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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9 19:05 수정 : 2008.11.05 00:01

덩크슛이여 다시 한번. 일러스트레이션 장재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장면1

철준(장동건)은 자신을 가로막은 동민(손지창)을 쳐다봤다. 동민의 고글 너머로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이 번뜩인다. 철준과 동민 사이에서 방황하던 다슬이(심은하)는 결국 철준을 선택했다. 사랑도 농구도 승리하겠다는 남자와 사랑에서는 패배했지만 농구는 패배할 수 없다는 남자가 코트에서 마주섰다. 눈싸움을 하듯 양쪽 다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0.05초의 퍼스트 스텝으로 자존심 싸움의 승부가 갈린다.

# 장면2

먼저 불을 뿜은 것은 전정규(대구 오리온스)였다. 전반에만 3점슛을 다섯 개나 쓸어 넣었다. 엔비에이 선수인 새뮤얼 달람베어가 빠졌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높이와 힘에서 앞서리라 착각한 캐나다 국가대표팀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3쿼터 초반 한국이 18점 차까지 앞섰다. 전정규가 저격수였다면, 정영삼(인천 전자랜드)은 백병전의 전사였다. 정영삼의 퍼스트 스텝에 캐나다 센터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정영삼의 통쾌한 드라이브인을 본 사람들은 전성기 시절의 허재를 떠올렸다. 4쿼터 정영삼은 드라이브인 뒤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내 10점차 리드를 지켰다. 김주성(원주 동부)은 내외곽에서 활약했다. 김민수(서울 에스케이), 하승진(전주 케이씨씨)도 세계 수준의 플레이를 펼쳤다. 우물 안 개구리로 비난받던 한국 남자농구가 국제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첫 번째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1994년 전국에 조류 인플루엔자보다 독한 농구 바이러스를 퍼뜨린 드라마 <마지막 승부>입니다. “빠바밤 빰빰 빰빰 빠밤 빠바밤~”으로 시작하는 주제가 역시 모두가 흥얼거렸습니다. 지금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심은하씨와 장동건·손지창씨가 그야말로 풋풋한 매력을 뿌려댄 드라마였죠. 그 시절 10대·20대를 보낸 농구대잔치 세대를 대변하는 드라마였습니다.

혹시 두 번째 장면 아시겠습니까? 94년도, 2004년도 아닌 올 7월 올림픽 남자농구 예선전 장면입니다. 케이블 채널에서 중계돼 보신 분은 그다지 많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나 그 경기를 본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흥분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백인·흑인들의 힘과 높이에 그 어떤 존경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험 부족으로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남자농구 대표팀의 투쟁심은 오래 코트를 맴돌았습니다.

‘<마지막 승부>가 끝난 이후 농구는 축구·야구보다 재미없다’거나 ‘농구대잔치 이후 스타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10월31일 시작하는 남자 프로농구를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세계무대에 한국 농구를 알렸던 그들이 코트에 섭니다. <마지막 승부>보다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농구대잔치 시절을 뛰어넘는 스타 탄생도 기대됩니다. 08~09시즌 남자 프로농구를 즐기는 모든 방법을 한국 대표 농구전문지 <점프볼>과 함께 소개합니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장재훈



2008~2009 프로농구 시범경기. 삼성과 엘지. 점프볼 제공

장신의 숲, 스피드 돌풍에 뚫릴까

2008-2009 시즌 기상 전망도…10개 팀의 강점과 약점 요모조모 뜯어보기

올해 우승팀은 누구일까요? 높이와 스피드, 관록과 신진, 파워와 재기가 맞붙습니다. 올겨울 코트를 뜨겁게 달굴 10개 구단의 전력을 분석했습니다. 지난해와 달라진 라인업과 각 구단의 전략, 올해 전망을 살펴보세요.

글 서민교, 정지욱 <점프볼> 기자·사진 KBL, <점프볼> 제공

우승 전공 동부, 스피드의 삼성

팀명 : 원주 동부 프로미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1위(38승 16패)
예상성적 : 군계일학, 2연패 기상도 맑음
감독 : 전창진
특징 :
세 차례 우승한 명문 구단. 12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때는 세 차례뿐인 동부다. 2001-2002시즌 18승36패로 9위를 차지했지만, 이때의 부진으로 드래프트에서 대신 김주성이라는 보물을 얻었다. 이보 아니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던 셈이다. 데뷔 시즌부터 리그 판도를 뒤흔든 김주성은 동부를 여섯 시즌 동안 세 번 우승, 한 번의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동부가 일군 세 번의 우승은 모두 김주성의 손에서 나왔다. 2001-2002시즌 중반부터 팀을 이끈 전창진 감독은 팀의 세 번째 우승을 이끌며 최고 명장으로 거듭났다.

