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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1 18:07 수정 : 2008.10.03 14:45

〈오 키친〉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가회동 숨은 맛집 찾기

가회동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음식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몇 발자국만 걸어도 첩첩이 겹쳐진 맛집을 만나는 삼청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어디서 먹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2천원짜리 떡볶이 집부터 고관대작이나 갈 만한 궁중요리 집까지 그 색과 향이 여러 가지다. 최근 몇 년 사이 뉴욕풍의 커피집과 우아한 이탈리아 레스토랑까지 가세해서 맛뿐만 아니라 눈도 황홀지경이다.

가회동 대표 스타 맛집은 <오 키친>이다. 이미 한국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한 푸드아티스트 오정미씨와 일본인 요리사 스스무 요나구니씨가 자신의 제자들과 만든 집이다. 에도 요리 칼럼을 연재했던 스스무씨는 20대 초반에 일본을 떠나 영국, 뉴욕, 이탈리아 등지에서 요리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가 부린 마술 같은 맛이 이곳에 있다. (02-744-6420)

〈궁연〉
한국의 대장금이라고 불렸던 황혜성 선생의 맛을 이은 한정식집도 있다. <궁연>은 황혜성 선생의 큰딸 한복려씨가 만든 집이다. ‘궁궐잔치’란 뜻의 <궁연>은 조선시대 궁궐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다. (02-3673-1104) 자연음식점을 내세우는 <달개비>나 서울 전통 종가 음식을 하는 탤런트 이정섭씨가 운영하는 <종가>도 이 동네 한정식집의 대표 주자다.


〈쪼아 떡볶이〉
이렇게 유명하고 거창한 맛집만 있는 건 아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과 엄마들이 긴 줄을 선 떡볶이 집이 있다. 한 접시 2천원인 <쪼아 떡볶이>는 채소나 달걀, 쫄면 등이 들어가는 여느 떡볶이 집과 다르다. 오직 떡과 어묵만이 빨간 소스 안에서 춤춘다. 주인장만의 비법으로 만든 소스로 ‘정직’한 아이들의 혀를 사로잡았다. 삼청동에서 솥밥집 <라마마>를 운영했던 재일동포 장정은씨의 <북촌>도 가벼운 마음으로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식 입맛에 맞게 바꾼 일본라멘과 돈가스 등이 쫄깃하고 탄력이 있다. 라멘에 올라간 차슈는 장씨가 직접 양념하고 굽고 찐 것이다. 탱탱한 맛이 아기 볼 같다.(02-741-0270)

〈가회헌〉
〈투고〉

2006년부터는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회헌>은 광화문 네거리의 유명한 레스토랑<나무와 벽돌>의 주인 윤영주씨가 만든 곳이다. 맛도 그곳과 같다. 광화문 본점처럼 이곳 1층에도 빵을 파는 베이커리가 있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와인바로 변신한다.(02-747-1592) 옆집 <애프터 더 레인>에는 타이 요리가 있고, 그 앞집 <투고>는 달콤한 와플과 고소한 커피향이 발길을 붙잡는다. 최근 새롭게 단장해서 마치 뉴욕 소호거리 한 모퉁이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고유 브랜드 ‘테라로사’의 커피들이다.(02-720-5001)

골목골목 빠짐없이 발품을 파는 이라면 옆골목의 <소원>을 발견할 수 있다. <소원>은 스팸밥과 인절미토스트, 콩가루아이스크림 등 생각만 해도 신기한 음식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판매하는 수입 인테리어 용품들을 구경해도 좋다.(02-722-3252)

가회동 거리를 조금 비켜나서 화동 정독도서관 앞으로 가면 맞은편에도 맛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노점에서 파는 두툼한 꼬치구이 닭요리를 먹으려고 긴 줄을 선 연인들이나, 중국인이 빚은 만두를 찾아서 늦은 밤까지 <천진포자>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땅 ‘식신’들이 이곳, 오래된 듯 새로운 가회동을 별처럼 떠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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