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09 19:41 수정 : 2008.04.12 14:04

20~30년대 패션 아이콘인 루이스 브룩스의 보브컷 헤어스타일을 연출한 영화 〈모던보이〉의 김혜수.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모던의 열병을 앓던 1920~30년대가 자꾸 리바이벌되는 이유

2003년에 출간된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는 일제 강점기의 패션 아이콘으로 두루마기에 뿔테 안경을 쓴 김구 선생이나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유관순 열사만을 떠올리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양장을 한 남자와 여자들이 경성역 그릴에 앉아 최신 유행의 커피를 마시며 거들먹거리는 1930년대라니. 그 충격 덕에 헤이그 특사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들의 결연한 눈빛보다 가히 최고의 멋쟁이라 할 만한 그들의 수트 차림새에 눈길을 주는 불경을 저지르게까지 되었다. 문어발처럼 관심 분야가 많은 패션은 최근에 그 여러 발 중 하나를 바로 그 시대, 전세계가 모던의 열병을 앓던 1920년대부터 30년대에 뻗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클럽과 재즈, 스윙댄스 같은 것들이다.

1920년대에 스콧 피츠제럴드가 재즈의 시대를 연 뒤 클럽과 음악, 댄스는 패션이 자라는 좋은 배양토가 되었다. 재즈 클럽을 드나드는 신사와 숙녀들의 패션 스타일이 당시의 패션을 정의하는 플래퍼 룩(코르셋으로부터 해방된, 가슴이나 엉덩이를 강조하지 않은 일자형의 드레스를 이르는 말에서 유래한 1920년대 패션 스타일)으로 발전했고, 그 후 클럽을 장악한 스윙 재즈와 댄스가 현대적인 패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스윙 패션을 낳았다.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해 옷을 하나 장만하려면 돈은 물론 도장 찍힌 쿠폰도 있어야 했던 시절인 만큼 패션은 그 이전 시대에 비해 검소하고 간결해졌다.

스윙 드레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닥스의 2008 S/S 컬렉션. 엘지패션 제공
하지만 스윙 시대의 여성들은 전쟁터에서 한철 꽃처럼 스러진 남자들을 대신해 공장과 농장에서 일하면서도 여성성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팔꽃처럼 확 퍼지는 무릎 길이의 밝은 색 원피스(스윙댄스의 격렬한 동작에 알맞다), 은막의 배우처럼 물결치는 머리카락(이 헤어스타일을 위해 낮에 공장에서 일하면서 두꺼운 롤로 머리를 말고 있는 것이 유행했다), 남자의 정장 구두 같은 윙 팁 슈즈, 창백한 얼굴과 빨간 립스틱으로 치장하고 클럽에 갔다.

한편 조끼와 페도라(챙이 짧은 정장 모자), 넥타이에 행커치프까지 갖춘 수트 차림으로 역동적인 스윙댄스를 추던 남자들은 서서히 끝나고 있던 신사들의 시대와 앞으로 다가올 로큰롤 시대를 잇는 과도기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전쟁과 희망이 스윙댄스의 스텝보다 격렬하게 교차하던 20, 30년대는 패션에서 모던의 시대이자 신사와 숙녀들이 살던 마지막 낭만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 시대가 현재에 자꾸 리바이벌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황진선/ 패션 칼럼니스트

[한겨레 관련기사]
▶ 스윙, 스윙의 바람이 몰려온다
▶ 이 자유로움 주체할 수 없네
▶ “한국인은 실수 걱정이 많아”
▶ 스윙 패션, 마지막 낭만의 시대
▶ 동호회로 갈까, 스윙 바로 갈까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