2008~2009 프로농구 시범경기에서 동부 표명일(오른쪽)이 삼성 이정석의 수비를 따돌린 채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시즌 예상 : 모든 전문가들은 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동부를 꼽는다. 지난 시즌 우승전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팀의 약점이었던 김주성 백업, 외국인 스윙맨 자리는 윤호영과 웬델 화이트로 영입으로 팀의 장점이 되었다. 지난 시즌 트리플크라운(정규시즌,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MVP)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주성은 다시 한 번 최고 시즌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표명일-이광재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가드진영과 강대협이라는 클러치 슈터도 보유하고 있으며, 신인 윤호영은 김주성의 백업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능력을 가진 선수다. 윤호영으로 김주성은 체력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으며, 동부는 높이와 스피드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동부와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 레지 오코사는 더욱 노련해진 플레이를 선보일 것이다. 대체 약점이 뭔가. 자만심?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의 그런 태도를 보고 가만있을 감독이 아니다.


팀명 : 서울 삼성 썬더스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3위(32승 22패)
예상성적 : 인기는 우승, 성적은 6강
감독 : 안준호
특징 :
케이씨씨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명문 구단 삼성은 두 차례 통합 챔피언을 차지했고,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2004-2005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안준호 감독은 서장훈과 강혁이 각각 정규시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던 2005-2006시즌 4전 전승으로 통합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와 케이씨씨의 상징적 의미였던 이상민이 2007-2008시즌 삼성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삼성은 높이에서 스피드의 팀으로 완벽 변신에 성공했다. ‘회춘’ 신드롬을 일으키며 삼성 돌풍의 주역이 된 이상민과 강혁·이정석 등 삼성의 가드진은 리그에서 가장 빠른 팀으로 시즌 전 예상을 깨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안준호 감독은 이번 시즌도 역시 팀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더 빠른 삼성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힌 상태다.

시즌 예상 : ‘스피드 농구’로 한번 맛을 본 안준호 감독은 지난 시즌의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다시 스피드를 택했다. 이상민-강혁-이정석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가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삼성은 지난 시즌과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 포스트 지킴이 구실을 해 준 테렌스 레더도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대신 삼성은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시즌에 들어가게 됐다. 장신화에 대처할 수 있는 포스트와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슈터의 공백이다. 지난 시즌도 높이에 밀렸던 삼성에 높이 보강이 없었다는 것은 불안 요소다. 이상민 효과도 볼 만큼 봤다. 해결사를 맡았던 이규섭이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재활 중이어서 이번 시즌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군에서 복귀한 김동욱과 신인 차재영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삼성이 더 높아진 장신숲 사이로 다시 스피드 돌풍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대군단 KCC, 투지의 KTF

팀명 : 전주 KCC 이지스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2위(33승 21패)
예상성적 : 우승 못하면 망신
감독 : 허재
특징 :
케이비엘(KBL) 출범 후 통합 챔피언을 세 차례 차지한 케이씨씨(KCC)는 농구 명문인 전신 현대의 스타일대로 전통적인 스피드를 자랑한 팀이다. 그러나 2005-2006시즌 허재 감독이 사령관을 맡으면서 2006-2007시즌 최하위로 떨어졌다. 허재 감독은 2007-2008시즌 서장훈을 영입해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꿨다. 리그에서 가장 높은 구단으로 거듭난 것. 케이씨씨는 한 시즌 만에 정규시즌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높이로 재미를 본 케이씨씨는 2008-2009시즌을 앞두고 ‘대박’을 터뜨렸다. 허 감독은 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승 보증수표’라고 불리던 미국 엔비에이(NBA) 출신 하승진을 잡으며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허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두 명 모두 2m 이상 선수를 보유하면서 역대 리그 최장신 군단을 구축했다.

