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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3 21:11 수정 : 2008.04.26 15:31

50에서 100살까지 캐릭터들의 생일파티. 일러스트레이션 권오환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50에서 100살까지 캐릭터들의 생일파티

아니 벌써, 빨강머리 앤의 머리 위에 해가 솟은 지 100년이 됐습니다. 우리가 주로 기억하는 빨강머리 앤은 1979년에 제작된 일본 만화 <빨강머리 앤>이지만, 만화 영화의 원작은 1908년 캐나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초록 지붕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입니다. 만화영화 주인공을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어 버린 미키마우스가 월트 디즈니의 손 끝에서 캐스팅돼 처음으로 만화영화에 데뷔한 지도 80년이 지났습니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11월 <증기선 윌리>에 단짝 미니와 함께 처음 등장했습니다. <증기선 윌리>는 만화영화로는 처음으로 소리와 영상이 동시에 돌아가는 유성영화였지요.

파란색 친구들 스머프가 벨기에 만화가 페요의 만화지 네모칸 속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 지도 50년이 됐습니다. 58년 10월 벨기에의 잡지 <스피로>(Spirou)에서 단역으로 잠깐 등장한 것이 스머프의 데뷔 무대였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랑받을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할 수 없었던 짧은 출연이었습니다. 색색깔의 조각에 레고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도 올해로 50년째입니다. 레고 블록은 58년 1월 올레 커크 크리스티안센의 특허 등록과 동시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그 첫번째 블록을 쌓았습니다. 상상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레고 블록의 탄생이었던 거죠.

앤과 미키마우스, 스머프, 레고는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세계 사람들에게 항상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Esc〉가 조촐하게나마 이들의 생일잔치를 준비했습니다. 생일상에 올려놓은 차림으로는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 버린 이들의 옛날 이야기와 지금도 매순간 변신하고 있는 지금 이야기, 사람들이 말하는 ‘당신의 의미’ 등입니다. 생일잔치에 들고 올 선물은 한줌의 추억과 동심이면 충분합니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자녀, 친구들과 함께 오시면 더 좋습니다. 아, 초대장은 모두 받으셨지요?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권오환



생일 맞은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가상대담. 일러스트레이션 권오환
생일 맞은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가상대담- 이름에 얽힌 사연에서 비밀 결혼 고백까지

“그땐 그랬지.”

빨강머리 소녀에서 이제 백발의 할머니가 된 앤 셜리와 제법 중후한 멋을 풍기는 미키마우스, 한창 일할 나이인 레고와 나이는 들었어도 밝은 성격만은 그대로인 스머페트가 생일파티를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름과 외모에 얽힌 사연부터 연애와 결혼 등 사는 얘기까지 옛 추억을 꺼내놓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들의 가상 대담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Ann’ 끝엔 반드시 ‘e’자를 붙여다오

스머페트 : 벌써 50년이 지났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저희 스머프들은 모두 1958년 페요 아저씨가 그렸을 때 이미 100살이었거든요. 예외는 있었어요. 파파 스머프만은 542살이었죠. 그렇게 나이가 많은 줄 모르셨죠? 그래도 저희 스머프들은 꼬박꼬박 생일파티를 한답니다.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초창기 스머프 스케치(왼쪽)와 스머프들의 지도자인 파파 스머프.

레고 : 우리 레고 피규어는 레고 블럭보다 16살 정도 어려요. 레고 피규어가 처음 생긴 건 1974년이었거든요. 앤 할머니, 진심으로 생신 축하드려요. 그런데 아직도 기운이 넘치세요. 역시 성격은 변하지 않나봐요.

앤 : 나를 코딜리어라고 불러주겠니? 앤은 전혀 낭만적이지 못한 이름이거든. 나는 늘 내 이름이 코딜리어라고 상상해왔어. 코딜리어가 더 좋지만 앤이라고 부르려면 ‘Ann’ 끝에 ‘e’자를 붙여서 불러다오. ‘Ann’은 왜 그런지 싫고 불쾌하지만 ‘Anne’은 훨씬 품위가 있거든.

