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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6 21:37 수정 : 2008.04.19 13:27

강을 끼고 있는 나카스 풍경.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1박2일 밤도깨비 일본여행… 쾌속선을 타고 떠난 후쿠오카에서 생긴 일

도쿄 밤도깨비 1박3일 여행이 한때 유행이었다. 새벽 비행기를 이용해 시간을 버는 방법인데, 후쿠오카 밤도깨비 1박2일 여행도 가능하다. 심야우등고속과 쾌속선으로 이동시간을 아껴 후쿠오카에서 오롯이 이틀을 보내는 것이다. 밤늦게 술을 먹다 문득 떠나고 싶으면,(그래도 여권은 있어야 한다!) 강남고속터미널로 향하면 된다.

02:00 서울 강남고속터미널=부산으로 향하는 심야우등고속버스는 예상과는 달리 만원이다. 예매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이 꺼지고 버스는 4시간 동안 달리는 수면캡슐이 된다.

유흥지 나카스에서 길을 잃다

08:45 부산국제여객터미널=20분 만에 수속이 끝난다. 곧 커다란 배가 눈에 보인다.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크루즈처럼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안내인이 탑승을 권한 배는 갑판도 없는 125.17톤의 미니 쾌속선 ‘코비호’. 221명 정원의 코비호는 빠르다. 코비호는 보통은 45노트(시속 80㎞)로 달리지만 파고에 따라 30노트(시속 54㎞)로 감속한다. 배가 너무 작아 고래가 친구인 줄 알고 달려와 부딪치기도 한단다. 옆자리 연인들이 다정하다. 임현석(29)씨와 박연주(24)씨는 일본 배여행이 벌써 세 번째란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11:55 후쿠오카 하카타 국제여객터미널=세 시간 만에 일본에 도착했다. 황량한 짠내가 코끝을 감싼다. 어딘가 부산항을 닮았다. 여행을 시작할 제이아르(JR) 하카다역으로 향한다.

구시다신사를 찾은 이. 정성스럽게 기도를 한다.
15:00 구시다 신사=딸랑, 어디선가 큰 종을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종소리 사이로 얇디얇은 벚꽃들이 마지막 생을 버리듯이 뚝뚝 떨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느껴지는 곳은 일본이든 한국이든 애잔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재건한 이 신사는 일본의 여름 마쓰리(일본 신령들의 제사를 지내는 축제)인 ‘하카타 기온야마가사’로 유명하다. 축제에 쓰인 거대한 야마가사(장식가마)가 전시되어 있다. 10미터가 넘는 높이와 요란한 장식이 그저 놀랍다.

사람들은 신사에서 기도를 올린다. 과거의 영혼들에게 현재의 자신의 삶을 기대는 것이다. 소원을 적은 나무 팻말들이 스산한 바람에 춤춘다. ‘○○아 죽도록 사랑해. 결혼해자뿌짜마’라고 한글 팻말이 눈에 띈다. 웃음이 절로 난다.

16:30 커낼시티=구시다 신사 후문 앞 건물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커낼시티 하카타’가 나타난다. 미로처럼 얽힌 6개 건물 한가운데로 인공운하가 흐르는 복합쇼핑센터다. 무심코 들어간 디자인소품점 ‘아크웨이23’에서 묘한 것들을 발견했다. 294엔짜리 볼펜인데, 그 모양새가 커다란 남자 성기와 여성의 유두였다. 외설스럽다기보다는 실소가 나왔다. 이 가게는 재미 만점이다.

야타이 주인들은 한국인을 보면 ‘누나,언니,라면’을 외친다.
19:30 나카스 야타이=후쿠오카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다. 느끼한 라면부터 특이한 초밥까지 색다른 맛들이 넘쳐난다. 어둑해지면 나카스 지역엔 야타이(포장마차)가 초롱초롱 불을 밝힌다. 붉은 등이 달린 곳은 라멘(일본라면)집이다. 다른 곳에선 생선·어묵 등 구이를 판다. 야타이는 좁다. 옆자리 일본 남자와 친구처럼 붙어서 라멘을 먹을 수밖에 없다. 다들 소곤소곤 조용히 술과 꼬치를 먹는다.