시즌 예상 : 케이씨씨에 대한 예상은 전문가들조차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못해도 4강’이라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변수가 가장 많은 팀이다. 지금까지 케이씨씨처럼 장대 군단을 보유한 팀이 없었기에 뚜껑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하승진(207㎝)-서장훈(202㎝)-마이카 브랜드(207㎝)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업은 평균 신장이 무려 212㎝다. 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가드다. 지난 시즌 이상민 대신 임재현을 영입했지만, 제구실을 못해주고 있다. 높이를 이용할 수 있는 가드진의 약세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서장훈과 추승균만으로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한 만큼 하승진의 부상 걸림돌만 없다면 무난한 플레이오프행이 예상된다. 스피드를 포기하고 높이를 더 강조한 허재 감독의 용병술이 기대된다. 올 시즌 케이씨씨는 시즌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최고의 흥행요소를 쥐고 있는 것만큼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팀명 : 부산 KTF 매직윙스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8위(24승 30패)
예상 성적 : 하위권 맴돌 운명
감독 : 추일승
특징 :
케이티에프(KTF)는 투지와 끈기로 대변되는 팀이다. 2006-2007시즌 11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의 한을 푼 케이티에프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모비스에 통합 챔피언 자리를 헌납했다. 너무 힘을 쏟았던 탓일까. 2007-2008시즌 전력이 꼬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도 가고 조성민과 김도수도 군에 입대하면서 양희승을 새로 영입했다. 11년 만에 고려대 전성기 멤버 신기성과 양희승이 만났지만, 결과는 세월의 흔적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 악재까지 겹치면서 색깔을 완전히 잃었다. 우승 후보로까지 점쳐졌던 팀의 조직력은 무너졌고, 6강에서도 멀어졌다. 임기 마지막 시즌인 추일승 감독의 용병술도 도마에 올랐다. 신인도 외국인 선수도 앞 순위에서 데려올 여건이 되지 않는 케이티에프는 이번 시즌 역시 불안함을 품고 출발한다.

2008~2009 프로농구 시범경기. KCC와 KTF. KBL 제공
시즌 예상 : 이번 시즌 역시 구름이 잔뜩 꼈다. 케이티에프의 영광은 2006-2007시즌으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높이도 스피드도 확실한 팀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양희승은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2년차 김영환도 엔트리에 겨우 이름만 올려놓고 있다. 팀의 중심이 돼야 할 신기성도 새끼손가락 부상을 안고 시즌에 또 뛰어들었다. 외국인 선수 스티브 토마스(203㎝)와 제임스 피터스(200㎝)도 아직 특출한 기량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처지는 아니다. 송영진·조동현·최민규 등 선수층이 두껍고, 2년차 박상오와 허효진이 이번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안타깝지만, 높이도 스피드도 조직력도 확실하지 않은 케이티에프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직력의 KT&G, 다크호스 전자랜드

팀명 : 안양 KT&G 카이츠
지난 시즌 랭킹 : 정규리그 4위(30승 24패)
예상성적 : 작지만 강하다. 일단은 6강
감독 : 이상범(감독대행)
특징 :
전자랜드와 함께 챔피언 결정전 진출 경험이 없는 팀이다. 전신인 에스비에스(SBS) 시절 단테 존스의 등장으로 케이비엘 신기록인 15연승을 일궈낸 2004-2005시즌이 하이라이트. 지난 시즌 장신 센터와 슈터 부재로 최하위권으로까지 평가받았지만, 리그 최강의 스피드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케이티앤지(KT&G) 기록제조기 주희정과 신예 양희종이 간판스타이며, 김일두·이현호·황진원 등 허슬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작지만 단단한 팀이다.

2008~2009 프로농구 시범경기. KT&G와 전자랜드. KBL 제공
시즌 예상 :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이 폐지되면서 각 팀들이 장신화를 이룬 반면, 마퀸 챈들러(196.5㎝)와 재계약을 체결한 케이티앤지는 나머지 한자리에 장신센터가 아닌 캘빈 워너(196.5㎝)를 영입했다. 어영부영 높이를 따라가느니 확실하게 스피드로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케이티앤지는 이번 시즌에도 전문가들로부터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연습경기를 본 전문가들은 케이티앤지를 4강 후보로까지 꼽고 있다. 조직력과 스피드가 한층 높아진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령탑이 공석이라는 점이 불안요소다. ‘유도훈 감독의 케이티앤지’라면 필자 역시 팀을 4강 후보로까지 꼽겠지만 ‘이상범 대행의 케이티앤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연패, 또는 큰경기 패배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이상범 대행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팀명 :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7위(29승 25패)
예상 성적 : 이제는 4강 전력
감독 : 최희암
특징 :
전자랜드는 케이티앤지와 함께 케이비엘 출범 이후 한 번도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팀이다. 대우 제우스 시절부터 신세기, 에스케이 빅스를 거치면서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적도 한 번뿐이다. 최희암 감독 부임 이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던 2007-2008시즌 전자랜드는 에스케이, 엘지와 승률에서 29승25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팀 사이 전적에 밀려 6강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역대 최고 승률(0.537) 6강 탈락이다. 최 감독의 임기 마지막 시즌이기도 한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1순위 지명과 신인 강병현을 영입하면서 ‘토털 스피드 농구’로 탈바꿈한 전자랜드는 5시즌째 6강 플레이오프 도전장을 던졌다.

