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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3 17:19 수정 : 2008.07.31 16:39

롯본기힐에서 바라본 도쿄타워의 모습.

[매거진 esc] 도쿄 백년 맛집 이야기
초밥에서 돈가스까지 6개의 열쇳말로 풀어보는 일본요리 냠냠사전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나 같은 미식가에 대해서, 주위 세상에 신경 쓰지 않는 이기적인 식탐쟁이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그들은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 식품 생산에 대한 지식을 망라하는 미식가의 폭넓은 기술은 오히려 미식가가 자기를 둘러싼 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여유식(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이후)에서 이렇게 썼다. <esc>가 취재한 시니세가 만드는 음식들은 이미 많은 한국인이 즐기는 요리가 됐다. 초밥(스시), 메밀국수(소바), 튀김(덴푸라)이 없는 식생활이 상상 가능한가? 그러나 바다 건너 일본에서 온 음식을 즐기면서 그 음식의 맛이 가진 역사와 비밀을 하나도 모른다면 당신은 ‘이기적인 식탐쟁이’다. 공부하면서 먹을 필요는 없지만, ‘아, 이런 비밀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먹는다면 미식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 그래서 만든 일본 요리 대형 냠냠사전. 여섯 개의 열쇳말 속에 일본 요리의 역사가 숨어 있다.


초밥에서 돈가스까지 6개의 열쇳말로 풀어보는 일본요리 냠냠사전



초밥(스시)
덴푸라는 베트남 지역 요리에서 유래


⊙ 초밥(스시) 튀김과 함께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즉석식’. 에도는 도쿄의 옛이름이며 18세기부터 상공업이 화려하게 꽃핀다. 에도 막부 시절 화재 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자 곳곳에 빈터가 조성됐다. 이 빈터들은 서민들의 ‘만남의 광장’이 됐고 스시·덴푸라·소바 등을 파는 포장마차(야타이)가 즐비했다. 스시의 기원은 ‘나레즈시’다. 생선 뱃속을 손질해 그 속을 밥으로 채워 무거운 돌로 눌렀다가 3개월~1년 발효시켜 생선살만 먹었다. 절이는 기간이 생선 종류와 절이는 조건에 따라 3~4일로 점점 짧아진다. 에도의 서민들은 발효하는 데 걸리는 단 며칠을 못 참고 현재처럼 즉석에서 생선살을 밥 위에 얹은 ‘니기리즈시’를 포장마차에서 즐겼다. 일종의 패스트푸드인 셈이다.


메밀국수(소바)
⊙ 메밀국수(소바) 메밀을 국수로 만들어 먹은 것은 에도시대부터다. 소바는 밀가루와 달리 차진 성분이 없어 면으로 뽑으려면 엄청난 기술이 필요했다. 간장과 가다랑어포 국물이 발달하면서 국물 있는 먹거리 가운데서 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게 됐다.


튀김(덴푸라)
⊙ 튀김(덴푸라) 원래 일본 음식은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다. ‘덴푸라’는 포르투갈 등 유럽요리가 남만을 거쳐 나가사키에 전래된데서 유래한다. 기름을 이용한 요리는 중국 승려와 유학승 등 소수만 즐겼다. 16세기 무렵 기름 생산이 늘고 남만의 기름 요리가 전래되면서 비로소 서민들도 널리 애용하는 튀김이 탄생했다. 에도의 포장마차에서 파는 튀김은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였다.


장어
⊙ 장어 우나기(장어) 가바야키(꼬치구이) 역시 에도시대 일본 서민들의 인기 요리였다. 가바야키는 장어를 반으로 갈라 구운 것이다. 간장과 설탕이 서민들 사이에 보편화하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인들에게 장어는 특별한 먹거리다. 이달 1일치 영어판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산 장어가 일본산으로 산지 표시가 잘못된 사건을 1면 기사로 실을 정도다.


닭요리
⊙ 닭요리 나라시대의 덴무 천황은 7세기에 칙령을 선포해 소·말·개·닭고기를 금지했다. 닭은 시간을 알리고 알을 낳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불교의 영향도 컸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일본이 ‘미식의 천국’이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육식을 선포한 메이지 유신 이후 100여년에 불과하다. 닭고기 스키야키는 쇠고기 스키야키보다 나중에 나왔다.


돈가스
육식을 선포한 게 1872년이었으니…

⊙ 돈가스 돈가스는 메이지시대 일본인의 독특한 ‘발명품’이다. 발전 경로는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코틀레트→비프가쓰레쓰·닭고기가쓰레쓰→포크가쓰레쓰→돈가스. 메이지 왕이 육식을 해금한 것은 1872년이고, 이후 돈가스가 출현한 것은 20세기 초다. 코틀레트는 고운 빵가루를 쓰며 고기가 얇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쳐 튀긴다. 또 나이프와 포크로 먹으며 양배추를 곁들이지 않는다. 반면 일본식 돈가스는 알갱이 큰 빵가루로 튀기며, 팬에 부치는 것이 아니라 튀김처럼 끓는 기름에 넣어 튀기는 ‘디프 프라잉’으로 익힌다. 이 덕분에 호라이야에서 만드는 두꺼운 돈가스가 가능해졌다. 또 코틀레트와 달리 양배추 채를 곁들이고 된장국·쌀밥과 함께 젓가락을 이용해 먹는다. 미리 잘라내는 것도 돈가스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미리 썰지 않고 나이프와 포크와 숟가락과 젓가락을 모두 이용해 먹으며 쌀밥과 함께 양배추 채를 곁들인’ 한국의 돈가스는 새로운 발명일까?

※ 참고 〈돈가스의 탄생-튀김옷을 입은 일본 근대사〉(오카다 데쓰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에도의 패스트푸드〉(오쿠보 히로코 지음, 청어람미디어 펴냄)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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