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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0 18:06 수정 : 2008.09.10 18:06

짬뽕의 역사를 알려주마

[매거진 esc] 몽땅 요리퀴즈
| 박찬일의 면발퀴즈 |

멸치국수의 감칠맛에 얽힌 비밀도 찾아내자꾸나

국수는 유별나게 사람들의 포만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밥은 곱빼기가 없지만, 자장면이나 국수, 냉면까지 곱빼기 메뉴가 존재하는 건 아마도 그런 까닭일 거다. 젓가락이 부러지도록 면을 감아올려 볼이 미어지게 씹는 맛은, 국수가 아니면 또 어디 있으랴.

국수는 특이하게도 물리적 촉각이 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는국수나 굵은국수나 다 같은 밀가루로 만들지만 사람들마다 기호가 달라지는 건 그래서다. 멸치국수는 면이 가늘어야 제맛이고, 칼국수는 넓적하고 굵어야 진짜다.

나는 멸치국수의 애호가다. 그러나 어디 제대로 된 멸치국수를 사먹기 참 어려워졌다. 어쨌든 멸치국수는 좋은 멸치가 맛을 낸다. 죽방멸치야 언감생심이지만, 질좋은 멸치를 써서 잘 뽑아낸 국물은 혀를 어루만지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멸치만 넣는 경우도 있지만, 이 녀석을 섞어 쓰기도 한다. 마치 ‘미니어처 전어’처럼 생긴 이 녀석은 바싹 말리면 금빛과 은빛의 중간색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멸치보다 진하고 기름진 단맛을 내기 때문에 배합 비율을 잘 맞추지 않으면 느끼해진다. 그 황금비를 맞추는 게 아주 어렵다고 한다. 5대5. 3대2… 복잡한 양념배합 공식이 존재한다. 당신은 어떤 배합비율을 좋아하는지?

멸치국수도 좋지만, 뭔가 얼큰한 국수가 당길 때가 있다. 역시 중국식당의 짬뽕이 이 갈증을 풀어준다. 짬뽕은 자장면처럼 정작 중국땅에는 없다. 그 이력서가 독특하다. 사연은 이렇다. 개항기 일본의 한 도시에는 중국인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많았다. 어떤 중국인 요리사가 가난한 그들이 사먹을 수 있는 요리를 찾다가 고안해냈다.

이 원조 짬뽕은 돼지잡뼈로 고아낸 국물에 여러 가지 짜투리 채소를 볶아 얹어 제공했다. 이것이 한국에 건너오면서 ‘퓨전’의 길을 걷게 된다. 화교 요리사들이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 손님들의 기호에 맞춰 고춧가루를 듬뿍 넣기 시작한 것이다. 비싼 돼지뼈 대신 닭뼈를 썼다. 일본에서 만들어져 일본 이름이 붙어 있지만, 고안하기는 중국요리사였고, 엉뚱하게 한국에서 대히트를 친 희한한 역사가 그 배경에 있다. 이 짬뽕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도시에 가면 짬뽕박물관까지 있다. 짬뽕을 둘러싼 이 기막힌 역사, 당신이 주문하면 4천원짜리 동양삼국지를 즐기게 되는 셈이다.


61. 멸치와 황금배합을 이루면 더욱 맛이 좋아지는 이 식재료의 이름은 무엇일까. 밴댕이를 말려서 만든 걸 일컫는다.

62. 원조 짬뽕이 탄생한 일본의 항구도시 이름은? 오페라 나비부인의 무대이기도 하다.

박찬일/요리사
요리 맛만큼 말 맛이 좋은 박찬일 요리사는 <와인스캔들>의 저자입니다. 글쟁이로 살다 뒤늦게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요리와 인생에 깨달음을 얻고 ‘글 쓰는 요리사’가 됐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레스토랑 ‘논나’의 주방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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