린다면, 그 어떤 곡들 만큼이나 공을 들인다 말하겠다. 30초든, 10초든 사람을 사로잡는 노래를 만든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니까. 내 노래는 그냥 ‘흘러가는’ 가사나 멜로디로는 안 된다”

- ‘훅’을 잘 살리는 남다른 비법이 있나?

“노래 전체의 인상을 8마디 안에 짧게 응축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멜로디를 만들어 놓고 편곡하는 게 아니라, 반주를 먼저 만든 다음에 멜로디를 삽입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틀에 박히지 않을 수 있고, 무한한 변주와 변화가 가능해서다. 난 힙합을 했기 때문에 ‘라임’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냥 ‘떠나버려’가 아니라 ‘떠떠떠떠떠나 버버버버려’(‘미쳤어’), ‘너와 내가 둘이, 둘이’(‘Ah’)로 말의 뉘앙스를 살려 내뱉는다. ‘그대가’라는 말이 있으면 그게 ‘들에가’와 붙을 수도 있는 거다. 엠아르(MR·보컬이 들어오기 전의 멜로디와 코러스)는 세련되게 간다. 노래가 귀에 잘 들어오더라도 반주까지 쉬워지면, 곡이 유치해진다. 가사는 단순하면서 짧게 간다.”

- ‘어쩌다’나 ‘미쳤어’, 최근의 ‘Ah’(‘에프터 스쿨’)까지 가사가 자극적이다.

“밋밋한 건 별로다. 사실 내가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웃음) 그때그때 느낀 감정을 가만히 떠올려보는 시간이 많다. 가끔 잠언도 읽지만, 남들이 하는 말을 되새긴다. 내가 기분이 나빴다면, 왜 기분이 ‘그랬지?’ 그걸 잡고 간다. 스무 살 때 데모 음반을 만들어 양현석 형을 찾아갔을 때도 ‘디어 베이비’(Dear Baby)란 곡에 고소영을 향한 편지 형식의 노랫말을 넣었다. ‘나는 니가 진짜 좋고, 영화에서 널 보고 진짜 뻑 갔고’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누구나 하는 말을 푼 거라 생각한다. 그게 대중성이다. 내가 느낀 걸 표현하는 방법을 음악에서 배운 거다.”

- 작곡을 어떻게 배웠나?

“10대 때 나이트클럽에서 일했고, 알아주는 싸움꾼이었다. 클럽에서 ‘싸이프레스 힐’ 음악을 딱 듣자마자 전율이 왔다. 낙원상가에서 악기를 사고, 그 후 ‘YG 패밀리’의 양현석 형을 찾아갔다. 사회적 불만을 싸움으로 풀었는데 미국 음악, 그래피티, 농구를 보면서 나도 멋지게 의리 있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여러 곡을 히트시키면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파악했나?

“여기서 히트하려면, 흔히 멜로디에 ‘뽕끼’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웃음) 음식도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다 싶으면 안 먹게 되지 않나? 그처럼 내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을 듣게 된다. 헌데 신나고 강렬한 비트에 가사나 멜로디까지 흥겨운 노래는 막상 인기가 별로 없다. 비트가 강해도 슬픈 멜로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좀 이상한데, 우리 정서일 수도 있다. ‘거짓말’이나 ‘어쩌다’는 다 발라드 버전으로 해도 좋은 노래다. ‘원더걸스’의 ‘노바디’도 그렇고.”

음악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 강동철(30)

비트 강해도 슬픈 멜로디가 인기

- 지금은 유행을 만들었지만, 트렌드가 변한다는 점에서 나중에 촌스러운 음악으로 남을까 걱정은 없나?

“걱정보다는 제작사의 요구 때문에 간혹 스트레스를 받는다. 때론 악기를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한번은 곡 중간에 있던 후렴구를 제작자가 곡 시작 부분으로 옮겨놓은 적이 있었다. 절대 응할 수 없었지. 그런 게 유행이라면 나도 계속 다른 식으로 변해갈 거다.”

- 본능적으로 어떤 노래가 인기를 끌지 감이 오나?

“뭐가 뜰지 감이 오긴 한다.(웃음) 물론 계속 노력해야겠지. 4월 손담비의 새 앨범 정말 제대로 한 방 터뜨릴 것 같다. 되는 노래는 시대를 막론하고 다 사람을 끄는 이유가 있다. 요샌 ‘듀스’의 ‘굴레를 벗어나’를 자주 듣고 있는데 그 노래도 정말 가슴에 꽂힌다.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 김승진의 ‘스잔’을 봐라. 요즘에 뜬 후렴구만큼이나 강렬하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후크송(hook song) I 갈고리 또는 음표(♪)를 뜻하는 훅(hook)과 송(song)이 결합된 조어. 2007년 ‘원더걸스’의 ‘텔미’가 히트를 친 이후 인터넷 매체 등에서 쓰이기 시작한 용어. 대중가요가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30초 음악 듣기’, 휴대폰 컬러링 등을 통해 소비되면서 단순하고 강렬한 후렴구를 앞세둔 ‘후크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싸비(sabi) I 노래의 후렴구 부분을 뜻하는 음악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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