시즌 예상 : 다크호스로 떠오를 팀 중 하나다. 그동안의 부진 덕일까? 국내 선수층이 가장 두터운 팀이다. 최희암 감독의 ‘무한경쟁 체제’ 강수까지 더해져 팀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가드라인의 확보로 말미암은 ‘토털 스피드’로의 변화다. 그 중심에는 공격형 가드 신인 강병현과 정영삼이 선다. 대표팀 발탁 이후 자신감은 물론 기량까지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도 득점과 돌파, 팀플레이 모두 가능한 선수다. 몸값 비싼 김성철과 조우현의 해결사 역할도 절실하다. 그냥 그런 성적을 기대하면 또 6강 탈락이다. 최대 과제는 고질적인 센터의 부재. 주태수와 윤영필의 보강으로 국내선수의 안정감은 찾았지만, 뒤늦게 합류한 센터 도널드 리틀(206㎝)이 검증되지 않았다. 여전히 2% 부족한 전력으로 우승까지는 아직 시기상조다. 일단 6강부터 가자.

스포테인먼트 SK, 김승현의 오리온스

팀명 : 서울 SK 나이츠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5위(29승 25패)
예상성적 : 자칫하면 최하위권
감독 : 김진
특징 :
엘지(LG)와 함께 프로농구 두 번째 시즌인 1997-98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했다. 전통적인 스타군단으로 서장훈·현주엽·전희철·김영만·조성원·조상현 등 웬만한 농구대잔치 스타들은 한 번쯤 에스케이(SK)를 거쳤을 정도다. 서장훈·조상현·재키 존스·로데릭 하니발을 보유했던 99-2000시즌 대전 현대(현 전주 KCC)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서장훈이 떠난 2002-2003년부터 2006-2007시즌까지 다섯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좌절되는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신예 방성윤·김태술의 활약으로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시즌 예상 :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불안하다. 방성윤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고, 김태술과 김기만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토리 모리스(206㎝)를 퇴출시키고 데려온 디앤젤로 콜린스(204㎝)의 기량도 미덥지 않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올랐던 테런스 섀넌(197㎝)과 신인 김민수(200㎝)의 활약에 팀의 모든 것이 달린 셈이다. 우승의 3요소인 센터-포인트가드-슈터가 모두 구멍이 난 상황이다. 지난 10월14일 은퇴식을 치른 전희철이 그리워지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최고의 팬서비스를 자랑하는 에스케이의 ‘스포테인먼트’는 한층 강화되어 팬들을 즐겁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팀 성적은 결코 즐거울 것 같지 않다.

팀명 : 대구 오리온스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10위(12승 42패)
예상성적 : 김승현이 건강하면 무조건 6강 이상
감독 : 김상식
특징 :
오리온스는 2001-2002시즌 김승현의 입단 이후 리그에서 손꼽히는 인기팀이자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치는 팀으로 거듭났다. 김병철과 전희철이 군 입대로 빠진 98-99시즌 32연패라는 서울대 야구부 이후 역대 스포츠 팀 최악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김승현은 프로 첫 시즌부터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오리온스 영광의 시대를 열었다. 10위에서 챔피언으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오리온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리그 최고 기록인 6년 연속 플레이오프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엔 김승현이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초반부터 삐걱거리더니 두 번이나 11연패를 당한 끝에 다시 최하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열린 2007~2008 프로농구. 오리온스와 SK 경기. KBL 제공
시즌 예상 : 김승현의 존재는 곧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김승현은 178㎝의 단신이지만 리그 판도를 움직일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넷 톰슨(205㎝)-크리스 다니엘스(207㎝)가 버티는 포스트진과 김병철-전정규의 슈터라인도 김승현의 존재에 따라 위력이 배가될 수 있다. 오프시즌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해 왔지만, 부상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김승현의 보험으로 대학 최고의 가드 정재홍을 영입한 것은 아주 좋은 선택. ‘농구계의 대니얼 헤니’라고 불리며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이동준의 성장과 호쾌한 덩크슛은 새 시즌 오리온스를 지켜보는 또하나의 재미다.