미키 : 네, ‘e’자가 붙은 앤 할머니. 저는 원래 월트 디즈니 아저씨가 제 이름을 ‘모티머’(Mortimer) 마우스라고 붙이려고 했대요. 그런데 월트 아저씨의 부인인 릴리안 아주머니가 ‘모티머’는 거드름을 피우는 이름 같다면서 재미있고 겸손한 느낌의 ‘미키’를 제안한 거죠. 제 이름이 모티머였다면 인생도 달라졌겠죠?(웃음)

스머페트 : 스머프라는 이름은 저녁 식사하다가 튀어나온 이름이라니까요. 페요 아저씨가 친구인 만화가 프랭퀸 아저씨와 저녁을 먹다가 “소금 좀 줄래?”라고 말해야 하는 걸 잘못 얘기해서 “스머프 좀 줄래?”라고 말해버렸대요. 그렇게 ‘스머프’라는 알 수 없는 이름이 만들어진 거죠. 그런데 사실 저희 본명은 ‘슈트롬프’(Schtrompf)예요. 고향인 벨기에에서는 저희를 슈트롬프라고 부르거든요. 스머프는 슈트롬프의 영어식 이름이랍니다.

레고 : 크리스티안센 아저씨도 레고라는 이름을 짓기까지 꽤나 고생했어요. 처음에는 회사 이름을 지으려고 직원들에게 공모전도 열었죠. 그런데 운명처럼 크리스티안센 아저씨가 레고라는 이름을 생각해냈어요. 레고는 덴마크어 ‘레그’와 ‘고트’의 합성어예요. “레그 고트(Leg Godt)”는 “재미있게 놀아”라는 뜻이죠.

스머페트 : 스머프 이름 짓는 법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하는 일에 따라 짓는 거죠. 뭐든 잘 고치는 ‘편리’나 항상 그림을 그리는 ‘화가’처럼 말이에요. 두번째는 성격에 따라 짓는 방법이에요. “내 말이 맞잖아!”를 외치고 다니는 ‘똘똘이’, 불평불만이 인생의 전부인 ‘투덜이’,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익살이’처럼 말이에요. 거울만 들여다보는 ‘허영이’도 있죠. 그런데 앤 할머니는 어릴 때와 비교하면 정말 예뻐지셨어요.

스머프가 모자를 벗지 않는 건 대머리라서?

앤 : 고아원에서 머럴러·매슈 아저씨네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비쩍 마른 체구에 빨강머리, 촌스러운 주근깨까지 아주 볼품없었지. 그때는 누가 내 머리색 얘기를 꺼내면 불같이 화를 냈단다. 길버트가 나를 ‘홍당무’라고 놀렸을 때 석판으로 길버트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지. 그런데 10대 후반이 지나 20대에 접어들면서 주근깨도 사라지고, 빨강머리에 대한 애정도 생기더라구.

일본 애니메이션 속 앤(왼쪽)과 캐나다 드라마 속 앤의 모습.

미키 : 저는 맨 처음 <증기선 윌리>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팔다리가 더 가늘었고 배도 더 나와 있었어요. 처음에는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이었죠. 흰 장갑을 처음 낀 것은 1929년 <오프리 하우스>라는 비디오에서였어요. 흑백에서 색깔 있는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1935년 <더 밴드 콘서트>에서 였죠.

스머페트 : 사람들이 저희에게 꼭 물어보는 게 있어요. 몸이 파란색인 이유예요. 사실 파란색인 이유는 단순해요. 초록색이면 자연 색깔 때문에 묻혀버리게 되고, 빨간색은 너무 화려해요. 노란색은 또 조금 불길한 색이잖아요.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색깔은 제외하고 보니 파란색이 남은 거죠. 또 왜 꼭 흰색 옷과 모자를 쓰고 다니냐고 물어봐요. 저희 스머프들은 잠을 자거나 목욕을 할 때도 모자를 벗지 않거든요. 뭐 대머리라서 그렇다는 설이 있다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그래도 저는 아니에요. 이렇게 머리카락이 길게 있잖아요.(웃음)

초기 레고 블럭(왼쪽)과 마니아를 양산한 〈스타워즈〉시리즈.