20:30 나카스 거리=나카스에서 길을 잃었다. 후쿠오카에서 흥건한 전통(?)을 자랑하는 유흥지가 나카스다. 유흥가는 역시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울퉁불퉁한 팔뚝을 가진 사내들이 호객하고 음란한 스티커들이 벽과 전봇대를 장식한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기모노를 입은 고혹적인 아가씨도 봤다.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할 무렵 ‘한국인 민박’이란 글자가 눈에 띈다. 그곳 주인에게 다짜고짜 구원 요청을 했다. 하지만 결국 숙소까지 무사하게 가도록 도와준 이는 ‘헬프 미’를 외쳐 붙잡은 일본 처자들이었다.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은 많은 여인들의 데이트 장소다.
이튿날 09:00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푸른 바다와 오렌지색 모래는 태양 아래 아름답게 빛난다. 그 경계에 까만콩처럼 사람들이 콕콕 박혀 있다. 고립되어 보이는 이들을 바닷바람이 이어준다. 총길이 2.5㎞의 인공해안은 ‘후쿠오카 타워’와 함께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다.

아이쇼핑, 장어초밥, 그리고 하카타라멘

비오는 오호리공원.
10:30 오호리 공원=도무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새들이 호수와 풀숲에 놀고 있다. 걸어 다니는 폼이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 같다. 둘레 2㎞의 아름다운 호수, 가벼운 차림으로 달리는 사람들, 나무 아래에서 한가롭게 개를 데리고 쉬는 노인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가슴에 조용히 파고든 듯하다.

12:00 덴진=덴진은 후쿠오카 제일 번화가다. 덴진역 지하상가와 대형 백화점, 숍들은 ‘아이쇼핑’하기에 적격이다. 솔라리아 스테이지 지하 2층에서 만난 회전초밥집 ‘오스시야상’의 장어초밥 맛은 환상이다. 금세 동이 나니 빨리 주문해야 한다. ‘이치란 덴진점’의 하카타라멘도 꼭 가져가야 할 명물이다. 하카타라멘은 돼지뼈를 푹 고아 낸 국물에 가는 면을 삶아 내놓는다. 느끼한 맛이 독특하다. 이 모든 볼거리, 먹을거리가 지하철 한두 정거장 사이에 있다.

15:00 코비호=떠날 때보다 더 출렁이는 쾌속선이지만 어제보다 바다가 더 푸른색으로 보인다.

17:30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여객선 터미널 앞에 부산역 셔틀버스가 준비돼 있다. 부산역에서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잠시 눈을 붙이니 밤 9시. 벌써 서울이다.

후쿠오카=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후쿠오카 여행쪽지

규슈 3박4일 9만9천원부터

⊙서울 강남고속터미널(kobus.co.kr)에서 부산행 심야우등고속이 새벽 12시25분, 1시, 1시30분, 2시에 출발한다. 부산고속터미널에서 국제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해 후쿠오카로 향하는 아침 8시30분발이나 10시발 코비호를 탄다. 미래고속(mirejet.co.kr) 코비·비틀호가 매일 4∼5회 부산∼후쿠오카를 연결한다.

⊙선박과 호텔을 직접 예약하는 것보다 여행사에서 파는 자유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일본 전문여행사 여행박사(tourbaksa.com)의 선박 상품이 다양하다. 코비·비틀호를 이용한 2박3일 후쿠오카 상품이 15만9천원(4인1실·세금 제외)부터 판매된다. 일행 수에 따라 펜션 4인1실과 비즈니스급 호텔 더블, 싱글룸을 비롯해 싱글룸에 보조 침대를 붙인 세미더블을 선택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비즈니스급 호텔 싱글룸은 최저 20만9천선. 쾌속선 요금 19만원과1만9천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행박사는 후쿠오카 타워 입장권 등 각종 할인권과 일본 현지 휴대전화(기본요금 면제·10분 무료통화)를 무료 제공한다. 이 밖에 부관훼리를 타고 시모노세키로 들어간 뒤 후쿠오카에서 뉴카멜리아호를 타고 나오는 3박4일 규슈 일주 상품을 9만9천원부터 판다. 070-70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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