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2.04 19:34 수정 : 2009.02.07 16:24

부둣가에서 오징어 뒤집어주기 작업을 하고 있는 하경자(55)씨와 ‘상호 아저씨’.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도동항 부둣가의 일꾼 이상호 할아버지, 집 사서 장가가는 게 소원이랍니다

매년 5월, 울릉읍 도동 울릉초등학교에선 군민체육대회가 열린다. 달리기 순서가 오면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응원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주민들이 가장 반가워하는 손님이자 선수다.

‘상호 아저씨’. 올해 일흔셋의 이상호 할아버지다. 날랜 선수들이 순식간에 결승점을 통과한 뒤에도 ‘상호 아저씨’는 느릿느릿 운동장을 돈다. 모두 이분이 결승점에 도착할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낸다. 본부석엔 푸짐한 선물을 따로 마련해 둔다.

상호 아저씨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존재다. 도동항 부둣가에서 명성이 자자한 일꾼이자 청소원이다. “상호 아저씨 없으모 클난다. 도동항 일이 안 돌아간다.” “그 사람 모리모 울릉도 사람 아이다.” “일을 원캉 좋아해야지. 일거리 안 주모 몇날 메칠을 삐져분다.”

평생을 도동항 부둣가 배에서 짐 내리고 나르고, 부둣가 청소하고 잔심부름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해왔다. 부둣가에서 오징어를 파는 하경자(55)씨가 오징어 뒤집어주기 작업을 하던 ‘상호 아저씨’에게 다가가 묻는다. “오늘 일 마이 했어예?” “마이 했지.” “말라꼬 그래 일을 마이 할라 합니꺼?” “집 사야지.”

청소하고 심부름하고 수레 끌고 짐 나르며 1천원도 받고 2천원도 받고 1만원도 받는다. 받는 즉시, 수협 입금 창구로 달려간다. 한 아저씨가 말했다. “저 양반은 옇는 것만 알지, 빼는 건 모리는 분이라.”

도동항 부둣가의 ‘상호 아저씨’.
상호 아저씨의 낡은 점퍼 윗주머니엔 손때 묻은 통장이 하나 들어 있다. 1천~2천원씩의 입금 기록이 이어지는 통장엔 이미 거액(?)이 들어 있다. 숫자를 잘 모르시는 ‘상호 아저씨’에게 이웃들은 금액을 과장해서 칭찬하곤 한다. “아저씨, 인자 10만원만 모으면 1억원 되겠네예. 참 마이도 모았다.”

도동항 한 식당 아주머니는 “그 아저씨 오시면 그냥 식사 한끼 내주는 식당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지나가다 아저씨를 만나면 호떡 사 건네고 커피 빼 건네는 이도 많다. ‘상호 아저씨’의 꿈은 집 사서 장가드는 것이다. 하경자씨가 “저 양반이 연세가 많애도 늘 보믄 맨 장가가는 기 소원”이라고 귀띔했다.

울릉군청 자치행정과 군민체육담당 이종택씨는 “‘상호 아저씨’는 도동항의 대표일꾼이자 대표선수”라며 “5월 체육대회에 그 양반 빠지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상호 아저씨’가 도동항 한편에 머물고 있는 한, 주민들의 가슴은 언제나 훈훈하고 넉넉하고 또 든든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울릉도 설경

| 울릉도 여행쪽지 |

나리분지는 눈축제 중

◎ 가는길 포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매일 1회 여객선이 울릉 도동항을 오간다. 포항 오전 10시 출발, 도동항 오후 3시 출발. 매일 당일 아침 7시에 기상상황을 보아 출항 여부를 결정한다. 기존의 2400t급 썬플라워호가 정기점검을 위해 2월25일까지 운항을 멈추고, 이 기간에 대체 선박으로 기존 묵호~울릉 항로의 440t급 한겨레호(별도 화물칸 없음)가 포항에 투입된다. 일반석 5만8800원, 우등석 6만4400원. 3월부턴 동해 묵호항~울릉 여객선 운항이 재개(한겨레호)된다. 한겨레호는 매일 독도 운항(4만5천원)도 하게 된다. 대아고속해운 (054)242-5111.

◎ 울릉눈축제 나리분지에서 2월21일까지 제2회 울릉눈축제가 진행된다. 설피 체험, 설피 신고 달리기, 달구지 체험, 썰매타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054)790-6700.

◎ 묵을 곳 도동항, 저동항 등에 민박·여관들이 있다. 민박은 2만원, 모텔은 3만~4만원. 도동에서 도동터널 지나 사동리엔 대아리조트호텔이 있다. 비수기(3월31일까지) 별관 121실만 운영한다. 한·양실(2인1실) 주중 6만5천원, 주말 9만5천원. 패밀리실 주중 9만5천원, 주말 14만5천원. (054)791-8800.

글·사진 이병학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