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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30 22:15 수정 : 2008.08.01 16:56

썰물 때는 바다 한가운데로 모래밭이 뻗어나는 사승봉도. 육지에서 뻗어나와 소멸하는 모래밭이 아니라 바다로 펼쳐지는 모래밭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끌리는 여행‘ 첫회
퇴락미 발견하는 승봉도와 끝없는 모래밭의 사승봉도
무인도에서 환상적인 별세례를 체험해 보시라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섬은 ‘잡섬’이라고. 잡초가 있듯 잡섬이 있다. 그건 섬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에만 3400개, 흔하디흔한 게 섬이다.

인천 앞바다 승봉도는 ‘잡섬의 미’를 숨겨둔 섬이다. 촛대바위와 부채바위, 병풍바위, 남대문바위 등 다른 섬에서 들어봄직한 과장된 이름의 절경이 있고, 낚시꾼을 기다리는 배와 몇몇 횟집과 녹슨 미니버스와 시멘트 냄새 나는 민박집이 있다. 잡섬에서는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건져야 한다. 퇴락한 풍경에서 퇴락미를 발견하고, 남루한 풍경에서 남루함에 빠질 줄 알아야 한다.

승봉도 산책길. 해송이 우거진 흙길로 30~40분이면 충분히 오르내린다.
북극의 툰드라 같고 적도의 열사 같은…

하지만 승봉도는 잡섬이 아니다. 바로 옆 승봉도의 지섬 사승봉도 때문이다. 낚싯배를 타고 10분을 건너 사승봉도에서 내렸을 때, (선착장이 없어서 마치 필리핀의 보라카이 해변에 내리는 것처럼 그렇게 해안가로 뛰어내려야 한다) 승봉도는 특별해졌다.

사승봉도의 ‘사’자는 모래 사(沙)자다. 썰물 때는 모래밭이 섬처럼 펼쳐진다. 육지가 바닷가에 이르러 소멸하는 모래밭이 아니라 바다로 진군해 펼쳐지는 모래밭이다. 그러므로 사승봉도의 모래밭에 내리면, 모래밭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건 흡사 북극의 툰드라 같기도 하고 적도의 열사 같기도 하다. 다른 점은 모래밭에 갯장구와 바닷게가 기어다닌다는 것, 바람이 빚은 풍문 대신 파도가 새긴 파문이 존재한다는 것. 뜬금없지만 이곳에 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며 바다를 가르고 들어온다면, 곽재구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빌려 역 이름을 사평(沙平)역이라고 지었으면 좋겠다. 이토록 드넓게 펼쳐진 모래밭을 보지 못했으니까.

사승봉도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서울의 한 독지가가 소유한 무인도는 그래서 편의시설이 없다. 물도 구하기 어렵다. 다만 얼마간의 돈을 내고 캠핑할 수 있다. 30~40분이면 섬 한 바퀴를 돌지만, 대부분 사평에서 물장구를 치다 해질녘 승봉도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함께 배를 탄 대학생들은 “모기가 참새만 하던데요”라면서 장딴지를 긁었다. 그래도 어제처럼 많은 별들은 처음이었다며 헤죽거렸다.

바닷게와 갯장구들이 모래밭을 돌아다닌다.
승봉도 일주도로에서 노는 어린이들. 일주도로로 걸어서 두어 시간이면 섬 한 바퀴를 돈다.
이튿날 아침은 산책으로 시작했다. 승봉도엔 마을도 하나, 산도 하나다. 승봉도 주민들은 이 산을 그냥 ‘당산’이라고 부른다. 단 하나뿐인 마을을 지키는 산이다. 승봉리 뒤편 이일레해변 쪽 오르막길로 가다보면 왼편에 주민들이 당산에 조성한 삼림욕장이 나타난다. 오솔길은 해발 95미터 당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주변에는 두터운 이끼를 둘러쓴 해송들이 보초를 선다. 발바닥에 탄력이 붙는 숨차지 않는 흙길이다. 소박한 운동기구가 있는 정상에선 대·소이작도가 살짝 드러난다. 다시 돌아가도 되고 촛대바위와 목섬 쪽으로 내려가도 된다. 어느 길이나 30~40분이면 충분하다.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은 이일레해변이다. 길이 1.2km 폭 40m의 너른 모래사장은 탄탄하여 질척이지 않는다. 여느 서해 해수욕장과 달리 개펄과도 연결되지 않았다. 섬에 둘러싸여 파도는 무시로 잔잔하고 바다 밑 경사도 완만하다. 승봉도 선창휴게소 민경용씨는 8월 초면 사람들로 꽉 찬다고 말했다. “승봉도에 외지인이 최대로 들어오면 모두 2천명이에요. 요즈음은 연인에서 가족 단위 휴양객들이 많이 오죠.”