레고 : 레고 피규어인 저희가 지금 이 모습을 하게 된 건 피규어가 나온 지 4년이 지난 1978년이에요. 그때부터 지금처럼 작은 피규어가 된 거죠. 사실 레고 피규어인 저희들은 외모에 대해 불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 생겼어요. 사람들이 촌스러운 머리를 ‘레고 머리’라고 하는 거예요. 제 머리 모양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미키마우스 형은 방송에 영화까지 카메라를 많이 받으면서 확실히 더 세련되어진 것 같아요.

미키 : 그렇긴 하지.(웃음) 1928년부터 쭉 단편영화만 하다가 첫번째 장편영화에 출연한 게 1940년 <판타지아>였어요. 마법사 견습생 모습 모두들 기억하죠? 티브이 데뷔는 1955년 <미키마우스 클럽>이었어요. 저 덕분에 디즈니는 1932년에 아카데미 명예상을 받기도 했다니까요. 50번째 생일이었던 1978년에는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에 만화 캐릭터로는 처음으로 이름을 새겼어요.

앤 : 나는 주로 일본과 캐나다를 오가면서 활동했어. 1979년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제작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이 일본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거든. 내 이야기를 드라마와 영화로 만든 건 여러 편 있었지만 가장 잘 만든 작품은 1985년 캐나다 케빈 설리반 프로덕션에서 만든 <초록 지붕 집의 앤>이지. 매건 팔로가 내 역을 맡았는데 연기가 아주 그만이었거든. 상도 많이 받았지. 한국에서는 1984년 일본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일부가 방영됐어. 1화부터 50화까지 전부 방영된 건 1986년부터였지. 성우 정경애씨가 내 목소리를 연기했어. 노래도 기억나지?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미니마우스는 어떻게 여자주인공이 되었나

스머페트 : 저희도 세계적인 인기 면에서는 뒤지지 않아요. 1975년 벨기에에서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다음 1981년 미국 한나 바바라 스튜디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엔비씨(NBC)를 통해 방영됐어요. 시청률이 42%나 나왔죠. 그 이후 8년 동안 272화가 나갔어요. 지금도 전세계에서 상영되고 있죠.

레고 : 우리는 거꾸로 영화 속 주인공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편이에요. 1999년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었죠. <인디아나 존스>와 <배트맨> 시리즈도 나왔어요. 전세계 어린이들이 해마다 5억 시간을 레고 놀이에 쓰죠. 또 계산해보면 지구상에 1인당 평균 52개의 레고 블럭을 갖고 있어요.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죠? 그나저나 앤 할머니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길버트 할아버지와도 잘 지내세요?

앤 : 그럼. 우리는 아이를 여섯이나 낳았어, 젬과 월터, 쌍둥이인 낸과 다이 셜리, 릴러까지. 그렇지만 전쟁 때문에 아이들을 잃기도 했지. 지금도 가슴이 아파.

미키 : 저 역시 미니와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영화 속에서 한번도 결혼식을 올린 적은 없지만, 저희는 결혼을 한 사이예요. 모르셨죠? 제가 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월트 디즈니 아저씨가 잘 알고 있죠. 1933년 어느 잡지와 한 인터뷰에서 “미키마우스의 사적인 삶에서 그는 미니와 결혼을 했다. 그것이 발전해 미니마우스가 스크린에서 여자 주인공이 된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죠.

1928년 〈증기선 윌리〉속 미키마우스(왼쪽)와 3차원 미키마우스.

스머페트 : 스머프 마을에는 별다른 연애 사건이 없어요. 제가 유일한 여자이기 때문에 ‘덩치’와 ‘편리’가 저를 두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별다른 스캔들은 없었죠. 그런데 왜 저만 여자냐구요? 사실 저는 가가멜이 만든 악당이었어요. 제가 처음 스머프 마을에 왔을 때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죠. 그런데 파파 스머프가 저를 착한 스머프로 만들어 줬어요. 그런데 내년에 나오는 스머프 영화에는 저 말고 또다른 여자 스머프가 등장한대요. 흠, 내가 더 예뻐야 할 텐데.

레고 : 저희도 세상에 할 말이 있어요. 우리도 연애하게 해달라! 레고 머리도 연애할 권리는 있다! 레고 시리즈 다음 주제로 ‘레고 피규어들의 사랑 만들기’, 어떤가요?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자료·사진 제공 월트디즈니·레고코리아·아이엠피에스·동서문화사(<그린 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일러스트레이션 권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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