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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9 17:42 수정 : 2008.11.01 10:44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2008~2009 시즌 강력 우승후보 동부, KCC의 추격도 볼만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1990년대 농구 붐을 일으켰던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농구의 속설과도 같은 이 명대사는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높이를 추구하는 농구에서 센터의 존재는 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2008-2009시즌 하승진의 케이씨씨(KCC) 영입이 확정되면서 케이비엘(KBL)은 신장 제한을 전격 폐지했다. 케이씨씨를 제외한 9개 구단의 형평성을 위해서다. 케이씨씨를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 구단은 너도나도 ‘높이’에 혈안이 됐다. 다른 어느 때보다 각 구단의 높이가 좋아진 것이다. 스포츠에서 우승 후보를 미리 점치기는 힘든 일이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높이의 우세가 곧 승리를 부른다는 전제 아래 동부와 케이씨씨를 가장 강력한 우승 양대 산맥으로 꼽겠다.

그러나 케이씨씨는 동부에 비해 흥행 요소는 많을지언정 불안 요소는 더 많이 갖고 있다. 특히 불안한 가드 라인에서 오는 전반적인 조직력 약화는 풀어야 할 과제다. 센터가 아무리 좋아도 공을 넣어줄 출중한 가드가 없다면 무용지물. 케이씨씨 이적 후 감을 잃은 임재현은 가을이 두 번이나 지나가는데도 아직도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승진의 부상 여부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대표팀에서 그랬듯 언제 어떻게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케이씨씨는 가드와 센터의 조직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 면에서 케이씨씨가 동부보다 아직은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이번 시즌 역시 우승 후보 0순위는 디펜딩 챔피언 동부다. 수비 농구의 대표주자인 동부는 재미에서는 흥행과 좀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팀플레이만큼은 리그 최정상 팀이다.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완벽에 가까운 팀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시즌 동부의 통합챔피언을 이끈 레지 오코사와 김주성이 여전히 포스트를 지킨다. 케이씨씨의 벽이 아무리 높더라도 이들의 스피드와 호흡을 막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케이비엘 최초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 김주성은 명실상부한 현역 최고 선수다. 높이와 탄력, 스피드를 모두 지닌 김주성은 공격과 수비에서 빈틈이 거의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20점 이상의 득점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가드와 포워드 라인도 든든하다. 동부에서 제2의 농구인생을 연 표명일이 또다시 야전사령관으로 나선다. 지난 시즌 반짝 스타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할 때다. 그 뒤는 이세범이 잇는다. 챔피언 결정전 당시 갑작스런 맹장수술로 벤치에서 박수만 쳐야 했던 그는, 수술 뒤 각오도 단단히 꿰맸다. 지원사격을 해 줄 포워드 라인도 늘 대기 중이다. 대표팀 발탁으로 성장세를 겪고 있는 이광재는 스피드를 이용한 속공과 ‘아름답다’는 찬사까지 따르는 3점슛의 곡선으로 코트를 수놓을 준비를 마쳤다.

오프시즌 동부 전창진 감독은 김주성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중앙대 44연승의 주역 신인 윤호영이 합류한 것. ‘리틀 김주성’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윤호영은 동부와 색깔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선수다. 공격과 수비에서 김주성과 닮은꼴인 윤호영은 탄력과 스피드만큼은 김주성을 압도한다.

외국인선수도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레지 오코사는 동부에 편안하게 안착했다. 정통 센터임에도 외곽과 게임을 읽는 눈이 탁월해 동부의 색깔과 딱 들어맞는 맞춤형 외국인 선수다. 파이팅 넘치는 그의 골뒤풀이를 기억하는 자라면 이번 시즌도 그 기세에 눌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번 시즌 처음 한국 무대에 신고식을 치르게 될 웬델 화이트도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한 전창진 감독이 오래전부터 찍어둔 선수라는 점도 그의 가능성을 짐작게 한다.

‘호랑이 조련사’ 전창진 감독이 이번 시즌 어떤 모습으로 동부 선수단을 조련해 데리고 나올지도 관심사다. 지난 시즌 전창진 감독과 허재 감독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나면 팬들을 위한 수많은 이벤트를 준비해 놓았다고 호언장담한 만큼 이번 시즌은 역대 최고의 높이 대결과 숨겨 놓은 이벤트를 맛볼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외친 미국 프로농구(NBA) 앨런 아이버슨(덴버 너기츠)도 있지만, 그 역시 ‘무관의 제왕’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서민교 <점프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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