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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4 18:33 수정 : 2008.09.27 14:26

못말린다, 나만의 여행취미! 일러스트레이션 김윤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못말린다, 나만의 여행취미!

황사라(28)씨는 여행 때마다 극장을 찾습니다. 터키에 가서는 터키 영화를 봤고, 인도에 가서는 인도 영화를 봤습니다. 물론 그녀는 터키어도 모르고 인도어도 모릅니다. 옆자리의 남자들은 알 수 없는 잡담을 나누고,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해독 불가능한 대사를 지껄이지만, 황씨는 그제야 여행을 떠났음을 실감합니다.

최민수(33)씨는 여행에 가면 꼭 서점에 들릅니다. 이젠 세계의 서점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파리의 세익스피어앤컴퍼니, 뉴욕 최대의 헌책방 스트랜드, 런던 노팅힐의 트래블 북숍, 토론토의 챕터스, 도쿄의 쓰타야, 그리고 전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보더스와 반스앤노블과 기노쿠니야!

당신이 여행을 갈 때마다 하는 일이 있나요? 안내책에 나온 관광지를 순례하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다고요? 그러지 마세요. 너른 시간의 여백에 조약돌을 던져보세요. 기념품 가게에서 워터볼을 수집해도 좋고, 서점에 들러 지도를 모아도 좋고, 전세계 지하철 승차권을 차곡차곡 챙겨도 좋습니다. 당신이 수집벽이 아니라면 침대맡 인형을 데려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맘에 드는 여행지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차례로 엽서를 보내는 겁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다른 도시에 가면 그 도시의 동물원을 꼭 들르는 사람도 있답니다.

〈esc〉가 이런 여행 속 취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행 고수들의 독특한 취미를 듣고, 가장 역사적이고 대중적인 여행 취미인 기념품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이제는 수동적으로 여행하지 마세요. 스스로 의미를 찾고 느껴보는 겁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일러스트레이션 김윤재


기념품은 기억을 실어 나르는 매체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나만의 컬렉션 테마를 잡아보라


여행 기억을 살려주는 기념품 수집 노하우…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야

기념품은 기억을 실어 나르는 매체다.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기념품(souvenir)이라는 단어도 원래 ‘기억’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고로 기념품에는 과거 여행의 냄새와 풍경이 묻어 있어야 한다. 여행은 지극히 비일상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일상에 선 인간은 기념품의 향수로 일상을 위로받아야 한다.

100년 전엔 유럽 귀족의 호사취미

여행 취미로서 기념품 수집의 역사는 길고도 길다. 이를테면 기원전 330년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의 수도인 페르세폴리스에서 3천 마리의 낙타와 노새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보다는 노획, 향수보다는 약탈에 가까웠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에 상륙해 인디언과 에스키모에게 총과 술을 주고 전통 물품을 가져갔다. 지금 미국 서부 시애틀에서 캐나다 밴쿠버 그리고 알래스카까지 아메리카 대륙 서해안의 기념품점에서 가장 인기리에 판매되는 기념품인 토템폴은 이런 역사를 보여준다. 토템폴은 원래 틀링깃, 하이다 부족이 마을 앞에 세워 위인을 기리거나 설화를 기록한 한국의 장승처럼 생긴 나무조각품이었다. 하지만 서구 문화가 원주민 문화에 틈입하면서 이들은 토템폴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원주민들은 토템폴을 작게 만들어 관광객에게 만들어 팔게 된다. 바다코끼리 상아를 조각한 에스키모의 파이프, 공예품 그리고 애서배스컨 인디언의 구슬 액세서리도 이 과정을 거쳤다.

요즈음은 여행지에서 기념품 하나쯤 사오는 게 흔한 일이지만,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기념품 수집은 유럽 귀족의 호사 취미였다. 기념품 문화가 일반 대중에게 확산된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한편으로 기념품의 지역색이 없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석, 볼펜, 배지, 인형 등 조잡한 외국산 기념품이 여행지를 점령했다. 심지어 기념품은 달라도 원산지는 중국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기념품의 최대 미덕은 여행의 기억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이다. 기념품을 사려면 다음의 충고를 유념하라.

◎ 테마를 잡아 일련의 컬렉션을 구성하라 특정 물품을 수집한다. 이를테면 웬만한 기념품점에서는 워터볼을 판다.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런던탑, 타지마할이 든 워터볼을 하나씩 수집해 나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같은 방식으로 머그컵, 엽서, 티셔츠 등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

◎ 국산 기념품을 사라 상당수 기념품은 수입품이기 십상이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인사동의 한 기념품점의 상인은 “원산지 표시가 없는 것은 수입산으로 봐도 된다”며 “전체 기념품 가운데 20~30%는 중국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중국산 하회탈과 효자손, 부채가 대세인 것이다. 매년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열어 우수 기념품을 선정하는 한국관광공사 행사운영팀의 안철한 과장은 “값싼 노동력 덕에 저렴한 중국산 기념품이 많이 유통되는 게 현실이지만, 국내에서 만든 질 좋은 값싼 기념품도 찾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지하1층의 한국관광명품점에는 3천~4천원짜리 휴대전화 고리에서부터 10만원이 넘는 자개함까지 ‘국산 기념품’을 판다. 외국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될 수 있으면 방문지의 ‘국산 기념품’을 사라.

여행지는 달라도 원산지는 중국산?

◎ 지역색이 드러나는 것을 수집하라 지역색을 잘 표현한 물건을 사라. 많이 사는 것보다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는 게 좋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산 파블로 네루다의 두상, 캐나다 밴쿠버에서 산 토템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산 마트료시카가 기억에 남지, 관광지의 이름만 새겨놓은 자석이나 티셔츠 등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 박물관이나 미술관 숍을 이용하라 박물관·미술관 숍에 비치한 기념품은 가격이 조금 비싸나 선정된 품목의 품질이 뛰어난 편이다. 박물관·미술관 쪽에서 어느 정도 질이 좋은 품목들만 들여놓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파는 책이나 도록은 믿고 사도 좋을 정도다.

◎ 슈퍼마켓 기념품은 어떤가 여행 고수들은 기념품 구입을 위해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점을 간다. 기념품점에서 파는 3천원짜리 차는 1천원짜리일 가능성이 많지만, 슈퍼마켓에서 파는 3천원짜리 차는 3천원 값어치를 한다. 주요 관광도시의 대형 할인점은 기념품 코너를 따로 둔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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