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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3 18:39 수정 : 2008.09.06 20:03

빅뱅의 G-드래곤은 모히칸 헤어로 컴백해 관심을 모았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요즘 예쁜 여자들은 떡진 머리 남자들과 다닌다는 얘기도 떠도는데…

다른 나라 남자들은 무얼 입고, 무얼 먹고, 무얼 좇으며 사는지를 구경하기 위해 종종 외국 잡지를 본다. ‘게이는 다 스타일리시한가?’라는 제목을 단, 우리나라 남성지에서는 금기시되는 주제를 당당하게 다루는 기사를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코털은 얼마 만에 한 번씩 깎아야 하나?’처럼 ‘찌질한’ 주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기사를 보면서 낄낄대기도 한다. 감동적이거나, 웃기거나, 때로는 실망스러운 그 기사들 중에서 최근 나를 가장 ‘짧고 굵게’ 감동시켰던 것은 지난봄 <에스콰이어> 미국판에 실린 것이었다. 분량은 겨우 두 줄. ‘헤어 살롱에서 남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될 말; 섹시하게, 유행에 맞춰, 로커처럼, 아무렇게나,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스타처럼.’

‘하! 미국 남자들도 똑같구나!’ 나는 무릎을 쳤다. ‘대충, 알아서 잘라주세요’라고 말해 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 머리 모양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유명 배우 OOO가 멋있어 보이는 건 결코 머리 모양 때문이 아니었음을 제 머리칼이 잘려 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깨닫는다는 점에선 한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이나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좀 이상한 게 있다. 빅뱅의 G-드래곤이 모히칸 헤어로 컴백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길거리가 지나치게 조용하다. 그의 컴백 이후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잡지들은 ‘모히칸 헤어 손질법’이나 ‘모히칸 헤어, 내 얼굴형에 맞는 길이 찾기’ 같은 기사를 앞다퉈 실었고, 네티즌들은 자기들끼리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쯤이면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모히칸 헤어를 한 남자가 한 명씩은 버스에 올라탈 만도 한데 그런 남자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왤까? 모히칸 스타일이 직장인이나 평범한 학생이 따라 하기에는 너무 요란한 탓일까? 에이, 설마! 우리가 누구던가. 장발 단속을 피해 목숨 걸고 지켜낸 긴머리를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낸 도끼빗으로 빗어 넘기며 희열을 느끼던 아버지 세대의 후예가 아니던가!

“요즘 모히칸 헤어스타일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제 손님 중에 그런 머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분은 아직 없었습니다.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일대의 헤어 살롱을 찾는 남자분들은 자기 스타일에 대한 확신이 확고한 편입니다. 그분들은 ‘스타일을 한번 바꿔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를 의논할지언정 ‘저도 OO처럼 하면 어울릴까요?’ 하고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지역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신사동 포레스타 정재명 원장의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미용실 한켠을 수줍게 차지하던 남자 손님들은 이제 헤어 살롱 풍경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 그와 궤를 같이해 잡지에서 오린 연예인 사진을 당당히 내미는 남자들 또한 20세기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제 이 땅의 남자들은 더 이상 배용준의 바람머리를 부러워하고 따라 하던 ‘그 시절의 남자들’이 아닌 것이다. 개성 강하고,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이 땅의 요즘 남자들에게는 베컴도 안정환도 G-드래곤도 그저 그런 ‘참고서’일 뿐이다. 시험 전 들여다보면 좋지만, 안 본다고 해도 크게 지장은 없는 참고서, 어떨 땐 들여다보느라 시간만 뺏기는 참고서.

어젯밤 머리형의 유행 경향을 조사하다가 재미난 기사를 또 하나 발견했다. ‘왜 요즘 예쁜 여자들은 떡진 머리의 남자들과 다닐까?’가 주제였는데 그 글에 따르면 요즘 나탈리 포트먼부터 케이트 모스에 이르기까지 스타일 좋은 여자들 사이에서는 머리칼에서 금방이라도 기름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남자와 연애하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이런 이야기해줘 봤자 콧대 높은 우리나라 남자들은 귓등으로도 안 듣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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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희/ <에스콰이어> 패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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