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앞바다. 하얀 마을이 분화구 절벽 사이로 층층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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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재앙의 역사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모시킨 산토리니
그러니까 산토리니에는 하얀색과 파란색밖에 없다. 에게블루(Aegean blue)와 그릭 화이트(Greek white). 두 색의 대비에서 약간의 채도와 명도를 가감해 변환할 뿐이다. 포카리스웨트 같은 색깔, 그리스 국기 같은 색깔이 태양빛을 맞고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예쁜 마을 뽑기 대회를 연다면, 분명히 메달권에 들어갈 산토리니는 에게해의 작은 섬(76㎢)이다. 크레타섬의 수도 헤라클리온에서 쾌속정을 타고 두 시간이면 가는 곳, 아테네의 피레우스항에서는 네 시간이면 닿는 곳.
아티니오스항(카페리가 정박하는 신항구)에 내리면, 산토리니는 스핑크스처럼 거대한 바다 절벽으로 떠 있다. 버스는 여행자를 모아 스위치백으로 절벽을 기어오른다. 그리고 빠짐없이 두 마을로 향한다. 산토리니의 가장 큰 마을 피라(그래봤자 인구는 2천명) 그리고 이아, 700명이 사는 산토리니의 전형적 풍경을 선사하는 마을.
구 항구에서 피라 마을로 오르는 계단. 당나귀를 타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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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지중해 문명이 존재했던 곳이기도 하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그리스 신화의 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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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승객이 내리는 구 항구, 피라 스칼라부터 계단을 세면서 골목을 올랐다. 계단에는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로 숫자가 써졌다. 모두 587계단이다. 당나귀도 계단을 오른다.(절벽이기 때문에 항구에서 마을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없다) 피라의 골목은 아테네 아나피오티카보다 소담하고 어지럽지만 단아하고 원색적이다. 하얀 담장에 핀 장미는 빈 캔버스에 장미를 그려놓은 것 같다. 마네킹은 잉크블루빛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전기계량기에 옷이 걸려 있고, 연노란 담벼락에는 울긋불긋한 숄이 진열돼 있다. 이럼으로써 골목의 벽과 에게해는 각각 하얗고 파란 캔버스가 된다. 마을 사람들은 거기에 물건을 걸어두거나 꽃을 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아 마을의 해질녘 풍광. 지중해의 늙은 햇살이 하얀 마을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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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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