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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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가회동 숨은 맛집 찾기
가회동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음식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몇 발자국만 걸어도 첩첩이 겹쳐진 맛집을 만나는 삼청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어디서 먹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2천원짜리 떡볶이 집부터 고관대작이나 갈 만한 궁중요리 집까지 그 색과 향이 여러 가지다. 최근 몇 년 사이 뉴욕풍의 커피집과 우아한 이탈리아 레스토랑까지 가세해서 맛뿐만 아니라 눈도 황홀지경이다. 가회동 대표 스타 맛집은 <오 키친>이다. 이미 한국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한 푸드아티스트 오정미씨와 일본인 요리사 스스무 요나구니씨가 자신의 제자들과 만든 집이다.
〈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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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아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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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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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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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는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회헌>은 광화문 네거리의 유명한 레스토랑<나무와 벽돌>의 주인 윤영주씨가 만든 곳이다. 맛도 그곳과 같다. 광화문 본점처럼 이곳 1층에도 빵을 파는 베이커리가 있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와인바로 변신한다.(02-747-1592) 옆집 <애프터 더 레인>에는 타이 요리가 있고, 그 앞집 <투고>는 달콤한 와플과 고소한 커피향이 발길을 붙잡는다. 최근 새롭게 단장해서 마치 뉴욕 소호거리 한 모퉁이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고유 브랜드 ‘테라로사’의 커피들이다.(02-720-5001) 골목골목 빠짐없이 발품을 파는 이라면 옆골목의 <소원>을 발견할 수 있다. <소원>은 스팸밥과 인절미토스트, 콩가루아이스크림 등 생각만 해도 신기한 음식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판매하는 수입 인테리어 용품들을 구경해도 좋다.(02-722-3252) 가회동 거리를 조금 비켜나서 화동 정독도서관 앞으로 가면 맞은편에도 맛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노점에서 파는 두툼한 꼬치구이 닭요리를 먹으려고 긴 줄을 선 연인들이나, 중국인이 빚은 만두를 찾아서 늦은 밤까지 <천진포자>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땅 ‘식신’들이 이곳, 오래된 듯 새로운 가회동을 별처럼 떠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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