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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3 18:22 수정 : 2008.08.16 11:21

포르노와 어머니, 그리고 콧구멍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씨네21>과 함께하는 불량추억 공모전 수상작 2등 윤대현
몰래 야동을 감상하다 링거 주머니를 차고 병원에 드러눕기까지의 엽기적 고백


고등학교 때 있었던 야동에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저는 누구나 한번씩은 보고 즐긴다는 피(P)자로 시작되는 동영상을 아주 가끔씩, 정말 아주 가끔씩 보곤 했습니다. 그날도 그 방면에 탁월한 자료수집 능력을 지닌 한 친구로부터 최신 작품을 어렵게 빌렸죠. 때마침 집은 텅비어 있었습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 생각하고 플레이를 했습니다. 역시 최신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4:3 비율의 디브이디급 화질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뚫어질 듯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강한 반동에 혈관이 터져버렸다오

평소 무언가 뚫어지게 쳐다볼 때면 불안한 마음 때문인지 제 손은 항상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 본능적으로 청소에 열중하는 버릇이 있어 그날도 본능에 충실하고 있었습니다. 본능적이며 저질스러운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면서 연신 감탄과 함께 제 눈은 화면을 녹여버릴 듯 활활 타고 있었지요.

갑자기 ‘두둑, 쾅’ 소리에 함께 방문이 열리더군요. 순간 너무 놀란 마음에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위로 솟구쳤고 ‘헉’ 소리에 함께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야릇한 장면이 고스란히 어머니 눈앞에서 펼쳐졌고 그 이후론 당연한 절차, 어머니의 신세 한탄이 이어졌습니다. “아이구,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썩을, 내가 널 그렇게 키웠더냐”“뭘 잘했다고 코피까지 흘리고 자빠졌냐, 그렇게 좋더냐?” 어머니의 실망 어린 표정과 매몰찬 시선은 뚝뚝 떨어지는 코피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차가웠습니다.

두 손이 닳도록 싹싹 빌며 어머니의 끝없는 분노와 꾸지람을 듣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코피라지만 이제 멈출 때도 됐건만 멈추기는커녕, 입으로까지 피가 넘어오는 지경에 이르러습니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어머니도 한 시간이 넘어가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시고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설마 야동 하나 보겠다는 일념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직행하게 만들리라고는 예상조차 못했지요.


몇 분 후 구급차에 실려 처량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데 제게 구급대원이 사건의 정황에 대해 묻더군요. 그러자 어머님이 말을 꺼내셨죠. 내심 설마 사실대로 말씀하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야가 야시시한 음란물을 보다가 흥분을 해서 코피가 이래 흐르네요. 근데 기가 허해서 그러는지 피가 멈출 생각을 안 해요. 어여 손 좀 써 주이소.” 구급대원의 그 벙 찐 얼굴은 절 몹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한순간 변태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응급실에 도착을 하고 어머님은 의사에게 다시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의사의 꺼림칙한 시선에 전 죽고만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나서야 손가락의 강한 반동에 따른 충격에 혈관이 터져서 많은 출혈이 발생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습니다. 18년간의 꾸준한 터널 공사로 헐어버린 콧구멍은 2시간에 걸친 전기 봉합수술로 멋지게 재건축할 수 있었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아주 오래가더군요.

팔에는 혈액 주머니, 다리에는 링거 주머니를 달고서 며칠 병원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상한 소문이 퍼지더군요. “저 사람 변태래” “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겼는데 애가 좀 갔대” “야동보다 흥분해서 실려왔단다”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고 주사를 놓기 위해 오는 간호사마저 조금만 신체가 닿아도 까무러치는 듯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이 문병을 온다고 하더군요. 학교에까지 이상한 소문이 났다가는 학교생활뿐 아니라 내 인생이 송두리째 매장당하게 생겼더라구요. 전화로 안 와도 된다고, 금방 퇴원한다고 사정과 설득, 나중에는 “오지마, 오면 죽어”라는 협박까지 하면서 친구의 방문을 막았습니다. 안오겠다는 친구의 확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그 죽일 놈의 친구 녀석이 어머니께 물어서 다음날 기어코 문병을 온 것입니다. 아~~그때의 심정이란. 친구의 한마디 한마디는 저승사자의 속삭임 같았고 그 친구가 사들고온 음료수 상자는 독극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날 공포스럽게 했습니다.

‘변태왕·정력감퇴·부실허우대’라는 새 별명

그 가슴 아픈 소문이 친구 녀석에게 들어가지 않도록 기도하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신은 야동을 보는 날 용서하지 못하는 것인지 결국 소문은 친구 녀석의 두 귀로 쏙쏙 들어가고야 말았습니다. 거기다 옆에서 쉴 새 없이 웃어대는 비웃음과 심장에 비수를 꼽는 한마디 한마디는 제 모든 걸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습니다. “하하하, 이 변태자식,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게 그렇게 좋디? 코피까지 흘리고.” “짜식 지도 남자라고, 하하하.”

며칠 후 전 무사히 그 지옥 같은 병원을 퇴원할 수 있었지만 친구 녀석의 폭로에 학교에서 또 다른 지옥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제겐 변태왕, 정력감퇴, 부실허우대 등 수없이 많은 별명이 생겨났고 아직도 그 파장에서 회복되지 못한 콧구멍과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못해서 가끔 야동을 볼 때면 쓰라림이 몰려오곤 한답니다.

윤대현/대구시 동구 신암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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