한나절 무인도에서 보낸 피서객들은 해질녘 승봉도로 귀환한다. 미리 준비해가면 캠핑도 할 수 있다.

자유여행 할 경우엔 이동의 어려움

물놀이가 지칠 땐 바닷가를 산책한다. 목섬과 촛대바위를 잇는 갯바위길 그리고 남대문바위, 부채바위, 병풍바위를 잇는 길도 좋다. 섬을 도는 일주도로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승봉도는 개인적으로 찾아가도 좋고 패키지로 찾아가도 좋다. 물론 가격과 효율성 면에서 패키지가 유리하다. 사승봉도 들어가는 선박편(1만5천원과 입도료 2천원)을 잡거나 숙소를 예약하기 편리해서다. 자유여행을 할 경우 이동의 어려움이 있다. 두 시간이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로 승봉도는 작은 섬이지만,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서 마냥 걸어 다니려면 불편하다. 하지만 어느 때건 30~40분 호젓한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섬 안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갈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승봉도 주변에는 넙치, 우럭 등 낚시할 거리가 많다. 낚시 배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객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승봉도 여행쪽지

작은 섬답지 않은 대형콘도

승봉도 여행지도
◎ 승봉도는 인천시 옹진군에 있다. 인천에서 1시간30분 걸린다. 100가구 채 안 되는, 걸어서 두 시간이면 흡족한 작은 섬이지만, 하루에만 배가 대여섯 차례 들어온다. 승봉도를 마주보는 자월도, 대이작도, 소이작도 등 형제 섬들을 둘러 배가 기항하기 때문이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 레인보우호가 하루 두세 차례 승봉도를 잇는다. 하루 한 차례 출항하는 대부고속훼리2호는 2시간 걸린다. 경기 대부도 대부머리 선착장에서 대부고속훼리1호가 하루 두세 차례, 충남 서산 삼길포항에서 서산옹지니호가 한 차례 운항한다.

◎ 승봉도닷컴(myseungbongdo.co.kr)의 정보가 튼실하다. 여행지 소개, 선박 시간표를 비롯해 콘도·민박·펜션 연락처를 정리했다. 작은 섬치곤 드물게 대형 숙박시설인 동양콘도가 있다. 국내 유명리조트 체인에는 시설이 뒤지지만, 승봉도에서는 가장 깔끔하다. 바다 전망이 좋다. 19평 비회원가 13만·15만원. (02)2604-6060. 이일레해수욕장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근처 민박이나 펜션을 잡는 게 수월하다. 성수기 7만원 안팎. 식당은 이일레해수욕장과 승봉리 주변에 몰려 있다. 넙치·우럭·농어 등 자연산 회가 1㎏ 7만원 안팎.

현대마린개발(happyboat.co.kr)이 1박2일 승봉도 상품을 운영한다. 첫날 오후 승봉도에 도착해 미니버스를 타고 이일레해변, 목섬, 촛대바위, 남대문바위, 부채바위 등 섬 한 바퀴를 돈다. 동양콘도나 민박을 이용해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에는 사승봉도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어른 2명 29만9천원(콘도 이용). 한국관광공사 추천상품이다. 문의 160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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