카리스마의 LG, 수비력의 모비스

팀명 : 창원 LG 세이커스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6위(29승 25패)
예상성적 : 뭉치면 우승, 흩어지면 6강
감독 : 강을준
특징 :
엘지(LG)는 프로농구 출범 두 번째 시즌인 1997-98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했지만 10개 구단 중 처음으로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창원에 ‘농구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은 팀이다. 그러나 모기업 프로야구 팀인 엘지 트윈스와 마찬가지로 인기에 비해 성적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11시즌 동안 준우승만 한 차례 차지했을 뿐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3년 전 케이비엘 최다승 감독에 빛나는 신선우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고 자유계약을 통해 현주엽과 조상현을 차례로 영입했지만, 2006-2007시즌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8-2009시즌을 앞두고 명지대 강을준 감독이 새로운 선장 자리에 올랐다.

2008~2009 프로농구 시범경기. 삼성과 엘지. 점프볼 제공

시즌 예상 : 취임 직후부터 조직력을 강조한 강을준 감독은 “엘지에 스타는 없다”는 말을 강조하며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바로잡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강을준 감독의 카리스마에는 베테랑인 현주엽·조상현뿐만 아니라 두 명의 외국인 선수까지 기가 죽을 정도다. 일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서 엘지는 강을준 감독이 바라던 대로 강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높이·파워·스피드를 갖춘 아이반 존슨(200㎝)과 브랜든 크럼프(205㎝)의 영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박지현·이현민·전형수로 이어지는 가드 진영은 안정적이다. 팀 내 연봉 서열 1, 2위인 현주엽과 조상현의 활약에 따라 엘지는 우승 후보로도, 그저 그런 팀으로도 변모할 수 있다. 팀과 팬들이 원하는 것은 ‘포인트 포워드’ 현주엽과 ‘3점 전문슈터’ 조상현이 아닌 농구대잔치 시절의 현주엽과 조상현이다.


팀명 : 울산 모비스 피버스
지난 시즌 랭킹 : 정규시즌 9위(14승 40패)
예상 성적 : 희미한 6강 문턱
감독 : 유재학
특징 :
프로농구 원년 챔피언에 오른 기아의 후신 모비스는 챔피언 결정전에만 5회 진출해 통합 챔피언을 두 차례 차지한 명문 구단에 속한다. 양동근과 김동우가 맹활약했던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에는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양동근과 김동우의 군 입대와 함께 2007-2008시즌을 맞이한 모비스는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오리온스의 부진 덕에 꼴찌는 면했지만, 고작 14승(40패)밖에 올리지 못했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추락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외국인 선수까지 말썽을 부린 탓이다. 대신 모비스는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데는 성공했다. 신인 함지훈과 국외파 김효범의 재발견이었다. 함지훈은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 10순위로 들어와 국내선수 득점과 리바운드 부분에서 랭킹 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김효범도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 악몽을 꾼 유재학 감독은 이번 시즌 ‘강력한 수비’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열린 2007~2008 프로농구. LG와 모비스 경기. KBL 제공

시즌 예상 : 전자랜드와 함께 다크호스로 꼽고 싶은 팀이다. 최대 과제인 리딩 가드에서 안정감만 찾아준다면 의외의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시즌 전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 브라이언 던스톤(199㎝) 덕분. 성실하고 영리한 선수로 알려진 던스톤은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작은 신장에도 모비스의 골밑을 지켜 줄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득점 랭킹 2위인 오다티 블랭슨(195㎝)의 공격력도 가세했다. 적어도 외국인 선수 탓에 악몽을 다시 꾸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함지훈-김효범-우지원의 라인업도 다른 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깨가 무거워진 가드 김현중의 역할이 모비스를 6강으로 인도할 유일한 돌파구다.


〈점프볼〉

| <점프볼>은 |

2000년 1월 창간한 <점프볼>은 ‘농구의 모든 것’을 모토로 프로 농구부터 중·고·대학 농구는 물론 초등학교 및 장애인 농구까지 취재하는 국내 유일의 농구 전문 잡지입니다. 10여 명의 농구전문 기자가 농구계의 다양한 정보와 화제는 물론 다이내믹한 사진을 제공해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점프볼> 11월호에는 2008-2009 프로농구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 전력 분석 및 전문가 예상이 특집 기사로 실려 있습니다. 또한 KBL 등번호별 최고 스타, NBA에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 등의 기획기사와 KBL 외국인 선수 키워드 인터뷰 등이 담겨 있습니다. 덧붙여 2008-2009시즌 KBL 모든 선수들의 데뷔 이후 기록과 플레이 스타일을 분석한를 별책 부록으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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